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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도 단식도 처음 떨어진 물방울이 가장 용기롭다

지난 27일, 국회 앞에서 8일 만에 단식 중단을 선언한 윤재갑 국회의원을 만나러 상경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06.29 15:23
  • 수정 2023.06.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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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절도에 섰다는 건, 존재에게 주어진 전신전심전령(全身全心全靈)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찾아왔다는 말. 그 성찰의 눈부신 비밀을 머금은 태도의 입술은 마침내 사상을 말한다. 인간이든 계절이든 어느 지점에 이르러 극한의 순간이 찾아오는 건, 본질에 대한 탐구의 시간이 필연적인 상황을 맞이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소 무모해 보이거나, 아님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겠으나, 지도자라면 어떠한 말이 들릴지라도 마땅히 저리해야 한다.


지난 27일, 국회 앞에서 8일 만에 단식 중단을 선언한 윤재갑 국회의원을 만나러 상경했다.


언젠가 한 번은 무소속으로 의회에 입성한 최정욱 의원이 재선 때는 민주당에 몸을 담는 걸 보고,  왜 민주당으로 갔느냐고 묻자, 최 의원은 서울 병원에 들릴 일이 있어 용산 ktx역에 도착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윤재갑 의원을 만났다고 했다.


당시 최 의원은 군의원이란 당을 떠나 주민에 대한 신의를 가지고 주민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민주당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윤 의원의 말은 "의원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실의 힘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 중요하다. 민주당에서 함께하자"며 너무나 정중하게 입당을 피력하더란다.


그것이었다고 했다. 그때 느껴진 윤 의원의 진정성.


사실, 현재 윤재갑 의원의 주위 사람들에 대한 여론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계속해 바뀌지 않고 등용되고 있다. 그래서 명확한 건, 윤 의원에게 사람이란 평판과 실력보단 한 번 맺은 의(義)가 더 중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


지난 지방선거를 비롯해 이후 곳곳에서 일었던 정치적 파열음들, 여러 부분을 감안해 보면 결국 윤 의원의 정치력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것인데, 그건 초선이라는 한계에 비례해 그 만큼 순수하다는 반증일 수 있겠다.


중요한 건, 국가와 지역의 현안에 대해 지도자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며, 어떤 행동을 하느냐다. 물론 정적들 사이에선 그것을 두고 진정성에 대한 시비거리로 공격을 하겠지만, 그럴지라도 해야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완도에 있어서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 이런 상황일수록 지도자의 표현이 중요한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경우,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어 행정이나 지역사회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 처음 삭발(좌측 1~2번째 사진)을 할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단식농성까지 처음으로 단행한 윤재갑 의원.(좌측 3번째 사진) 


함께 상경했던 신의준 의원은 "나이를 감안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철학이 바탕이 돼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혼란스럽고 난감한 일이 생기면, 변화를 꿈꾸며 다른 길을 모색하는데, 우리가 도달한 공부의 끝은 이미 어릴 때 모두 배운 것들이다.

내가 왜, 정치를 하는가? 누구를 위해 하는가? 그것을 묻게되면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알게 된다”면서 “그래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윤재갑 의원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오후 2시쯤 만난 윤 의원의 모습은 초췌해 보였지만, 눈동자는 더 반짝거렸다. 얼굴의 볼살 또한 삭발했을 때보다도 훨씬 쏙 들어갈만큼 갸름해 보였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 특수전 UDT 여단장, 해군 군수사령관 등을 역임했으며, 해군소장으로 전역한 후 문재인 대통령 후보 국방안보 특보를 지낸 윤재갑 의원. 누구보다 바다를 잘 아는 바다 사나이다.


윤재갑 의원은 "긴 항해 끝에 저 멀리 보이는 등대의 희미한 불빛은 희망과 삶의 불빛이었다. 기회라는 단어가 바다에서 유래하였는데 바다가 기회라는 데에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현재 신우철 군수와 완도군이 하려고 하는 해양치유와 해양바이오산업은 모두 바다를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것들이다" 
"또 바다와 관련한 직업은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세계 해양과 해운의 중심지인 영국 런던에는 해상 전문 법률가, 회계사, 금융인이나 보험인은 물론 선박을 검사하고 감독하는 전문가들 그리고 국제 해운거래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이를 중재하는 중재인들이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소말리아나 말래카 해협 등에서 해적에 납치된 선박이 생기면 선주를 대신하여 구출 협상을 대행해주는 구출 협상 중개회사가 있을 정도니 바다는 무한한 기회의 가능성이 아니겠는가" 


"한중일 동북아 3국은 해운과 조선에 있어서 부동의 세계 1위의 시장이다. 그러나 법적 분쟁이나 다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영국 런던으로 달려간다. 런던에 전문가가 있고 해결을 위한 수단과 절차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고. "지난 시간, 국회의원으로서 가장 고민했던 건, 남이 될 수 있는 만큼이 나라고 하는 것을, 가장 어려운 이들을 위해 존재할 수 있는 나란 존재가 내가 가진 가장 큰 힘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전날이었던 26일엔 윤재갑 의원에 이어 우원식 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인 26일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격려했다고.(좌측 네번째 사진)


윤 의원은 지난 27일 성명서를 통해 "저는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앞으로 있을 더 크고 긴 싸움을 준비하겠다"며 단식 중단을 알렸다. 이어 "비록 단식은 중단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자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여전히 일본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앵무새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며 "한술 더 뜬 여당은 일본의 핵 폐수 무기 반대에는 관심이 없고 생선회 먹방이나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과 2년 전 민주당과 함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 결의안을 통과시켰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디로 간 것인가"라며 "2년 만에 핵 폐수의 안전성을 입증할 중대한 과학적 발견이라도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본 의회조차 일본 정부에 '이해와 합의 없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출 중지에 관한 청원'을 내는 마당"이라며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지난 5월 여야가 합의한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특위'가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지민 의원의 통화소리가 들린다. "일단 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아야한다" "미음부터 먹어야 한다" 등등.


용기가 무엇인가. 내 뒤에 1천명이 있어 내가 용기를 얻는다면 그건 단 하나의 전쟁에서 승리할 뿐이다. 하지만, 내 뒤에 선 1천명을 용기롭게 할 수 있다면 그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 삭발도 단식도, 첫번째 물방울로 가장 용기롭게 떨어지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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