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사람 집에 하얀 수국 한 그루가 있다. 너무도 수수해서 그 집을 자주 간다. 그 꽃이 먼저 주인 보다 나를 반긴다. 마음의 빛깔은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꽃으로 보이나 봐. 꽃을 보고 자연을 보고 우리는 그 마음 따라 살아가나 봐. 자연에서 야생화도 좋지만 집에서 길러보려고 세 그루 수국을 샀다. 한 그루만 집에다 심고 나머지는 수국을 보러 간 집과 수국을 좋아하는 집에 주었다. 잔잔하게 웃음 석인 목소리가 수국 옆에서 수다를 한참 떨어도 곧 떠나버릴 같은 오월이 아름답다. 논에 물이 들어오면 찔레꽃 향기 가득하고 들판에
봄은 피다가 지는 일 없이 간다. 복사꽃 갑자기 나타났다가 지는 일 없이 가고 만다. 앵두 꽃은 그렇고 자두 꽃도 그렇고 수 만리 피었다가 지는 없이 가버렸다. 온도와 햇볕의 양의 따라 꽃이 되었다가 어느 날 지는 일 없이 하나의 태자리만 남겨 두고 떠났다. 아기 때는 그 자체가 꽃인 줄도 모르기에 꽃이 보이지 않는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야 꽃이 보인다. 유독 어머니가 강렬한 빨간 꽃을 좋아했다. 지난 세월 속에서 안으로만 삭였던 어머니는 나이가 들면서 마음의 뜰 속에 빨간 꽃이 자리를 잡는다. 5월의 감잎처럼 가장 연한 잎으로
민들레는 우선 그 이름부터 정답고 친근한 민중의 풀이다. 백성의 꽃, 민중의 꽃이라는 뜻이다. 민들레는 풀밭이나 논둑이거나 길옆이거나 마당 귀퉁이거나 가리지 않고 심지어는 콘크리트 바닥 틈새에까지 뿌리를 내린다. 참으로 모질고 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들꽃이다. 도심 가운데서도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며 먼지와 오물을 뒤집어쓰면서도 노란 꽃을 방긋이 피워내는 민들레는 서럽고도 모질게 살아온 우리 민초들의 삶을 그대로 닮았다. 민들레는 겨울에 잎이 말라 죽어도 뿌리는 살아 있는 여러해살이풀로 그 뿌리가 땅속 아주 깊게 내려간다. 줄기는
우리가 안다는 것은 기껏 해봐야 내 옆에 동무 몇 사람이다. 늙어가면서 지혜를 얻는다고 해도 길가에 곧 날아 올라갈 민들레 씨앗보다 못하다. 내 몸속에 보랏빛 씨앗 하나를 아직도 이름을 못 짓고 있다. 새로운 세계를 알기 위해 어학을 공부하지만 이 세상은 알 수 없게 변해가고 있다. 깨달음은 저 산 넘어 희미하게 밀려오는 산 능선을 바라보지만 눈을 지그시 감을 수밖에 없다. 길 위에 풀숲 이슬은 반짝이는 날에 거의 오전 한나절이 가버린다. 아침에 쉼 없이 지져대는 새 소리도 세참을 먹고 있는지 조용하다. 한 무더기의 이름은 가졌지만
이 즈음, 바람이 전하는 말 중, 사람의 마음을 가장 평온하게 하는 것은 조붓한 밭둑길 끝에서 고요히 두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고 있으면 푸른 청보리 사이를 가르며 내달려 온 바람의 말이 가슴에 꼬옥 안길 때.그 순간, 고향의 손결과 숨결, 마음결을 품은 바람의 말은 영혼을 뚫고 들어오는 것만 같다.마치, 엄마를 안았을 때처럼.청보리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 2022 청산도슬로걷기축제.정지효 여행 작가는 "일 년 중에 산과 바다의 색이 가장 예쁠 때가 4월이다. 싱그러운 봄기운에 엉덩이가 들썩이는 이맘 때, 다도해 푸른 섬 청산도가
고추 모종이 하얗게 덮어질 때 산벚꽃이 핀다. 봄산에 꽃들이 마을로 내려오면 진달래, 개나리, 살구꽃이 빨갛게 핀다. 멀리서 달려오는 오느라고 아직 당도하지 않는 아카시아 꽃도 조금 있으면 볼 수 있겠지. 밭에서 거름냄새가 나면 새들도 소리가 높아진다. 한해 농사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산벚꽃이 필 때가 생명이 진행하는 소리를 들린다. 연록의 잎사귀에 하얀 꽃이 잘 어울리어 또 다른 꽃이 된다. 벚꽃이 한참 피어있는 마을로 들어간다. 한편의 풍경화가 그려질 것 같은데 그 속에 사람들이 없다. 그래도 그리운 사람 하나 풍경 속에 넣고
농어촌지역은 지리적 여건상 도시가스가 미보급되어 취사용 및 상업용 LPG용기, 난방용 보일러 등유, 전기 판넬 등 상대적으로 비싼 연료를 사용하고 있어 에너지 비용 불균형이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섬지역은 연료의 적기 배달이 어려워 난방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에는 가정별로 LPG용기를 여러 개 구입하고 기름탱크를 2개씩 설치하여 생활하는 섬이 다수이며 안전사고에 취약하고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주택은 청년들이 LPG용기를 배달하고 설치해 드려야 하는 등 연료수급 여건이 육지 대비 매우 열악한 실정. 완도군이 행정안전부에서 시행하는
세월은 시간에서 이어지고 그 간격의 차가 나이테라고 한다. 얼마나 흐르면 나이테가 모여 하나의 큰 나무가 된다. 무엇 하나 이루어 봐요. 이룰 수 있는 데에는 그리 멀지 있지 않아요. 가장 가까운 곳은 내 안이고 그리고 내 방이다. 나와 이 공간이 왔다 갔다 하며 하나의 생각을 만든다. 뜰에 피는 매화꽃도 먼 데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나와 내 뜰에서 대면하는 순간 꽃이 피게 된다. 음악에서 미와 솔은 그리 멀지 있다. 한 줄만 뛰어넘으면 아름다운 선율이 된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조화의 미를 만든다. 봄꽃들이
봄 산은 꽃이 피었는데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는다. 내 앞에 봄 빗방울이 아직 여물지 않았지만 봄꽃이 한참 피었네. 그리움 한 방울 가지고 봄 산에 들어와 있는데 급히 나와 반가움을 전하는 이 하나도 없네. 자주색 제비꽃이 여기저기 나와 인사를 청하지만 그리움이 없는 곳에 그게 꽃으로 보이겠는가. 노란 민들레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를 믿어보지만 사람들이 없는 곳에 무슨 약속이 있겠는가. 봄 산에 누워 파란 하늘을 본다. 벌써 찔레꽃 향기가 무더기로 오는 것 같다. 사람들은 말한다. 찔레꽃 향기가 너무 슬프다고. 그래 지난 과거에는 봄
유년의 밭가에서. 이윽고 뙤약볕의 열기와 매미 울음소리가 절정에 도달할 즈음 푸른 오선지 같은 밭고랑을 타고, 또랑에서 가재를 잡는 소년에게로 건너오는 노랫소리. 그것은 콩밭 매는 동네 아낙들이 부르는 노랫소리였다. 그 소리는 창창하거나 팽팽하지는 않았지만 기세등등하던 매미 울음소리마저도 잦아들게 했다. 말하자면 삶의 고달픔과 서러움 같은 것들이 뱃속에서 응어리가 되어 떠돌다가 노래의 몸을 입고 입 밖으로 빠져나와 콩잎을 흔들며 건너오는 소리였다.구성지면서도 찰지고 찰지면서도 구슬픈 기운을 지닌 그 노래는 출렁거리며 건너왔는데 그
"여기는 관제탑 , 무슨 일인가?""우리의 위치를 잃어버렸다. 육지도 태양도 보이지 않는다!""무슨 소린가? 서쪽으로 계속 방향을 잡아라.""서쪽? 서쪽이 어딘지 모르겠다. 바다의 모양도 다른 곳과 다르다... 아니? 이 계기들이 왜 제멋대로..... (무전 끊김)이것은 1945년에 실종된 폭격기들이 실종 직전에 관제탑과 나눈 교신 내용이다. 방향과 위치와 속도를 알리는 계기들이 고장나고 무전마저 갑자기 끊어졌다.배 역시 마찬가지여서 잠깐이라도 교신을 했던 사고 선박의 선원들은 한결같이 나침반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각종 장비들이 마비
봄은 아직 산중이다. 연초록 햇살에 붉어진 철쭉이 머무는 산빛도 아직 산중이다. 개울물 쉼 없이 흘러 마을로 가는 첫사랑도 아직 산중에 있다. 간밤에 비 내리고 바람 불어 독한 뜻을 지니게 되는 천남성도 아직 산중에서 슬픈 사람들의 체온을 데우는 초록 꽃 슬픈 별이 있다. 자연과 인간, 생과 사 그 간극의 사이에다 쓰디쓴 인생사를 펼쳐 놓고 연초록 가지 사이에 맑은 바람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순간 꽃은 지고 연한 초록이 돋아나는 경계에서 슬픔이 문을 열고 있다. 슬픔의 응어리가 터져야 눈물이 되고 독을 풀어내는 유일한 경계가 마음속에
완도군은 지난 16일부터 12개 읍면을 돌며 소통ㆍ공감을 위한 현장 소통행정 ’군민행복 정책 토크’를 펼치고 있다.이번 정책토크는 군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지역의 현안사항 해결과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소통ㆍ공감 행정 추진과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주민 애로사항 해결과 주민화합ㆍ민생안정 도모를 위해 마련됐다.이번 정책토크는 읍ㆍ면장의 읍면정 설명에 이어 완도군 발전 핵심 SOC사업, 산림과 해양을 아우르는 해양관광거점도시 육성, 농수축산업 경쟁력 강화 및 경제 활성화, 안전하고 살기 좋은 생활환경 조성, 모두가 행복한 보편적 복
봄 땅 위에 있는 모든 이들을 사랑하리. 죽은 나뭇가지에서도 봄기운이 쏟아나고 있다. 가슴 깊이 사무치게 그리워도 눈길 하나 주지 않는 저 바위 돌도 때가 되니 가슴을 내 져친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불현 듯 다가오는 진달래 꽃. 오히려 내 마음이 놀라 힐긋 바라보니 수집은 듯이 얼굴을 붉힌다. 스무 살 촌스러운 여자는 그대로의 봄이다. 아무리 치장을 하여도 그 속에 촌스러운 티가 보인다. 이런 모습으로 오는 봄이 언제까지 올까요. 이 땅 위에 있는 자들이 우주를 본 듯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우리는 지금 이 지상에서 꿈틀거리면서
2일 급수에 10일 단수. 노화 보길 주민들에겐 악몽처럼 떠오르는 극심한 봄가뭄. 2일 급수에 10일 단수가 실시되던 2017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노화 보길 지역에선, 하천에서 물을 보길도 보황저수지로 펌핑하고, 해군 급수정으로 물을 실어와 저수지를 채웠으며, 노화 보길의 모든 관정에서 물을 실어와 식수원인 보황저수지를 채웠다. 그런데도 비가 오지 않아 농업용 저수지의 물과 노화 광산 지하의 물까지 끌어와 보황 저수지를 채우며 주민의 제1 생존권인 물 부족을 해결했다. 주민 김 모 씨는 "그해 4월달에 마침내 비가 내렸는데,
대문호 괴테가 말했다.우리는 어디서 태어났는가? 사랑에서. 우리는 어떻게 멸망하는가?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무엇으로 자기를 극복하는가? 사랑에 의해서. 유쾌한 시너지 효과로 함께와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가수 영탁과 팬클럽의 선한 영향력.완도신문 보도 이후, 본보와 제휴된 오마이뉴스에 영탁의 신곡 '전복 먹으러 갈래?' 발매 이후 완도를 방문한 가수 영탁과 그의 팬클럽들이 코로나19 대응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후원금과 후원물품을 전했다는 미담이 소개되자, 인터넷 포털엔 3000여개의 좋아요와 200개의 댓글이 올라와 또 한
산 아래 또 산이 있다. 아무리 작은 풀꽃이라도 다시 봄 산이 되고자 초록의 옷을 입고 있다. 여러 물길이 모여 하나의 세상을 되고자 푸른 강물이 된다. 온몸으로 꽃이 되고자 숱한 흔들림 속에서 뿌리는 더욱 강건하리라. 반짝이는 잎새는 섬세하게 햇빛을 받아 하나의 푸른 산을 만든다. 산에서도 쉬지 않고 길을 가고 있다. 들판에서도 쓸쓸한 사람이 서 있는 듯 걸어가고 있다. 온 산이 그 푸름을 잊고 고개 넘어 철새 소리가 넘어온다. 꽃은 여기저기 정답게 피지만 산허리는 바람을 뒤로하고 세월을 남김없이 어디론가 길을 떠나고 있다. 쓸쓸
지난 25일 치뤄진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완도군분회장선거는 총 311명의 대의원 중 300명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1번 임규성 후보가 140표(46.7%)를 얻어 지회장에 당선됐다. 기호 3번 김상율 후보가 124표(41.3%), 기호 2번 최종문 후보는 32표(10.7%)를 얻었으며 무효표는 4표였다. 임규성 당선자는 “8년간 분회장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분회장과 경로당 회장의 노고를 잘 알고 있다. 군과 잘 협력해 지역별 노인회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선배들이 이루어 놓은 길을 잘 닦아 완도군지회가 발전할 수
새해 음력 정월 쥐날(上子日)에 논이나 밭 두렁에 불 붙이는 한민족 정월의 민속 놀이로 밤중 농가에서 벌어지는 쥐불놀이. 해가 저물면 마을마다 들로 나가 밭둑이나 논둑의 마른 풀에다 불을 놓아 태우며 노는 쥐불놀이는 1년 내내 병이 없고 모든 재앙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던 선조의 풍습이다. 정월대보름날 쥐불을 놓는 까닭은 잡초들을 태움으로써 해충의 알이나 쥐를 박멸해 풍작을 이루려는 마음이 컸고, 쥐불의 크기 따라 풍년이나 흉년 등 마을의 길흉화복 점치기도 했다. 보름 때면 동네 아이들은 빈깡통으로 불통을 만들고 못으로 깡통 이곳
그 어떤 것에서도 강요받지 않고 혼자 스스로 사는 데에서 자아를 토해낼 욕망이 필요하다. 일엽편주의 망망대해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바람이 필요하다. 자기 스스로 복제가 가능한 식물일지라도 때가 되면 그에 맞는 주변 환경이 필요하다. 작은 부자는 성실함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 그러나 큰 부자는 하늘의 도움이 필요하다. 가지면 가질수록 낮아지고 겸손해져야 한다. 그 많은 금은보화는 자기 것이 아니다. 낮은 사람과 함께 나눠 가지라는 하늘은 명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도 권력이 필요하다. 그 욕망으로 계획하면서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