밭에 옥수수가 익어가고 있다. 지난 강풍에 쓰러질 듯하였는데 다시 일어나 잘 자란다. 하나의 씨앗이 이렇게 많은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마치 산달이 들어서는 것처럼 생기가 넘친다. 붉은 유홍초는 나팔과 속하며 얼마나 생명력이 강인하지 밭을 경영한 입장에선 아주 귀찮은 존재다. 보라색 나팔꽃도 저 스스로 밭둑에서 자란다. 8월의 꽃은 사위질빵이다. 8월에는 다소 꽃이 귀한 달이다. 그런데 이 꽃이 있어 들판을 향기롭게 한다. 봄에 찔레꽃 향기가 있다면 여름에 사위질빵 꽃 내음이다. 향기가 가벼우면서 코끝에 맴돈다. 평생 이런 사람하고
흔히들 목표를 세우는 건, 답을 찾아가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답보다 더 중요한 건 답을 찾는 시간 속 몰입이고,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답을 찾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나의 성장이다.그래서 나의 성장이란 실패냐? 성공이냐 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되는 거라서,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란 정성과 집중을 다해 혼을 쏟아낸 정신으로 임하는가다.그러면 분명 성장하게 되는 것이고, 성장하게 되면 지금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많은 문제들이 풀린다. 성장하려는 그 자세와 마음가짐이 태도인 것이고, 그래서 누군가를 떠올릴 때 실력이 아닌 태도의 말들을
묘당도는 언제 생겨난 지명일까? 노량해전 당시 고금도진에 월송대는 존재했을까? 이순신이 적탄을 맞고 전사하여 고금도 월송대에 80여 일 동안 유해가 안치되었다는데, 그것은 사실일까? 완도군이 역사적 고증을 통해 정유재란 당시 고금도의 상황을 재정비하는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완도 고금도 삼도수군통제영과 통제사 이순신’ 학술행사가 지난 14일 고금면사무소에서 개최됐다. 이순신은 정유재란 시기인 1598년 2월 17일 고금도에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하고, 7월 16일 진린과 명나라 수군과 최초로 조명 연합수군을 결성했다.이순신의
산에 꽃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줄 것만 생각하고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나에게만 실천하는 게 윤리와 도덕이다. 고운 옷을 입지 않아도 향기가 풍기는 사람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하려는 했으면 그날 실천하는 사람은 눈빛이 살아있다. 산에 꽃들은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아도 아름답다. 추사 김정희의 그림에서 토담집은 기교 없이 간소하게 그렸다. 소나무 한 그루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정신세계가 숨어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이해하기보다는 느낌으로 단순화하면 된다. 가만히 있어도 서로 배경이
서도(瑞島). 상서로운 섬이다. 게다가 아름다움까지 더하니 여서(麗瑞)다. 그런데, 이 아름답고 신성한 땅 여서도 이름표에 어느 누가 ‘고려시대의 화산섬’이라는 누명을 덧씌웠을까. 완도군지 여서도의 유래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고려 목종 10년, 탐라 근해에 일주일 동안 대지진이 발생한다. 천지가 진동하고 지축이 뒤틀리면서 화산이 폭발하더니, 이내 바닷속에서 큰 산 하나가 불쑥 솟아난다. 완도군 최남단 청산면 남쪽의 여서도에 가면 마치 정설처럼 붙여진 이야기다.이와 흡사한 내용이 제주도에도 있다. 지역의 관광자료에 근거해서
시간의 언덕에서 60대는 새로운 인생의 항로로 향한다. 이 꽃 저 꽃을 보면서 시간이란 초점이 보인다. 지나버린 세월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과 열망이 서로 섞여 내일이란 담보로 오늘은 아쉬움과 가슴앓이했다. 장마 끝에 여러 꽃이 얼굴을 내민다. 내가 가는 곳마다 서로 다른 꽃들이 순간순간 얼굴이 내민다. 지난날 수 없는 계절이 와서 내게 손을 내밀 때 난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무조건 합리적이고 그것이 이 세상의 최고의 가치인 줄 알았다. 네가 있고 내가 없으면 불평하기 일쑤였던 지난날은 부정적인 날이 더 많았다. 인생은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린 몇 밤, 저 안에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읽는 이에게 무릎을 치게할만큼 통쾌감을 주는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쉬운 것이라고는 없다. 무릇 하나의 생명이 된다는 건 온우주와 함께하고 있다는 말로, 누군가는 너를 돕고 있으니 너도 할 수 있어, 기다려
완도바다 넓이는 얼마나 될까? 관할권 안에 섬들은 몇 개나 될까? 완도는 우리나라 서남단 여러 섬으로 이루어졌다. 2001년 조사로는 유·무인도 합이 201개, 근거 자료가 정확한지 알 수 없지만 2018년 조사 내용으로는 여를 포함한 섬이 무려 265개로 알려졌다.광활한 바다 근해의 깊이는 10~30m 정도, 먼바다는 수심 150m에 불과한 완도는 그야말로 바다 속 대평야지대. 김, 미역, 톳, 다시마 등 해조류 양식과 섬마다 자연자원이 풍부한 난대림의 보고이자 어패류의 자연생산과 가두리 어장을 갖춘 천혜의 바다이다. 게다가 전국
몇 일 전부터 긴 장마가 시작되었다.오늘 만날 주인공은 어떤 분일까? 전화 통화로는 안 만나 준다고 했다는데? 포기하고 다른 누구를 만나로 갈까?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청산면 모도 서리의 조정희 자매 해녀의 동생을 만나러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오매, 날도 안 존디 오지 마랑께 오네 잉″2주 전 글을 썼던 조정희 해녀가 동생이 인터뷰를 안 한다고 했다며 헛걸음을 한 것 같단다. 그러면서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동생이 "언니하고 생활하는 것이 똑 같은디 먼 할 말이 있것냐"고 만나는 걸 꺼려했다는 것이다.″그래도 쪼간만 지달려 봐
끝없이 꽃을 바라보는 것은 마음의 깊이를 재기 위함이다. 노란 꽃은 길을 떠나 나그네가 되었다. 이제 하얀 꽃이 끝없이 바라보고 있다. 나의 이기심과 오만을 버리고 꽃을 끝없이 바라본다. 기찻길 옆에서 촘촘하게 부서진다. 눈부신 초록빛 들판에서 이미 지나버린 것에 대한 파란 만년필이 기억하고 있다. 꽃 한 송이 보낼 힘이 없을 때 초록 들판이 와서 눈부신 꽃이 된다. 먼지 한 톨이 내 가슴에 씨앗을 돋게 한다. 언제나 함께 있지만 저 산만큼 멀리서 서 있다. 순간에서 순간으로 이어지는 꽃들은 무게도 없이 하늘만 쳐다본다. 침목의 순
극단의 절도에 섰다는 건, 존재에게 주어진 전신전심전령(全身全心全靈)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찾아왔다는 말. 그 성찰의 눈부신 비밀을 머금은 태도의 입술은 마침내 사상을 말한다. 인간이든 계절이든 어느 지점에 이르러 극한의 순간이 찾아오는 건, 본질에 대한 탐구의 시간이 필연적인 상황을 맞이했다는 말이기도 하다.다소 무모해 보이거나, 아님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겠으나, 지도자라면 어떠한 말이 들릴지라도 마땅히 저리해야 한다.지난 27일, 국회 앞에서 8일 만에 단식 중단을 선언한 윤재갑 국회의원을 만나러
험난한 바다를 표류하던 옛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흥미롭다. 서로의 문화가 다른 곳을 계획 없이 떠돌면서 새로운 문물과 맞닥뜨리며 낯선 이국 풍습을 경험한 이들의 무용담을 읽어 내려갈 때 흥미진진함이란. 네덜란드인 하멜에 관한 이야기는 하멜표류기를 통해 익히 알고 있지만, 우리 지역에서도 바다를 표류한 모험담이 있어 지역 인문학 강의에서 자주 등장하곤 한다. 해남지역 금남 최부의 표해록, 신안지역 홍어 장수 문순득, 제주의 장한철과 김대황, 조선의 4대 표류기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추자도 인근의 완도바다에서 표류한 장한철 이
꽃이 내게로 왔다. 뜰 안에 그들이 와서 주인을 부르는 것이다. 꽃과 나무는 그 자리에 평생토록 머무는 것이 아니라 꽃씨 하나만으로 온갖 지구 위에서 핀다. 옷깃에 우연히 묻혀 집에 들어왔다. 뭇 생명들 틈에서 나와 대면하는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다.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세월이 되듯 씨앗 하나는 길 위에서 끝없이 걷는다. 지구 반대편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생명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하기 이전에 이미 내 속에 와있다. 꽃씨가 내 뜰 안에 와있다는 것도 내 의지와 관계없이 꽃씨가 떨어져 꽃을
보고 만질 수 없는 것이지만, 가슴 안에는 사는 것이 있다. 그걸 말하고 사는 존재가 사람인데, 어떠한 것들은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고, 또 어떠한 것들은 가슴 안에 움으로 박혀 있는 것이 있다.기이한 게 그 움이란 말로 꺼낼 수가 없다. 카악하고 뱉어버리면 될 것 같은데도 나올 수 없는 것.그때 쓰는 것이 시(詩). 아니면 그리든가 그러면 그림이 되고. 그도 아니면 부른다. 그러면 노래다.소크라테스가 그런 말을 한다. 시인이 시를 쓸 수 있는 것은 그가 가진 현명함 때문이 아니라, 그 의미를 알지 못하면서도 고귀한 메시지를 전달
현악기 비파(琵琶)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비파(枇杷). 6월의 황금빛 열매가 그윽한 향기로 우리를 유혹한다. 매난국죽(梅蘭菊竹) 사군자에 들지 않았어도 군자가 좋아하는 과일이라서 수묵화에 종종 등장하는 나무. 거뭇한 수묵바탕에 샛노란 열매의 색채가 은은하게 퍼져 퍽 인상 깊게 느꼈던 때가 있었다.남송시대 화원 임춘은 화조도로 일반에 알려졌는데, 그의 비파산조도와 비파수우도가 비파 그림의 대표작이다. 사군자를 그리는 화원들에 의해 비파나 포도, 복숭아 같은 과일 그림이 활발하게 그려질 즈음, 초충도와 화조도가 함께 전해지면서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곗바늘이다~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이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모모라는 노래가 있었다. 경쾌한 선율에 모모를 철부지·무지개·시곗바늘·방랑자로 표현하며, 격동의 역사 속에서 나아갈 길을 고뇌하던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질풍노도의 표현으로써 많은 공감을 받았다.그런데 많은 이들이 모모가 누군데, 또 니스는 무엇인데하는 의문을 가졌는데, 여기서 모모는 프랑스의 소설가 로맹가리의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주인공 모하
보리딸기, 산딸기는 보리가 익어갈 무렵 달린다. 계절이 바뀔 때 풀의 종류도 바뀐다. 이제 개망초꽃이 피고 왕고들빼기가 가을에 꽃을 피우기 위해 기초를 쌓아 올린다. 가을에 씀바귀라고 부르는 왕고들빼기는 나락이 노랗게 익을 때 노랗게 핀다. 하얀 땅 가시 꽃이 길가로 나오면 장미꽃이 절정을 이룬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이제 만남이 이루어지면 성격이 극과 극이라고 해도 서로 닮아간다. 같은 계절의 꽃들도 서로 만나 살면 같은 성격으로 변한다. 오랜 세월을 같이 지내면 얼굴도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닮아가는 시점은 오로지 현재진행
군사정권 때 청와대는 이순신 성역화 사업을 진행했다. 관계자들은 임진왜란 격전지를 돌며 전국을 순회하면서 그 지역 토속음식도 찾았다. 완도군에 와서는 자연산 약초를 먹고 자란 흑염소를 먹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청와대 비서진들은 흑염소 보양식을 대통령에게 급히 올렸다. 그러면서 약산도가 건강의 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자연산 비아그라로 불리는 삼지구엽초를 먹고 자란 흑염소는 전국 최고의 명물로 급부상했다. 약산도는 원래 명칭이 조약도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조약도가 처음 등장한다. 129종의 약초가 자생하고 맥문동과 음
나리꽃잎은 정갈하다. 화폭에 넣으려면 섬세한 붓끝이 가야 한다. 습기가 많은 숲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꽃잎이 두툼해야 건실하게 살아갈 것이다. 자기 생존 방식은 본능적으로 진화해 온 것이다. 숲속에 나리꽃도 타인과의 교감도 필요하겠지만 만나고 싶지 않은 친구도 있을 것이다. 사람도 서로 살아가기 위해 최소한의 윤리와 도덕적 사회를 이뤘다. 향기 나는 사람은 향기만 풍기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인내와 고뇌가 필요하다. 그 속에서 피는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늘나리꽃은 군락으로 피지 않는다. 숲속에서 외롭게 핀다. 그도 환경이 좋지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 복판에 꽂아 놓은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인물 사진을 본 순간, 이해인 수녀의 민들레 영토가 떠오르는 귀인지상의 풍모.당신의 영토는 무엇이고, 어디까지인가의 물음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이라 말하겠는가.서중호 아진산업㈜ 대표. 그는 지난달 31일 완도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제52회 완도군민의 날 기념식에서 명예 군민 증서를 받았다. 서 대표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전복 홍수 출하 시기 및 코로나19 장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