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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눈물, 그 눈물이 말을 할 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03.3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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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산은 꽃이 피었는데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는다. 내 앞에 봄 빗방울이 아직 여물지 않았지만 봄꽃이 한참 피었네. 
그리움 한 방울 가지고 봄 산에 들어와 있는데 급히 나와 반가움을 전하는 이 하나도 없네. 자주색 제비꽃이 여기저기 나와 인사를 청하지만 그리움이 없는 곳에 그게 꽃으로 보이겠는가. 

 

노란 민들레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를 믿어보지만 사람들이 없는 곳에 무슨 약속이 있겠는가. 
봄 산에 누워 파란 하늘을 본다. 벌써 찔레꽃 향기가 무더기로 오는 것 같다. 사람들은 말한다. 찔레꽃 향기가 너무 슬프다고. 그래 지난 과거에는 봄 산에 사람들이 많았지. 그래도 슬프다고 했는데 지금 봄 산은 너무 슬프다. 산새들이 오고 가고 봄꽃이 만발하지만 그 꽃을 보고 약속의 말들이 없다. 봄 산에 들어와 산 민들레에게 내 작은 마음을 다하고 들판에서 씀바귀 꽃에 아주 솔직한 마음을 전한다. 


여름에 노란 고들빼기에 두 사람의 이름표를 달아본다. 가을에 코스모스에게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 달라고 전한다. 


계절마다 국화과의 꽃이 있다. 봄에는 민들레, 여름에 완고들빼기, 가을에 코스모스와 국화다. 이들이 하나같이 쓴 냄새가 난다. 그리고 횐 액이 나온다. 벌레들이 먹지 못하도록 쓴 액이 나온다. 꽃모양도 비슷하다. 봄에는 민들레와 씀바귀가 비슷하고 가을엔 코스모스와 산국화가 비슷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 산에서 피는 꽃들이 대체로 꽃잎들 사이에 약간 공간이 있다. 산 씀바귀와 산 민들레들이다. 박한 땅에서 자라 꽃잎들도 저렴하게 피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꽃들이 더 아름답다. 


그리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수수한 자태를 하고 있다. 이런 꽃잎에 다정한 마음을 내려놓고 싶어진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이 약간 흔들리는 노래가 된다. 예전에는 이산 저산 사람들이 많았다. 상춘객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메아리도 돌아오지 않는다. 가끔 나무 쪼는 새소리가 나는데 빈집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로만 들린다. 


언제나 꽃들은 계절을 말한다. 봄 산에 산 벚꽃이 꽃그늘을 만들고 낮은 땅에선 진달래 큰 소나무 옆에서 나를 기다린다. 바스락 바른 잎 사이에서 양지꽃이 나오고 그 옆에 봄비 에 젖어있는 작은 붓꽃이 있다. 국화과 중에서 첫 계절을 연 민들레와 씀바귀 꽃이 있다. 


살아있는 것은 눈물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진심 어린 눈물이다. 이것이 바로 꽃들을 보게 한다. 아무도 살지 않는 봄 산에 들어가 봄꽃들과 대화가 되는 것도 자기만의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봄 산은 문지기도 없고 울타리도 없다. 누구나 눈물 한 방울만 갖고 들어가면 아주 작은 봄꽃이 보인다. 연보라 꽃, 자주 꽃, 노란 꽃이 애잔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봄 마중을 하려면 내가 직접 마음을 열지 않고선 안 되는 시절이 와있다.


 신복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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