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스럽지만, 4월에는 아무래도 총선과 투표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봄은 봄이지만 꽃놀이나 나들이 얘기를 할 수는 없다. 왜 아니겠는가. 우리 지역의 일꾼을 내 손으로 뽑는 일이다. 유권자라면 누구나 후보자의 면면과 공약 내용, 여론의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결과를 기대했을 터이다. 물론 선거에 냉소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의 삶은 ‘정치’에서 시작하고 온전히 ‘정치적’인 것임을 누구도 모르지 않는다. ‘정치’와 ‘정치적’이라는 단어가 부정적 의미로, 심지어 사람들의 사회적 활동을 심하게 폄하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게
봄이 분다. 하늘에서 달큰한 봄이 분다.땅 위에 푸른 눈망울이 올라오고 버드나무 낭창낭창 물장구치는봄이 왔다. 내마음이 고통스러운데 행복해.드뎌 미쳤구나. 웃음이 터지는 그 순간 그 고통에서 놓였다. 그냥, 삶을 사랑하니 삶도 나를 사랑하는가보다. 그해 사월 봄날 벚꽃이 일렁이듯 왔다. 꽃망울이 막 터트리기 시작할 쯤에 내 손윗 언니가 결혼 하고 꽃잎이 흩날리듯 나는 혼자였다.같은해 신록의 계절에 한 남자와 선을 봤다.속전속결이 이런 것이구나. 언니는 꽃눈 내리는 따뜻한 봄날에 결혼하고 나는 눈발 날리는 차가운 겨울날에 결혼했다.
봄이 왔냐고 물었다. 몇 초쯤 말이 나오질 않았다. 사실 대답할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남쪽에서부터 봄꽃이 피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말했다. 그사이 해 뜨는 시간이 빨라지고, 해 지는 시각이 늦어진다. 햇살과 어린 봄과 공들여 키운 화초들의 싹이 올라온다. 사이라는 말은 그래서 좋다. 너와 나 사이에 있을 무한함이 좋고, 겨울과 봄에 낀 생명의 움직임이 좋다.벌써 두 학기째 등교하고 있다. 처음의 등교는 목적이 있었다. 학비를 지급한 만큼, 아니면 그보다 조금더 욕심을 부려 취하고 말겠다는 전투력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갈수
“쌤, 정년퇴임 축하드려요!” “에공, 세월 따라 흐르다 세월에 밀려 물러나는데, 무슨 축하할 일이라고…. 부끄럽네요.”후배 선생님들 문자에 의연하게 답을 했지만, 돌아보니 여기저기 몸이 아픈 중에도 이 나이까지 살아있음이, 도중에 학교를 그만두지 않고(못하고) 마지막까지 국어수업 하는 교사로 살아왔음이 조금은 대견한 듯도 하다. 정년이든 퇴임이든 별일 아니라는 듯 무심히, 생의 다음 장을 일상으로 이어가기 위해, 의례적인 퇴임식과 33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에게 직위에 따라 준다는 정부의 훈장은 사양했다. 그 이유가 네 가지쯤 있지
담장 위로 터진 함성 너는 봄, 나는 꽃.매화가 하얀 숨을 내쉰다.전체를 그려봐야 잘못 그린 부분이 보인다.그림에서 붓길을 찾는다. 스승님은 내게 한번도 그림에 대해 조급하게 말씀하신 적이 없다.작품을 낼 때마다 하시는 말씀, “금방 그만 둘 줄 알았는데 오래도 그리네.”그 말씀의 의미가 좋다. 좋아하는 일에도 항상 좋은 때만 있지 않았다. 아프다 핑계가 일고, 가끔 급한 일이 생기곤 한다. ”빠지지 마라”느림의 미학 가르침 따라 부시시한 모습으로 때로는 넋이 나간 모습으로도 출석표를 찍었다. 한 숨이 길어지고 붓이 힘을 잃었을 더
창밖의 풍경들이 내게 말을 거는 순간이 있다. 빗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오늘이 꼭 그런 날인 것 같다. 서로가 자신의 목소리로 웅성거리는 소리.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섞여 어수선하다. 파업 운운하며 들려오는 뉴스도 그렇고 며칠째 내리는 비도 그렇다. 누구는 겨울의 막판처럼 비가 내린다고 한다. 그런데 그 끝에 정말 봄이 있을까 하는 낯선 목소리도 들린다. 견고한 겨울이 허물어지기를 바라며 모두가 소리에 귀 기울인다. 지상의 모든 주장이 더 부산해지길 바라는 것 같다. 바쁘게 서성이는 걸음처럼 생각도 부산스럽긴 매한가지다. 오늘은
세 살 손주와 과학관에 소풍을 간다. 주중 오전이라 관람객이 없어서 여유 있게 특별전 ‘신나는 자동차세상’을 구경하고 실내 놀이터 아이누리를 독차지해 놀다가, 로봇 댄스 공연 시간이 되어 1층 로비 에스컬레이터 아래 마련된 무대 앞에 앉아 기다린다. 이내 아기를 동반한 가족들이 모여들고,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기들을 인솔해 견학을 온 팀도 여럿이 눈에 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포토존에서 아기들 사진을 찍는데, 그게 보기에도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에 시선을 끄는 것이 많아 사방으로 종종거리며 공처럼 굴러가려는 아기들을 한곳에 모으기가
당신이 알면 둘이 아프고당신이 모르면 혼자 아파요먼 훗날, 그때 말하려고말하지 않았어요사슴의 탈을 썼습니다 핸펀이 방전됐다. 나를 꼭 닮았다.감자와 땅콩이가 우당탕탕 한바탕 뛰놀더니 조용해졌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잠이 깨는 아침이다. 감자가 일어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내가 일어나지 않자 소같은 발로 잠을 깨운다. “쉬는 날이라고. 나가!” 말귀를 알아 들었는지 일단 후퇴 시늉을 하지만 이내 다시 쳐들어 온다.“나 쉬는 날이다고. 잘 거라고. 나가.” 감자와 말을 하다 보면 감자가 말을 하려고 옹알이 하듯 한다. 내가 일어나야
갈 수 없는 어떤 날로 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만화 속 은하철도 999 같은 기차를 상상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은하를 달리던 C6248. 무한히 뻗은 궤도는 꿈으로 달릴 수 있는 희망이었다. 기계 인간이 되어 영원히 살기를 원했던 엄마의 유언에 따라 우주 열차를 타고 행성을 여행하는 철이가 마치 내가 된 것처럼 한때 기차는 진심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기차는 어린 시절 꿈의 대상이었다. 어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가 줄 것만 같은 기대감이기도 했다.처음 기차를 탄 것은 도시인이 되고 싶어서 고향을 떠나던 날이었다. 좋은
12월, 문이 열렸다. 삼국지 책장을 연다.생과 사의 경계 위에서 날카롭고 예리한 칼을 빼 들고 죽음을 향해 맹렬하게 내달리는 영웅들의 붉은 호흡. 하얀 꽃잎 되어 나리나니 함부로 아름다운 12월의 결이라. 12월 삼국지 읽기 위해 기다렸다.당신만 맛있는 곶감 몰래 빼먹는 거 같은 아버지의 새벽 책장소리. 영원한 아버지를 만나는 것 같다. 그때 나를 사로잡은 열정은 무엇이었던가. 조조는 문득 그 자유분망하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다. 열두엇부터 스물이 되는때까지 그는 실로 자신도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에 휘몰려 보냈다. 어떤 때는 병
그해 반짝이던 날스위치를 누른다. 꼬마전구 불빛이 잔망스럽다. 줄기가 뻗어나가다 꽃처럼 빛이 피어난다. 마음이 빛의 순서를 쫓아 총총거린다. 감성이 무뎌졌다고 생각하다가도 트리에 불빛이 들어오니 설렘도 점등된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던 마음은 옅어졌지만 미세하게 감정의 뿌리에서 파동이 일어난다. 도서관에 설치된 모든 크리스마스트리에 전구를 점등한다. 그러자 무대에 서 있다가 허공에 뿌려진 반짝이 가루가 내게 쏟아지는 것 같다. 마치 보도블록에 떨어진 낙엽 위로 빛과 온기가 더해진 것처럼 빛이 나를 에워싸는 느낌이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꿈인가? 어김없이 눈을 간지럽히는 햇살과 새소리. 아침이다. 어젯밤 있던 일이 꿈인지 생신지 헷갈릴 만큼 맑은 아침이다. 내가 집에 어떻게 왔더라? 매번 산책할 때마다 마주치는 길고양이가 있다. 어렸을 때 키웠던 턱시도 고양이랑 똑같이 생긴 아이라서 간식도 챙겨주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간식을 줄 때면 손등에 자꾸 자기 머리를 들이대는 거 보면 싫지는 않나 보네– 싶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유튜브 검색 기록도 온통 ‘고양이 언어’, ‘햄스터 먹이 주기’, ‘강아지 산책’ 같은 것들뿐이다. 그래서 친해진 길고양이가 너무
'흠잡을 데 없는 선생님입니다.' 몇 해 전, 어느 고등학교 학생이 교원능력개발평가 학생만족도조사 서술형 문항에 답한 내용을 어느 교사에게서 우연히 들었다. 이 학생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학교의 모든 교사에게 똑같이(아마도 ‘복붙’으로) 이렇게 썼다고 했다. 학생들이 쓴 서술문이 교사별로 가나다순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ㅎ으로 시작하는 이 문장은 평가 결과지 마지막에 마치 노래의 후렴구처럼 반복되어 있었단다. 모든 교사에게 공평하게(?) 적었다는 이 문장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요즘 아이들 말대로 웃픈
그 허름한 순간, 차갑지 않게 시원한 늦가을이 뒷골목에 꽉.차게 분다.낙엽이 이리저리 찾아든다.무엇이든 주고 싶은 착한 가을인가.가을이 오기전부터 가을앓이를 앓기도 하고 아무튼 어느 계절보다 어딘가 아파왔다.가을이 좋아서 그랬나 보다.어제보다 모든 면에서 좋고 좋아지고 있다. 이런 행복이 내게 어디서 온 걸까? 행복 조차 모르는평안. 내이름은 이 평안입니다.가장 사치스러운 순간이라고 할까. 문득 사치스러움. 생각하다든 생각 하나. '사치스럽다'의 국어사전에 "나오는 뜻은 돈이나 물질을 필요이상으로 지나치게 분수에 맞지 않게 사용하다
공기가 푸르스름한 시간. 라디오를 켰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이 들린다. 언제부턴가 주파수를 맞추며 지직대는 소리를 듣는 것을 즐긴다. 그 소리가 좋은 걸 보면 아날로그 시대는 오랫동안 지속할 것 같다. 이른 아침에 라디오 소리는 시선을 뺏길 필요가 없어 자유롭다. 특히 클래식 FM은 낮은 조도의 조명 아래서 감정이입의 맥을 끊어버리는 광고가 없으니 오롯해지기 좋은 채널이다. 처음부터 클래식을 듣는 마니아는 아니었다. 새벽의 적요를 해치지 않고 품을 수 있는 음악이 클래식 채널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난 하루를 시작하기 전 처방
보랏빛 야국 보랏빛 향기창 너머별빛으로 오시네요 딸깍,현관문이 열립니다.현관 밖에 있는신문을 집안에 들여 놓습니다.식탁에 신문을 올려 놓으니손님이 앉아 있는 것같습니다. 이른 새벽 내가 해야할 일에 집중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과 행동을 일치하기로 합니다. 먼저 침대 정리하고 힘차게 하루 엽니다. 선물과 같은 순간입니다.단순함으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합니다.생각을 줄이고 움직입니다. 머리속에 해야할 일의 순서를 세워봅니다.해야 할일을 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해도 행복하지 않고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짐을 깨달았습니다.마음이 무엇이
한 세계가 들어온다. 여름 더위가 웃자란 풀처럼 기승을 부린 날. 익숙한 고양이 한 마리가 무턱대고 내게 들어온다. 세상 눈치 보는 일 없이 자유로운 자세로, 혼자지만 초라하지 않고 평화롭기까지 한 세계. 꼬리를 내린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다. 동네 사람이 돌보는 고양이 뭉치다. 우연히 마주치는 것들에는 우연만큼 뭉근한 떨림이 있다. 그래서 우연을 기대하게 된다. 도서관을 오가는 길에 작은 공원이 있다. 불쑥불쑥 눈에 들어오는 것들로 가득 찬 곳이다. 그래서 손바닥만 한 공원을 지나는 시간은 마음이 출렁거린다. 어느 날은 야들야들한
우리 사회에서는 임신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와 오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특히 임신 초기에 약을 복용한 여성들은 그 영향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곤 합니다. 이 글에서는 임신 초기의 약 복용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풀어보고자 합니다.먼저, 임신의 시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생리 주기와 배란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여성의 생리 주기는 대략 28일로, 이는 여성의 배란 주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배란은 생리 주기의 중간인 보통 14일정도로 생리 후 2주차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때 난자가 난소에서 배출됩니다. 배란된 난자는
여름 땡볕에 작정하고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 ‘남도 이순신길 조선수군 재건길’을 걷고 있는 전남도교육청 역사문화체험공동체 전·현직 교사들, 이들은 지난 8월 3일 진주 원계리를 출발, 22일간 501km를 걸어 9월 9일 진도 벽파진에 도착할 예정이다. 출발일은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이 선조 임금으로부터 삼도수군통제사 교서를 받은 8월 3일(1597년, 음력)에 맞추었고, 구례 곡성순천 낙안 보성 장흥 완도 해남을 지나, 오는 9월 8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명량대첩 축제 기간 진도에 도착한다. 이들이 걷는 길은 장차 전국의 청소년
4회 내 생의 봄날, 구목리 김덕근 김매진 어르신♡동네를 다니다 보니 아버님들께서는 미스코리아 어머님들만 모시고 사시나봅니다.너무나 곱습니다. 예쁘십니다.아버님도 넘 미남이시지요?현우작가님은 오늘도 알 수 없는 곳에 홀로~~도통 알 수 없는 AB형?? ㅍㅎㅎ보길면장님께서 추천해 주신 곳. 넘 예쁘네요. 청각 때문에 살~~짝 분위기가 덜하지만 나름 잘 어울린듯 해요.첨엔 쑥스러워하시지만 한번 두번 하시다 보면 너무 자연스러운 포즈.몰라서 안하시는 게 아니라 안해보셨기 때문에 못하신거겠죠?지금 잡고 계시는 두분 손, 오래 오래 잡고계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