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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땀 한방울 피 한방울은 모두 국민의 것

제52회 완도군민의날 명예군민 위촉 장보고대대 대대장 정연우 중령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06.15 15:35
  • 수정 2023.06.1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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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곗바늘이다~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이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모모라는 노래가 있었다. 경쾌한 선율에 모모를 철부지·무지개·시곗바늘·방랑자로 표현하며, 격동의 역사 속에서 나아갈 길을 고뇌하던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질풍노도의 표현으로써 많은 공감을 받았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모모가 누군데, 또 니스는 무엇인데하는 의문을 가졌는데, 여기서 모모는 프랑스의 소설가 로맹가리의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주인공 모하메드의 애칭이며, 가사 속 ‘니스’는 프랑스의 휴양지이다.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가 하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그 말에 하밀은 "살 수 있지, 슬프지만..." 


자기 앞의 생, 그 생의 시작도 사랑이라는 말이고, 결론 또한 사랑이라는 말. 
군인에게 있어 사랑은 곧 충(忠). 충(忠)은 동양에선 최고의 덕목으로써 군인의 길이기도 하다. 군인의 길은 조국과 내 가족, 내 이웃을 지킨다는 가치로움에 하루 하루 투쟁적인 삶을 그려가는 것으로써, 그 삶이란 대한민국 젊음에게 주어진 길이며 그 일을 방해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정복해 나가는 것이 곧 군인의 길.


그러한 뜨거운 투쟁으로 지금 이순간이 빛나는 삶.

지난 주, 각 기관의 보도자료 중 특이할만한 것 중 하나는 완도소방서에서 낸 보도자료였다.


소방서에선 지난 4일, 신지면 동고리 한 민박집 입구에서 발생한 화재를 부대로 복귀 중인 육군 31보병사단 정연우 중령이 발견하여 신속한 초동조치를 통해 큰 불을 막았다고 전했다.

 

정 중령은 최초 화재 연기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해 위치와 상황을 알렸다. 소화기 2개로 화재진압에 총력을 다해 소방관들이 도착하기 전, 화재 초기 진화에 성공하고 화재가 발생한 곳은 주택가, 민박집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자칫 큰불로 번진다면 많은 인명피해, 재산피해가 일어 날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정연우 중령은 지난달 31일 군민의날 기념식에서 명예군민에 선정됐는데, 군인이 명예군민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연우 중령은 지난 2022년 10월 완도대대장으로 취임한 후 향토방위 및 해안경계, 안보를 위한 통합방위태세를 확립해 완도 군민의 방패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특히 제62회 전남도체육대회 및 제31회 장애인 체육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크게 이바지했다. 완도대대에서 자원봉사 업무협의 토의를 개최하고, 체전 추진상황 진행 과정부터 경기보조까지 지원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12일 부대를 방문했다. 정복차림의 정연우 대대장과 전병구 정보과장, 선희경 정훈장교가 맞이했다. 


신지면의 민가의 불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정연우 중령은 완도의 모든 지역은 장보고대대의 작전지역으로써 휴일없이 순찰을 하고 있는데, 민가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곧장 달려 갔다고 했다.

 

무엇을 생각하며 갔냐고 물었더니, 무엇을 생각할 겨를없이 급박한 상황에 몸이 저절로 달려갔고, 인식했을 땐 불이 모두 꺼진 상황이었다고. 
정 중령은 곧바로 차량에 있던 소화기 2대를 꺼내 진압에 성공했는데, 화재를 진압하고 난 후 며칠동안 콧속에서 연기 냄새가 가시지 않더라고. 목도 칼칼했는데 이젠 괜찮다면서 환하게 웃는다.


"한마디로, 군인입니다"라고 말하던 전병구 정보과장은 "유관기관 실무자들이 종종 제게 대대장님 이야기를 한다. 칭찬이 자자하다. 누가 찾아 오든, 누굴 만나든 최대한 소통하려고 하는 모습에서 지휘관의 덕목을 엿볼 수 있는데,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지원해 주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넘친다. 그러다 보니 대대와 유관기관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수 밖에 없다"고.


또 "용사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걸림돌이 없다. MZ세대인 용사들과 더욱 가까워지려고 마음을 먼저 살피는데, 용사들의 얼굴이 점점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대장님의 목표는 '부대원의 행복'이다"고. 


최광윤 체육진흥과장이 정연우 대대장을 처음 봤을 때가 작년 연말쯤, "구김살 없는 모습으로 긍정적이며 매사 솔선수범하다는 느낌. 아니나 다를까, 이번 체전 지원에서 그런 점을 다시 한 번 느꼈는데, 부대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번 전남체전과 장애인체전의 진행이 어려웠을 것 같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고 전했다.


그 말에 정연우 대대장은 엷은 미소와 함께 "31사단 오병석 사단장님의 말씀 또한 체전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하셨다. 우리는 국민의 군대다. 가뭄 극복 때도 그러한 점을 강조하셨다. 지원을 아끼지 말라였다"고. 

 

정 중령은 "맞다. 우리의 피와 땀 한방울은 모두 국민의 것. 그것은 불변의 가치이면서 군인이 가야하는 불멸의 길이다"고.  
또 "이번 체전에선 완도군 체육진흥과에서 의식주를 지원해 준 덕이 컸다. 체육대회기간 장병들이 입을 조끼와 모자, 지원 도중 중간중간 먹을 수 있는 간식, 추가 지원 병력들이 편히 묵을 수 있는 숙소를 마련해줬다"


" 이 인터뷰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완도군민과 신우철 군수,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미소를 보냈다.
50년만에 찾아온 완도 가뭄과 관련해 31사단에서는 가뭄 극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약 400만원 가량의 모금을 하였고, 이 비용으로 500ml 생수 2만 1천447병을 구입하여 완도 도서 지역에 전달하였다. 뿐만 아니라 31사단에선 5t급수차를 지원하여 한 달 간 매일 4차례 약산 저수지에 물을 채워줬다. 가뭄 극복을 위해서는 완도대대 뿐 아니라 31사단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역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뭉클한 일화도 전한다. 
정 중령이 사복을 입고 자신의 차량으로 천천히 운전을 하고 있는데, 그때 길을 가던 어린 학생들이 정 중령을 향해 "충성!"하고 경례를 하더란다. 명예 군민 때 참가했던 학생들 같았는데, 일면식이라곤 없는 학생들이 경례를 하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파문이 일었다고. 


그 말을 하는 정 중령의 얼굴엔 뭔가 뿌듯하고 뭔가 자랑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지향하는 무언가를 다지는 각오의 표정까지. 
자기 앞의 생, 그 생의 길에서 사랑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이가, 그를 위해 미치게 그리워하고 미치게 격동하며, 미치게 절박하고 미치도록 단단한 사명을 향해 달려가는 붉은심장 같았다.


평소 전투복을 입고 순찰할 때 경례를 하는 아이들이 많단다. 그럴 때마다 전투복에 탈부착할 수 있는 태극기를 선물로 건네곤 한다는데, 사복차림이었기에 태극기를 건네지 못해 아쉬웠지만, 환한 웃음과 함께 경례로 답하며 감사함을 건넸다고.
부대 회의실 화이트보드에 쓰인 글이 인상적이었는데, 누가 썼냐고 물었더니, 부대장인 정연우 중령이 장보고 대대장에 취임하게 되면서 했던 취임사 중 일부를 쓴 글이라고 했다. 


'겸손하고, 기다리고, 참고, 웃고, 칭찬하고, 신뢰하고 존중하면서 책임지는 대대장이 되겠습니다.'
군인의 말은 곧, 자기와의 약속이고 그 약속은 목숨과 같아서 그는 늘 가슴 깊은 곳에 두고 그 가슴을 따를 것으로 보였다. 


그 가슴을 따르며 나에게 찾아오는 슬픔만큼 기쁨을 느끼고 고독과 고뇌에 투쟁한 만큼 세상을 사랑하는 삶. 떠오르는 태양에게서 하루의 정기를 받고  한낮에 쨍쨍 내리치는 햇살과는 누가 더 빠른지를 경주하며 환희에 찬 붉은 노을을 선사 받는 하루! 비와 눈을 맞고 거친 폭풍우를 만났을 땐 멈춰서지만, 다시 전진하며 한줄기 바람으로 상쾌한 지금 이 순간! 


가끔 길을 잃고 해매일 때는 푸른 별을 나침반 삼아 그윽한 달빛과 속삭이면서 불가능한 길을 걷는 존재. 


그 길 위에서 만난 모든 걸 온 생애로 사랑하는 삶. 


정연우 대대장님,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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