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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가장 선한 향기를 맡으며 그윽해지는

신복남 기자의 ‘어젯밤 어느 별이 내려왔을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6.08 15:47
  • 수정 2023.06.0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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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꽃잎은 정갈하다. 화폭에 넣으려면 섬세한 붓끝이 가야 한다. 습기가 많은 숲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꽃잎이 두툼해야 건실하게 살아갈 것이다. 


자기 생존 방식은 본능적으로 진화해 온 것이다. 숲속에 나리꽃도 타인과의 교감도 필요하겠지만 만나고 싶지 않은 친구도 있을 것이다. 사람도 서로 살아가기 위해 최소한의 윤리와 도덕적 사회를 이뤘다. 향기 나는 사람은 향기만 풍기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인내와 고뇌가 필요하다. 그 속에서 피는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늘나리꽃은 군락으로 피지 않는다. 숲속에서 외롭게 핀다. 그도 환경이 좋지 않으면 땅속에서 휴면한다. 봄의 여왕 얼레지 꽃도 세상이 싫으면 땅속에서 잠을 잔다. 그래서 산에서 피는 꽃들은 신선하다. 꽃피는 자체가 선한 행위이다. 산에 피는 백합화라면 참으로 만나기가 민망하다. 윤리와 도덕으로 덮어씌울 것도 없이 살아있다는 자체가 선한 행위이다. 차라리 종교생활하는 것보다 산에 꽃을 보는 게 낫다. 


그 사람의 인품은 향기가 그윽한 백합화다. 무엇이 쳐들어와도 그 향기는 지울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향기는 보이지 않지만 실재 존재한다. 자연의 소리를 귀 기울이면 미세한 향기도 듣는다. 


땅속에서 주위 환경이 좋으면 불쑥 싹을 올린다. 느낌으로 싹을 올릴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세상에 나아가 꽃을 피우면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고 나온 것이다. 향기 있는 사람은 세상이 선할 것이라고 하는 믿음이다. 꽃은 그 자리에서 향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옮겨간다. 한 송이 백합화는 향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오면서 인내와 깊은 골짜기를 지나 양지바른 곳으로 왔을 것이다. 요즘 화단에 여러 색을 지닌 백합화를 많이 심는다. 뜰 안에 백합화 향기가 넘친다. 사람들은 자기 안에 있는 내면의 향기를 꽃으로 보고 싶은 것이다. 그리운 사람들, 만나고 사는 사람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게 우리의 삶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 세상이 선하다고 믿고 사는 게 낫다. 


산속에서 마을로 내려온 백합화는 그 향기는 변함이 없다. 사람의 인품이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강한 믿음에서 생선 된 터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산속 고요한 곳에서 선한 믿음으로 출발한 나리꽃은 집 뜰 안에서도 있다. 꽃향기를 조용히 맡은 것은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소리 없이 대화가 통한 데에는 향기로운 이야기가 있다.

운명의 서사시가 씌워진 데에도 인생의 우여곡절이 있다. 눈을 감아도 꽃이 피어있다. 여유로운 공간에 향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속 나리꽃아 항상 잠들지 말고 내 안에서 꽃이 되어 주렴.

  신복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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