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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흐르는 벌판에 혼자 서서 아름다움을 만드는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09.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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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반복해서 살아남는 것들을 위해선 계절은 섬세하게 부서진다. 한낮에 선명한 것들이 내 안에 무수히 들어와 앉는다. 


일상의 공감한 영역을 매일 반복하면서 무엇인가 의미하고 싶어진다. 평온한 들판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예감하면서 한순간에선 그저 바라볼 뿐이다. 삶의 의지란 게 변화를 원하면서 제 자리를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수만 그루 꽃나무들이 초록 들판으로 터진 길 위에서 선명한 그리움을 들춰내고 있다. 조용한 강가에서 피리 떼들이 펄떡이며 온갖 선율이 맑은 하늘로 펼쳐진다. 
인생이란 멀리 있는 이정표를 향해서 무한한 가치를 추구한 줄도 모른다. 그러나 당장 들판에 앉아 초록 꽃을 보는 일뿐, 나를 습관처럼 매일 와서 평온한 공감을 일으켜 준 풋풋한 생명. 동일한 것들이 매일 와서 나의 눈을 맑게 해준 것밖에는 없다. 


매일 찾아온 사실들은 순수한 본능이라 하겠다. 오늘 초록 들판이 어제도 내일도 아닌 듯이 며칠 지나고 보니 오늘 들판의 색깔이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꽃잎이 휘날리고 비가 내리면 땅에 떨어져 있으며 그만한 자리에 내가 있다니 오늘 살아있는 귀중한 가치다. 


온갖 사물의 위치를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듯이 나의 일상도 그렇다. 9월의 풍경을 위해서 지난 여름날에 빗물로 노래한다. 네가 그립다고 하여 꽃들로 환하게 밝혀놓았다. 비바람에 떨어져 있어도 꽃 빛으로 너를 기다겠다. 이미 붉은 마음도 어디에서가 피어있겠구나. 배롱나무 붉은 꽃이 7~9월에 핀다. 흰 꽃이 피는 품종인 흰 배롱나무도 있다. 


붉은빛을 띠는 껍질 때문에 나무 백일홍이라 한다. 벼의 이삭이 나는 시기부터 고개가 숙일 때까지 백일동안 꽃이 핀다. 한 가지에서 꽃이 수없이 많이 핀다. 꽃망울은 꽃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계속해서 맺힌다. 그래서 한 나무에서 백일동안 계속 피어있는 줄 안다. 벼가 익어가는 시기에 꽃은 더욱 붉어진다. 푸른 들판에서 노란 들판까지 그때 홀로 피어도 좋으리. 모든 공감이 흐르는 들판에서 너 혼자 있어도 정말 아름다운 것. 


사랑이 낳아 계속 이어짐에는 목표가 아니라 과정일 것이다. 진정한 가치는 살아있는 동안 느끼는 여정이라고 말 할 수 있겠지. 꽃이 수없이 피고 져도 그 속에 세세한 이야기가 없어도 돼. 그 옆에 꽃들이 아름다운 향기로 너의 생의 전체를 찬양할 필요도 없어. 앞으로 신성한 이야기를 위해 엄청난 순간들을 경험하기를 원하지 않아. 그 짧은 유한한 삶이 단 순간만이 튀어나오기를... 


그것도 내가 진정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야.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 현재 살아있는 자체가 스스로 느껴지기를 바랄 뿐. 붉은 꽃 위에 들판이 말한다. 현재의 순간을 건너뛰어 넘지 마라. 당장 너의 심장이 울리는 순간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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