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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바라기 가족회원들의 정월 대보름 쥐불놀이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02.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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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음력 정월 쥐날(上子日)에 논이나 밭 두렁에 불 붙이는 한민족 정월의 민속 놀이로 밤중 농가에서 벌어지는 쥐불놀이.

 

해가 저물면 마을마다 들로 나가 밭둑이나 논둑의 마른 풀에다 불을 놓아 태우며 노는 쥐불놀이는 1년 내내 병이 없고 모든 재앙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던 선조의 풍습이다. 정월대보름날 쥐불을 놓는 까닭은 잡초들을 태움으로써 해충의 알이나 쥐를 박멸해 풍작을 이루려는 마음이 컸고, 쥐불의 크기 따라 풍년이나 흉년 등 마을의 길흉화복 점치기도 했다. 


보름 때면 동네 아이들은 빈깡통으로 불통을 만들고 못으로 깡통 이곳 저곳에 구멍을 뚫어 철사끈을 달아 그 안에 솔방울이나 관솔을 가득 채운 후 불을 붙였다. 철사로 끈을 매어 큰 원으로 빙빙 돌리면 타는 불이 타원을 이루며 허공 속에서 긴 곡예를 펼치며 장관을 이루었다. 

 

 

이미 논둑 마다 선발대로 미리 도착한 이이들에 의해 놓은 쥐불은 뱀이 붉은 혀를 날름거리듯 번져나갔다. 푸른 달 빛 아래 빨간 불이 깜박이며 타들어 가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아이들은 신이 나 계속 돌리며 앞 논둑을 향해 망아지처럼 달려갔다.
평소같으면 불장난한다고 야단을 맞았을 동네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서 깡통에 불 붙여 정월 대보름달을 연상시키면서 원을 그리며 돌려 불의 기세가 크면 좋다고 박수를 치며 자정까지 놀았다.

 

 

이웃 동네와 쥐불싸움도 했다.
싸움에 패하는 마을은 1년 내내 염병을 앓고 농사도 흉년이 든다는 속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해가 지고 1년 중 가장 크다는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르면 아이들은 서로 모여 잠시 뒤에 있을 쥐불 싸움의 작전계획을 짰다. 만약에 싸움에 질것에 대비하여 한참 형들도 뒤편 후미진 곳에 매복하여 두었다.


드디어 마을 간 쥐불을 놓아가며 서서히 쥐불 싸움꾼들이 몰려오는데, 초등학교 애들이 앞에서고, 좀 큰 애들이 뒤서고, 더 큰 학생들이 맨 뒤에서 깡통을 돌리고 가느스름한 지팡이를 들고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쳐들어왔다.

 

 

어린 아이들이 서로 엉켜 치고 받으며 순식간에 논바닥은 아수라장을 이루면 이때 큰 학생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달려나오면 어느 한 쪽은 싸움을 포기하고 도망쳐 버렸다. 


도망가는 적을 따라가다가 승리의 기쁨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던 유년시절의 추억.
사랑방에 모여 놀다가 한밤 중엔 이웃집 잡곡밥을 슬쩍해다 양푼에 맛있게 비벼먹던 기억도 참 좋은 추억.


다음날 쥐불놀이 하다가 논에 쌓아둔 볏짚을 다 태우고 어른들에게 혼이 나기도 하고, 설빔으로 해준 고운 옷에다 불똥을 내 엄청 혼이 난 추억들. 지금은 민속촌이나 고궁에 가야 이것을 볼 수 있으니 새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지난 정월대보름 인터넷 카페 완도바라기 가족회원들이 신지명사십리에서 쥐불놀이를 했다. 한 해 동안 재앙을 불에 태워 없애고 코로나가19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각종 신기한 불꽃을 연출하며 신지명사십리 바닷가를 환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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