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반대, 평화 실현!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는 말이다. 지금 국제정세는 냉혹한 상황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범하여 전쟁 중이다. 무고한 양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이유야 어찌하든 전쟁은 힘없는 자들에게 죽음과 부상을 안기는 가장 폭력적인 일이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민족정기. 외적이 침입하는 국난 앞에서 나라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크고 작은 외침으로 고통을 받았다. 그중에서 임진전쟁은 가장 참혹했던 전쟁 중의 하나이다. 국난 앞에서 의연하
글이 글자로만 보이던 시기가 있었다. 누가 무엇을 쓰던 뇌로만 글이 읽히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소설책이 어렸을 때 방학날 받은 숙제처럼 지독하고 곤욕스러웠다. 그때의 나는 아팠던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완도답지 않게 눈이 발목을 덮을 만큼 수북히 내리던 날 평소처럼 아침 일찍 등교를 하다 학교 바로 앞에서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던 날. 휴교 소식에 신이 나서 집으로 가는 길에 꽁꽁 언 손으로 아기 눈사람 3개를 만들고 갔던 나. 중학교 2학년, 장날이라는 소식에 학교 뒷산 지름길을 통해 혹여나 들킬까, 힘든지
바다의 슈퍼푸드 미역, 소안면 진산리에는 통틀어 3개의 미역 공장이 있었다.서중리 1개, 동아시 2개 지금은 다 사라졌지만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던 미역공장이었다.동네 사람들은 앞바다에 나가 미역을 채취해서 오면, 일단 미역귀는 다 잘라내고 가져왔다. 물론 주민들은 후에 알았다. 그 미역귀에는 후코이단이라는 신물질이 들어 있어 각종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광주리에 담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여럿이서 일곱개 광주리의 양쪽을 들고 운반하였다.운반된 미역은 한 곳에 모태놨다가 펄펄끓는 소금물에 삶아내 물끼를 뺀 후 다시 염장 후 선별작업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온 것들이 나를 멈추게 한다. 가을 스산한 바람이 그렇다. 나날이 변해가는 풍경도 이때만큼은 우두커니 나를 바라보게 한다. 물리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나 변해만 간다. 멈춰있는 것들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가을 풍경만은 그대로 변한 것 없이 흘러만 가는 듯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봄이 가고 여름을 지나 가을이 왔다. 실상 보이는 것들은 얼마나 변하겠느냐 쉽지만 가을이란 붉은 색에서 한참 동안 머무른다. 살아온 만큼 붉은색이 더욱 진해졌을까. 가지가 휘어져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그 진한 눈물을 나 혼자만이 훔쳐볼 수
동영상 하나가 편집국에 전해졌다.흥겨운 노랫소리와 함께 만수무강하라는 말소리. 그런데 무언가 가슴 한 켠이 짠한 느낌들. 코로나 시대를 맞은 진풍경. 혹시나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자녀들이 유리문 밖에서 늙으신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리는 정경. 이 아름다운 정경은 지난달 20일 청해요양원에서 요양 중인 어머니를 위해 자녀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면회가 어려워지자 요양원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이뤄졌는데, 자녀들은 올해 구순을 맞은 이순란 노모를 위해 요양원 입구에 잔치상을 준비했다. 고운 한복을 차려 입은 노모는 자녀들이 준
"난, 지금혁명의 불멸성을 생각하고 있다!" 노벨문학상에 선정됐는데도 이를 거부했던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가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으로 꼽았던 체게바라의 말이다.체, 그는 모든 조건을 갗춘 기득권층에 속한 인물이었지만 라틴아메리카의 민중의 자유와 인권 그리고 거대 자본에 의한 일방적인 수탈, 착취로부터 민중을 해방시키기 위해 자기가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과감하게 던져 버리면서 라틴 아메리카 혁명 전선에 온몸을 던진 실천행동가로써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절대적 지성인이었다.그는 쿠바 혁명에 직접 참가해 독재정권인 바티스타를 무너
무수히 반복해서 살아남는 것들을 위해선 계절은 섬세하게 부서진다. 한낮에 선명한 것들이 내 안에 무수히 들어와 앉는다. 일상의 공감한 영역을 매일 반복하면서 무엇인가 의미하고 싶어진다. 평온한 들판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예감하면서 한순간에선 그저 바라볼 뿐이다. 삶의 의지란 게 변화를 원하면서 제 자리를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수만 그루 꽃나무들이 초록 들판으로 터진 길 위에서 선명한 그리움을 들춰내고 있다. 조용한 강가에서 피리 떼들이 펄떡이며 온갖 선율이 맑은 하늘로 펼쳐진다. 인생이란 멀리 있는 이정표를 향해서
가을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일고, 집집마다 감나무엔 빨간 감이 익어간다. 가을걷이에 나선 농부의 입가엔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고, 바라보는 아낙의 얼굴엔 웃음꽃이 폈는데... 홀로 사는 칠십 노인을 집에서 쫓아내달라고 요구하는 원고의 소장에는 찬바람이 일고, 엄동설한에 길가에 나앉을 노인을 상상하는 이들의 눈가엔 물기가 맺힌다. 비유를 통한 멋드러진 표현인데, 이 표현은 법조계에서 나왔다. 한 판사의 판결문이다. 사건은 과거 임대주택의 실수요자인 고령의 무주택자가 부인의 병수발 때문에 직접 대한주택공사를 찾아갈 수 없어 자신의 돈을 관리
완도 소안면 진산리는 다른 마을에 비해 농토가 넓다 보니, 봄에는 고구마를 심었고 가을에는 보리파종을 했다.지금은 노령화로 묵전이 많이 생겼으나 과거에는 한 평이라도 더 농사를 지어야만 했던 시절이었다.봄에 고구마를 심기 위해선 집에서 기르는 가축 등의 퇴비를 활용해서 두엄을 만들고 지게로 지고 날라 밭에 골고루 펼친 후 거름으로 사용했었다.고구마를 수확하고 나면 절간 고구마(소안도 말 시달캐미)로 말려 농협 등에서 수매할 때 내다 팔았다.또한, 다음해에 쓸 씨 고구마도 집 벽창에 보관해 두고 이듬해 봄에 파종하여 고구마 순을 채취
무더웠던 여름의 열기도 어느덧 선선한 바람과 함께 서둘러 가을 옷으로 갈아 입기 시작했다.눈으로 만 바라보던 바다가 어느날 내게 건강을 선물하는 치유의 바다로 선뜻 다가와 주었다. 벌써 4년째. 4년 전 가을, 신지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노르딕워킹, 필라테스, 힐링명상 등 여러가지 해양자원을 활용해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해양치유 야외활동 시범 프로그램 포스터가 눈에 확 들어왔다.내가 살고 있는 동네, 그 바다에서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나는 운동을 좋아해서 매일 꾸준히 달리기와 수영을 하고 있었다. 20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이 후로
하늘이 높게 열리면 꽃의 자리가 더욱 커진다. 긴 모가지를 흔들며 가을을 노래한다. 비옥한 경작의 꽃이 아니라 꽃이 자랄 수 없는 땅에서 꽃이 된다. 그 많던 개울물도 하나도 남김없이 내보내야만 꽃이 된다. 가을의 꽃들은 어설프게 붙어있는 살들을 빼내야 꽃이 된다. 그 넓은 들판에선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다. 그것을 경계하는 선상이 가을의 꽃이다. 운명 위에 운명의 꽃들이 춤을 춘다. 살아온 만큼만 나의 운명을 사랑하노라. 영원한 생명이 나를 춤추게 할 순 없다. 오늘 바람에 흔들리는 순간만이 나의 기쁨이다. 촘촘하게 엮어진 소리
사마리아인. 이들은 본래 이스라엘 왕국의 후손으로 아시리아 제국이 북이스라엘 왕국을 정복했을 때 나라는 잃었지만 포로로 끌려가지 않았던 민족이다. 하지만 나라를 잃어 버린 사마리아인들은 혹독한 댓가를 치뤄야만 했는데, 아시리아 제국의 여러 종족과 강제 혼인을 하는 등 잡혼 정책으로 여러 종족의 피가 섞이게 되었다.유대인들은 순수한 혈통을 지키지 못한 사마리아인들을 비하하거나 미워했는데옛적, 한 유대인이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가던 도중 강도를 당해 상처를 입은 채 길에 버려졌다. 모두가 외면했지만 한 사마리아인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진산리 서중마을은 16~17세기 사이에 진주강씨가 제주도로 가던 도중 풍랑을 만나 이곳에 머물다가 그대로 정착하였고, 이어 제주고씨와 곡부공씨가 들어와 마을을 이루었다.이 마을은 서편과 중리마을로 나뉘는데, 과거 4개반으로 운영되어 왔으나 지금은 3개반만 운영되고 있다. 소안면에는 초등학교가 3개교가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이 진산초등학교. 진산초교는 이곳 서중마을에 위치해 있었다.(지금은 태양광 시설로 이용되고 있어 모교가 없어진 아쉬움이 남음) 이 마을에는 일명 ‘빤스고개’라고 인근마을 맹선리와 진산리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
뭐라고 해야 할까? 정말 물 한모금만 마시면 살 것 같은 타는 목마름의 극에 이르렀을 때, 드디어 차디찬 맥주 한 컵을 원샷하는 그런 느낌. 입안에서 목줄기를 타고 넘어가는 짜릿한 매력, 번개같은 스피드와 미친 승부욕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매력, 여자로서 남자를 이길 때 온몸의 솜털까지 쭈뼛쭈뼛한 서는 짜릿함. 그리고 가진 체력의 끝까지 가보고 싶은 자극적인 욕구. 있는 힘을 모두 짜내 때린 스매시가 바닥에 내리 꽂힐 때, 상대의 강한 스매시를 멋지게 받아 넘길 때의 그 짜릿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고, 그래서 늘 옳은 배드민턴이
산에서 피는 꽃들은 듬성등성 핀다. 좀 쓸쓸하게 피어있는 것 같지만 조용히 들려다 보면 무엇인가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일찍이 글을 남긴 선인들은 산과 강을 빼놓지 않는다. 산과 물은 가장 깨끗한 몸과 마음이다. 아침나절이면 안개빛에 얼굴을 씻고 한낮에는 녹음에 마음을 씻는다. 저녁이 가까우면 노을빛은 내 운명을 노래한다. 산 속에서 가만히 들려다 본다. 그 작은 섬세함은 마음의 끝을 세워야 보인다. 보이지 않지만 엉켜진 끈들이 이어져 큰 산을 이룬다. 붓 가는 대로 쓰면 된다. 붓끝은 가장 부드럽다. 그러나 산이 그려지고 나무가
지금은 연육이 된 신지면. 일제강점기, 이곳은 반농반어의 섬으로 인구도 적고 농토도 작았지만, 경제적으로는 완도에서 평균적인 수준에 있었다. 그러나 인구가 적었기 때문에 공립보통학교가 다른 읍면들에 비해 늦게 세워졌고, 사립학교도 학술강습소 형태로 세워지긴 했지만 일제에 의해 곧 폐쇄되고 말았다. 따라서 신지도 청소년들의 교육 수준은 다른 섬들에 비 해 낮을 수밖에 없었으며, 항일운동도 다른 섬들에 비해 그리 활발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신지도에서도 몇 건의 항일민족운동이 일어났다. 우선 1919년 3·1운동 당시, 신지도
요즘 들어 소안면의 형상은 전체적으로 볼 때, 서양 만화의 주인공 스누피 형상(위 사진 좌측)을 했다는 말이 전하고 있는데, 이월리와 비자리가 스누피의 머리이고, 가학리와 미라리 맹선리는 몸통, 진산리는 다리에 해당한다는 말이 전한다.그런데 소안도의 형국은 비자리와 이월리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날아가는 학(鶴)의 형상으로(위 사진 우측) 이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지명이 가학산(駕鶴山)이다. 미라리 쪽이 학의 머리, 가학리가 왼쪽 날개, 진산리가 오른쪽 날개, 맹선리는 학의 꼬리에 해당한다. 가학리의 가(駕)는 학이 날아가지 못하도록
우리는 누구에게나 처음 보는 이에게는 착한 척, 대단한 척, 용기있는 척, 척을 하고는 한다. 그렇게 새로운 사람들에게는 상상속의 내가 그들에게 실제의 내가 된다. 그렇게 내가 만들어낸 낯설고도 불편한 페르소나에 끼워 맞추려 ‘척’하고 결국 그들에게 나는 벽이 있는 사람이 된다. 사회로 나가며 당연한 만남이 사라지고, 새로운 이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들을 처음으로 대하는 ‘페르소나’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였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열리는 자동문처럼 튀어나올까. 그건 누군가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미움을 피하기 위해서
인생은 예행연습이 없다. 똑같은 연극의 스토리도 그날의 마음이 상태에 따라 느끼는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꽃밭에 물을 주고 꽃을 유심히 바라보면 나날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습관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나를 깨울칠 때가 많다. 계절을 쉼 없이 바뀌고 이 계절에 무슨 꽃이 피었을까. 꽃들이 불현듯이 다가오면 그 느낌도 새롭다. 오늘 내 육신은 물질대사가 왕성하게 흐르고 있다. 지난 과거는 죽은 육신이다. 마음과 생각도 마찬가지다. 이른 봄에 심어놓았던 애기부채꽃이 지금 내 신체의 일부가 된다. 꽃과 내가
단 한 번에 4백조 개의 세포들이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힘. 영원히 움직일 수 있는 동시에 영원히 멈출 수 있게 하는 힘, 영원히 공격할 수 있는 동시에 영원히 양보할 수 있게 하는 힘. 그건 사랑. 그런 사랑 가장 깊숙한 곳에 신비한 조화가 둥지를 틀고 있고, 그런 본질이 가슴 깊이 담겨 있다면 더 이상 다른 운명은 갈망하지 않는다.한결같은 열정과 앞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마음. 단 한 사람도 위기에서 홀로 고통받지 않도록 베푸는 삶을 꿈꾸는 그는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다른 누군가와 조화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