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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질 수 없는 그리움이 공간에 존재를 만들어

신복남 기자의 ‘어젯밤 어느 별이 내려왔을까?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6.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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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딸기, 산딸기는 보리가 익어갈 무렵 달린다. 계절이 바뀔 때 풀의 종류도 바뀐다. 이제 개망초꽃이 피고 왕고들빼기가 가을에 꽃을 피우기 위해 기초를 쌓아 올린다. 


가을에 씀바귀라고 부르는 왕고들빼기는 나락이 노랗게 익을 때 노랗게 핀다. 하얀 땅 가시 꽃이 길가로 나오면 장미꽃이 절정을 이룬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이제 만남이 이루어지면 성격이 극과 극이라고 해도 서로 닮아간다. 같은 계절의 꽃들도 서로 만나 살면 같은 성격으로 변한다. 


오랜 세월을 같이 지내면 얼굴도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닮아가는 시점은 오로지 현재진행이다. 지금 당장 너와의 관계 속에서만 아름다운 미가 탄생한다. 과거는 과거완료가 되는 셈이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시간은 추억만 있을 뿐이다. 집 마당에 꽃들도 계절이 바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꽃을 바라보는 시점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이다. 빨아간 석류꽃이 가을에 석류 알이 터지면 투명한 가을 하늘이 될 것이다. 아니, 지금 석류꽃 보면 그만이지 아직 다가오지 않는 시간은 나에게 선택된 시점은 아니다. 


세월의 선상에서 운명이 막 결정된 시점이 만질 수 없는 그리움이 존재하는 공간을 만든다. 길가에 딸기 꽃이 어느덧 빨갛게 얼굴을 내민다. 이와 비슷한 복분자도 꽃을 피우면서 열매를 부지런히 키운다. 


당도가 많은 복분자를 사람들은 선호하게 되는데 약간 신맛이 나는 보리딸기가 더 좋다. 추억이 들어있는 산딸기도 맛이 있다. 어린 날이 산딸기가 그렇게 커 보였는데 지금 보니 그때와 사뭇 다르다. 가진 게 없고 욕심이 없었던 시절이 현재의 시점을 사랑하게 된다.

너무 미래에 대한 조바심과 욕심이 현재의 시점을 잃어버리게 된다. 길을 가다가 있는 그대로 들꽃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면 서로 닮아간다. 쪼그려 앉아 딸기를 따 먹으면서 지금 당장 행복의 미를 알았다. 가시에 찔리면서도 미감을 즐기기 위해 그것을 감수했던 시절이 자장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자연은 나이를 알게 한다. 열매를 맺고 시간이 지나면 또 새싹이 돋는다. 이 짧은 시간 속에서 그들이 생각하는 시간은 생로병사가 들어있는 긴 여정일 것이다. 우리의 삶이 서로 상대적인 시간을 갖고 산다면 순간에서 긴 여정으로 가고 싶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간은 생명에 대한 사랑도 있다. 또한 애잔함도 있다. 꽃과 동시에 열매를 갖고 있는 생도 있지만 가을을 위해서 지금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다.

짧고 긴 것은 시간의 문제이지 아름다운 기준은 아닐 것이다. 단 현재를 사랑할 뿐이다. 결과적으로 좋은 것만 찾아다니는 현대인들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놓친 것 같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 내 옆에 꽃을 유심히 보려고 노력한다.

  신복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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