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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말을 건네면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게돼

신복남 기자의 ‘어젯밤 어느 별이 내려왔을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7.13 15:09
  • 수정 2023.07.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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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꽃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줄 것만 생각하고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나에게만 실천하는 게 윤리와 도덕이다. 


고운 옷을 입지 않아도 향기가 풍기는 사람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하려는 했으면 그날 실천하는 사람은 눈빛이 살아있다. 산에 꽃들은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아도 아름답다. 추사 김정희의 그림에서 토담집은 기교 없이 간소하게 그렸다. 소나무 한 그루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정신세계가 숨어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이해하기보다는 느낌으로 단순화하면 된다. 가만히 있어도 서로 배경이 되어 주는 자연처럼 인위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산에 7월의 꽃들은 나리꽃과 술패랭이다. 장맛비가 그렇게 흔들어 대도 얼굴은 뽀송뽀송하다. 이들이 산의 순례자들이다. 몇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순례하고 있다. 남의 허물을 보지 않고 자기 자신의 행함을 본다. 마음의 중심은 마법처럼 가느다란 실타래가 엮어져 있다. 


푸는 방법은 여러 갈래가 있겠지만 순한 귀로만 푼다. 나쁜 이야기가 들어오면 다른 귀로 흘려보내면 된다. 패랭이꽃이 5~6월에 한창 피고 난 뒤 술패랭이꽃이 7~8월에 핀다. 우리 야생화 이름은 친숙하다. 


꽃잎 끝에 실처럼 생겼다고 술이라고 했을까. 꽃이 아주 많이 달리는데 보통 한두 그루에 많은 꽃이 핀다. 바람이 불지 않는 바다는 정적이다. 산에서는 고요하다. 말을 하지 않고 있는 듯하지만 듣는 귀는 많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산에선 남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스스로 배경이 되어주고 자기 스스로 삶을 꾸려간다. 씨앗이 떨어지면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몇 년 동안 땅속에 있다가 그것에 맞는 환경이 되면 나온다. 


산에서 피는 꽃들이 대부분 이렇게 산다. 수풀이 우거져 꽃이 필 수 없게 되도 자기의 행함만 살핀다. 사랑과 미움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상대방 위치에서 찾으려고 했다. 야생화는 스스로 꽃을 피우고 씨를 뿌린다. 그래도 꽃잎의 향기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 안에서 진귀함을 찾으려고 한다. 마음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가. 그 깊이를 알고 싶다. 한순간에서 찾으려고 했던 지난날. 이제 잔잔한 순간들이 계속 이어지기를 원한다. 행함과 마음의 일치가 그 사람의 향기다. 꽃이 있는 곳에서 고요함을 듣는다. 소중한 하루를 가장 깨끗하게 받고 싶어서 그렇다. 말이 없어도 가장 편안한 꽃. 


네가 진정 나의 친구다. 오늘도 마음이 가는 대로 꽃이 되었네. 산은 상상할 수 있는 큰 힘이다. 이곳은 만물의 연주자가 모였다. 물소리, 새소리, 솔잎 사이 바람 소리. 이것만 합하여도 아름다움 합주가 된다. 술패랭이 옆에 가만히 있어도 나지막한 미소가 있다.

 

신복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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