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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박수는 대통령이 주는 훈장 부럽지 않았다

약산면 미래비전 군민보고회 때 면민의 박수 받은 약산 넙고리 이금선 이장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2.08.0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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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에 4백조 개의 세포들이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힘. 영원히 움직일 수 있는 동시에 영원히 멈출 수 있게 하는 힘, 영원히 공격할 수 있는 동시에 영원히 양보할 수 있게 하는 힘. 
그건 사랑. 


그런 사랑 가장 깊숙한 곳에 신비한 조화가 둥지를 틀고 있고, 그런 본질이 가슴 깊이 담겨 있다면 더 이상 다른 운명은 갈망하지 않는다.
한결같은 열정과 앞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마음.

 
단 한 사람도 위기에서 홀로 고통받지 않도록 베푸는 삶을  꿈꾸는 그는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다른 누군가와 조화를 이룬다.


이장. 마을의 대표. 
완도만 하더라도 246개 마을을 대표하는 246명의 이장이 있고, 전국 읍면단위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이장은 총 37,723명이 있다. 


그 많은 이장들이 있기에 정말 많은 말들이 오가는데, "군수 선거보다 이장 선거가 더 어렵다" 는 말. 어느 마을의 경우에는 이장이 연임을 하면서 마을 일에 대해 주민들과 상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해 빈축을 사는 가하면, 마을 대표로 뽑아놨더니 사익만 챙기다가 불명예 퇴진을 하는가 하면, 어떤 마을은 친형제처럼 지내던 동네 사람들이 둘로 갈라져 원수도 그런 원수지간이 없을 만큼 화합이 안되는 마을도 있다. 


집성촌의 경우 주민들은 서로가 백부 숙부 당숙질 간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쉬쉬하며 넘어가는 일이 부지기수고, 어떤 마을의 경우에는 선거 때문에 두패로 나뉘어 새로운 이장 선출에 대한 ‘리, 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안’까지 만들어 운영하는 마을까지 생겨 났다.
또 이장은 이장대로 주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마을 일을 처리하려 하지만 주민들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마는데, 매일 보는 주민들과의 함께 부데끼고 생활하기에 대통령을 하기보다 마을 이장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을테다.  


지난달 20일 약산면에서 열린 '미래비전 군민 보고회' 날엔 특별한 순간 하나가 포착됐다. 이날 신우철 군수는 한 사람을 지목해 참석한 면민 대표들과 주민들에게 박수를 요청했는데, 면민의 박수를 받았던 이는 약산면 넙고리의 이금선 이장.
신우철 군수에게 왜, 박수를 요청했냐고 물었더니 "넙고리는 농어촌 버스조차 다니지 않는 완도에서도 오지입니다"


"다행히 100원 택시가 운영돼 주민들의 교통불편을 해소해 주곤 있지만, 열악한 환경 때문에 마음 한 켠에서는 늘 짠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넙고리 이장님에 대한 주민들의 칭찬이 대단했어요. 코로나로 인해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어르신들의 경우, 외부 생활을 못해 어려운 분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는데, 우리 이근선 이장님이 점심 식사도 자주해 주시고 아픈 이들을 위해 손수 모시고 가 약도 지어오면서, 내 부모와 내 형제처럼 여기고 있다는 말들을 자주 들었기에 참 고마웠습니다"

 

 


이금선 이장, 1953년생으로 현재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장을 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냐는 물음에, 이금선 이장은 "넙고 마을은 아직도 버스가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너무 낙후되어 있고, 마을 화합도 잘 안 되는 것 같아 이런 부분을 좀 개선해 보고자 했습니다"
"특히 환경적으로 열악한 지역의 경우엔 이장에 대한 주민들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마을 주민과 행정기관 간의 가교역할을 수행하면서 주민 화합을 본질에 두고 있습니다"  


박수를 받을 때, 어떤 기분이었냐고 물었더니, 이 이장은 "하하. 정말 그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는데, 대통령이 주는 훈장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마을 주민들 화합을 위하여 1년에 상하반기로 나눠 1번씩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을 일을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이장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묻자, 그는 "4년째 이장을 연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마을 화합이 하루 아침에 되지 않아 마음이 무척 속상했습니다"

 

"현명한 이들은 질문으로 넘치고, 어리석은 이들은 대답으로 넘친다는데, 왜 그럴까 스스로에게 많이 물었죠"
"결국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마음으로 마을 사람들과 차근차근 대화하면서 갈등이 생길 때마다 설득하고 힘들어 할 때는 도와주며 함께 소통하는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순간이 온 것 같다"고 했다.


가장 기뻤던 순간에 대해서도 개인사보단 마을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수마을이 목표인데 주민들도 거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줄 때 기뻤고 이제는 이장이 하는 말엔 귀를 기울여 주고 잘 따라준다고. 


이렇게 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 시간만큼 보람차고 행복하다고.
고마웠던 사람들에 대해선 옛날에는 마을의 인구도 제일 적고 빈촌 마을이었는데, 거기서 자라서 이장이 되고 바다에 면허도 넣고 여러 가지 개발을 하면서 소득도 늘고,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남보다 먼저 시도해보고 다른 사람들한테 이를 알려줬다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잘 따라주기에, 또 같이 일 했던 사람들이 너무 잘 돼서 너무 고마울 뿐이다고 했다. 마을회관에서 다같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이장으로서 하고자 하는 것에 잘 따라주는 주민들이 가장 고맙다고 밝혔다.

 

마을 대표로 전하고픈 말이 있냐고 묻자, 이금선 이장은 "군이나 면사무소에서 도움을 많이 줘서 감사하다" 
"다만, 얼마 전 군수님 보고회 때도 건의했지만 마을에 해안도로가 없어서 불편함이 크다. 예를 들어 감태나 매생이 등 생산이 아주 많은 마을인데 해안도로가 없어 아직도 배로 이동한다" 


"그런데 종사하는 주민들이 대부분 고령층이다 보니 그 부분에 있어서 너무 힘들어한다. 이 부분을 좀 개선해준다면 앞으로도 더 질 좋은 해조류를 생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또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아 식사도 제대로 못 챙겨 드시는 분들이 많다. 그렇다고 나이드신 분들만 식사를 대접하자니 젊은 주민들의 불만이 있을 수도 있어 나이 먹은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든 다같이 모여 식사를 하자고 이야기가 돼서 부녀회가 봉사하면서 식사를 담당하고 있다. 부녀회에게도 감사드린다"  


"좋은 이야기들도 매일같이 나누고 본인이 알던 정보들도 서로 공유하면서 주민들이 화합하는 분위기가 느껴져 정말 고맙고 봉사라는게 참 좋은거구나 싶다" 
"이런 자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진행했고, 철저히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더욱 조심하면서 마을주민들과 좋은 시간 보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어느 사회든 어느 조직이든 간, 대표가 되는 일은 전체의 목적을 대신할 수 있고, 전체의 가치를 대신할 수 있는 하나의 중심을 어느 한 때에는 맞이해야 된다는 것.
한 지역의 한 조직의 대표란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이금선 이장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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