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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씨 “보길도를 담아 보길도를 빚었어요”

막걸리 빚으며 세계적인 보길도를 알리겠다는 보길도가 보길씨(박영수) 대표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07.0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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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린 몇 밤, 저 안에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읽는 이에게 무릎을 치게할만큼 통쾌감을 주는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쉬운 것이라고는 없다. 무릇 하나의 생명이 된다는 건 온우주와 함께하고 있다는 말로, 누군가는 너를 돕고 있으니 너도 할 수 있어, 기다려봐, 네가 하는 일이 결코 헛된 일이 아니야. 또 그건 절대 작은 일이 아니야. 축복을 주는 아름다운 시의 덕성을 보는 듯하다.


보건직렬로 5급 사무관에 올라 면장으로 발령이 났을 때만 해도, 의료원으로 가야지 일선 면정을 잘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건 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특유의 친밀감과 남다른 공감능력으로 주민들에게 신뢰받는 보길면정을 만드는데,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는 김현주 보길면장. 


섬 지역 취재가 어려워, 언젠가 보길면 인물 중에 소개할 사람이 있냐고 물었더니, 김 면장은 "보길면의 음식 중 간장게장이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 있는데, 이에 비견되는 막걸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며 보길씨로 불리는 박영수 보길도가 대표를 소개하는데 슬쩍, 김 면장에게 막걸리를 마셔봤냐니, "술 못해요" 한모금도요?  "한~두모금정도~"


맛이 어떻더냐고 물었더니, 다음은 김 면장의 표현력. 


"으~음, 한 모금을 입안에 넣으면 먼저 입술이 촉촉해지면서 입안에선 누룩들이 올림픽 체조에서 마루경기를 하듯 톡톡 튀어오르는데, 목 넘김을 할 땐 청룡열차를 타고 90도 직각에서 떨어질만큼 짜릿함이 그만"
두 모금을 마시면 외로움과 고민을 풀어주고, 세 모금엔 얼굴이 붉어지는데 창조적 영감이 떠오른단다. 


네 모금을 마시면 어떻냐는 말에, 아직 네 모금까지 마셔보지 못했지만, 보길씨의 막걸리를 먹어 본 애주가들의 말에 의하면 "가벼운 땀이 나는데, 평생동안 불평스러웠던 일들이 땀구멍을 통해 다 빠져 나가고, 다섯 모금을 마시면 뼈마디 마디 마디가 시원해지고 여섯번째 모금부터는 신선과 통하게 되며 일곱째는 입가에 가져가는 순간, 겨드랑이에서 시원한 바람이 일어난다"고.


그러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두근거림으로 입안에서 물안개가 피어나면서 은은한 동백 꽃잎의 향기가 나요"

 

 

보길씨(박영수)  보길도가 대표. 

 

섬을 빚는다.
나는 막걸리를 빚고, 그 다음은 막걸리가 우리를 빚는다.
인문의 섬, 치유의 바다 보길도
보길도를 담다, 보길도를 빚다.

 

이태백이 울고갈만큼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표현을 해줬는데, 보길씨 막걸리는 그 이름처럼 보길도 바다가 섬을 감싸 어우르고 있듯이 막걸리로 보길도를 어우르고 육지로 흘러 섬과 육지를 잇는 소통과 공감, 연대를 향한 꿈의 실현 같았다.
섬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보길도 깊숙한 곳에서 독특한 문화산업을 일구는 열정적인 양조가. '보길씨막걸리'를 빚는 보길씨는 막걸리로 보길도의 풍부한 문화 유산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보길도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브랜드를 만들어 전세계에 보길도를 알리고자 한다는 보길씨. 
"뚜렷한 섬의 비전을 가지고 막걸리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전통 문화를 잇고, 막걸리를 통해 섬과 육지를 잇는 문화 사업을 하겠다는 보길씨는 막걸리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섬에 걸맞는 막걸리를 빚기로 결심했단다.
힘들었던 순간을 묻자, 보길씨는 "힘든 순간 중 하나는 막걸리 생산을 하기 위해 필요한 허가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2년 동안 레시피를 준비하는 동안, 전통적인 방식의 가양주 레시피를 보존하면서도 전체가 국립공원인 보길도에서 막걸리 허가를 받는 것이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수산업 외 다른 산업에 대해서는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었기에, 집에서 2년 동안 혼자 막걸리를 빚는 시간은 참으로 외롭고 고독한 시간이었죠" 


그러나 보길씨의 끈기와 결단력으로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면서 보길도와 어울리는 품격 있는 막걸리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 했단다. 그래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막걸리 제조 허가를 받은 날이었다고. 


"그날의 순간은 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보길도 브랜드를 통해 육지와 세계로 항해하기 위한 중대한 깃표하나를 세운 것 같았다"고.
"보길도의 맛과 정신을 전세계와 나누고자 하는 꿈의 실현과 노력의 결실을 위한 항해가 시작된 것이었죠" 
"보길도 고유의 맛을 세계인과 나누기 위한 2년여의 기다림을 맛 보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마운 사람에 대해 보길씨는 "양조장 건물을 아낌없이 빌려준 보길도 목수 선생님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2년 동안 양조장 만들 땅을 보러 다니고 건물을 보러 다녔지만 뜻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3년 전, 보길도에 왔을 때 카페를 할 생각으로 문의하러 왔던 건물의 주인인 목수님이 결국 저의 뜻을 이해해 주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는데, 오늘의 보길도가가 있게된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또 "보길씨 막걸리를 맛 본 후, 위로가 되고 치유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가장 보람되고 행복합니다"


하고 싶은 말에 대해 별빛처럼 환한 미소로 말하는 보길씨는 "보길도에서 나는 제철 재료를 가지고 만든 와인 같은 내추럴막걸리를 통해 보길도의 맛을 한 번 경험해 보시라고 권유합니다"


"열정과 따뜻함, 정성과 자부심으로 만든 막걸리를 통해 보길도의 맛을 느끼고 위로 받으며 치유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보길씨의 막걸리 한 잔을 들어 올린다면, 보길도에 흠뻑 취해 이곳에 정착했던 고산 윤선도의 문화유산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드는 감각적인 여행을 떠날 수 있겠다.


그는 이 섬의 전통 막걸리를 함께 마심으로써 개인이 지역의 문화적 본질과 유산을 보존하고 육지와 세계로 연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길씨는 막걸리로 시작했지만 머지 않아 고산 윤선도의 문화전통 보존과 진흥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보길도 브랜드가 될 '보길씨막걸리'는 섬에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아름다운 손에 대한 희망의 증거로 보인다.
끝으로 보길씨는 "막걸리에 보길도를 담았습니다. 보길도의 매혹적인 맛과 이야기에 전세계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고.

 

 

보길도를 빚는 아름다운 손이다.
본디 만든다는 것은 재료의 흔적이 남게 되는데, 빚는다는 건 원재료는 사라지고 하나의 도자기와 하나의 물이 된다는 것으로 원재료들이 하나에 스며들고 섞이고 섞여 어느 순간에 나타난 마법과 같다.          


그 마법을 아는 사람, 기다림을 아는 자다.
인생을 제대로 살아 본 사람만이 이 기다림을 안다. 


그 기다림 안에는 온힘을 다하여 태양의 정열을 보듬었고 온마음으로써 달빛의 온유함을 껴안았으리라! 온정신을 뻗어 내려가 메마른 대지를 갈았을 것이며 온몸이 찢기도록 푸른 싹을 내밀었으리! 


그래서 하늘의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 땅의 공간에서 얻고 얻어진 진미에 존재라는 인간의 사랑과 사랑을 더해 빚어낸 지금 이 순간, 보길씨막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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