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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꽃이 되기 위해 아슬아슬한 가지에 매말려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04.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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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시간에서 이어지고 그 간격의 차가 나이테라고 한다. 얼마나 흐르면 나이테가 모여 하나의 큰 나무가 된다. 
무엇 하나 이루어 봐요. 이룰 수 있는 데에는 그리 멀지 있지 않아요. 가장 가까운 곳은 내 안이고 그리고 내 방이다. 

 

나와 이 공간이 왔다 갔다 하며 하나의 생각을 만든다. 뜰에 피는 매화꽃도 먼 데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나와 내 뜰에서 대면하는 순간 꽃이 피게 된다. 음악에서 미와 솔은 그리 멀지 있다. 
한 줄만 뛰어넘으면 아름다운 선율이 된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조화의 미를 만든다. 봄꽃들이 여기저기 한창 피어댄다. 이들도 옆에서 물과 햇빛이 이야기 해줘 가면서 정답게 핀다. 나는 항상 혼자가 아니며 너도 영원히 혼자가 아니다. 


이루어 봐요. 꽃이 만발할 때 그대가 내 옆에 있었으니 이것이 뜻이고 진리인 것을 좀 세월이 흐르니 알겠다. 산벚꽃이 한창 만발할 때 매화말발도리가 핀다. 이 나무는 수국과라 그런지 꽃잎이 아주 순수하게 핀다. 매화말발도리라는 이름은 순 우리말로 ‘매화’와 ‘말발도리’가 합해져서 된 이름이다. 꽃의 모양이 매화를 닮았다 해서 매화가 붙게 되었고 말발도리는 열매의 모양이 말의 발굽 모양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물이 잘 빠지는 바위틈에서 잘 자란다고 해서 바위말발도리의 이름도 있다. 


바람이 불어 구름이 되고 어느 날 찬바람이 와서 비가 될지니 그 넓은 세상에 너와 나의 만남이 될 것이다. 순백에 하얀 얼굴에 찬비가 너의 얼굴을 적신다 해도 어느 순간 하얀 그리운 얼굴이 되었다. 어제 핀 꽃이 오늘 지는 모습을 보려 하니 꽃잎이 하나도 없다. 


동백꽃이 떨어진 땅 쪽을 바라보아도 떨어진 흔적 하나도 없다. 산다는 것도 이처럼 허망한 것일까. 꽃잎 핀 자리에는 파란 마음이 자라고 있다. 태어나기 전에 그렇게 열망하는 것들이 날아다니다가 이곳이 태자리가 된다. 세상일이 수상하니 첫 태동으로 돌아가리. 내 마음의 고향은 피안의 세계에서 있지 않다는 걸. 꽃 지는 가지에서 알았네. 매화말발도리의 꽃잎이 통꽃이다. 매화꽃 보다가 매화말발도리 보며 다시 매화꽃으로 간다. 오늘도 내 안에서 열망하는 것들을 위해 이곳저곳에서 피 터지게 싸운다. 그리고 모든 꽃을 위해 사무치게 그리워 해본다. 


아슬아슬한 가지에서 임을 위한 꽃이 된다. 
향기 있는 꽃이 되기 위해 노란 암술을 달아놓는다. 아마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고뇌의 길이가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진귀한 것들은 내 안에서 수만 번 피고 지더라. 한 나무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소금 기둥이 되었을 적에 해동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이테가 하나하나 더해져 나무가 되듯 나이도 내년, 내후년 무엇이 있어 나를 나답게 만들까. 답은 가장 가깝게 있는 두 음만으로 노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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