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화 회상."엄니, 선생님이 오재미를 만들어 오라는디" "그람, 내일 운동회 허냐? 그러믄 느그 언니한티 만들어달라고 혀라""느그 진숙 언니가 만든 오재미가 제일 이쁠 것이여! 누구는 네모나게 만들어오고, 누구는 듬성듬성 바느질해서 금방 터질 것 같고, 누구는 후줄근하니 만들어 모양이 다 지각각인디 느그 언니가 만든 거는 한 눈에도 딱 각이 잡혀서 빵빵하니 이뻐서 눈에 뜨일 것이여"원래 오재미는 팥주머니라고 불렀다. 팥을 넣어야했지만, 그 시절엔 없는 살림이라 콩도 넣고, 보리도 넣고, 쌀도 넣고 정없으면 모래를 퍼다가 넣었다. 봄
내가 아는 사람 집에 하얀 수국 한 그루가 있다. 너무도 수수해서 그 집을 자주 간다. 그 꽃이 먼저 주인 보다 나를 반긴다. 마음의 빛깔은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꽃으로 보이나 봐. 꽃을 보고 자연을 보고 우리는 그 마음 따라 살아가나 봐. 자연에서 야생화도 좋지만 집에서 길러보려고 세 그루 수국을 샀다. 한 그루만 집에다 심고 나머지는 수국을 보러 간 집과 수국을 좋아하는 집에 주었다. 잔잔하게 웃음 석인 목소리가 수국 옆에서 수다를 한참 떨어도 곧 떠나버릴 같은 오월이 아름답다. 논에 물이 들어오면 찔레꽃 향기 가득하고 들판에
봄은 피다가 지는 일 없이 간다. 복사꽃 갑자기 나타났다가 지는 일 없이 가고 만다. 앵두 꽃은 그렇고 자두 꽃도 그렇고 수 만리 피었다가 지는 없이 가버렸다. 온도와 햇볕의 양의 따라 꽃이 되었다가 어느 날 지는 일 없이 하나의 태자리만 남겨 두고 떠났다. 아기 때는 그 자체가 꽃인 줄도 모르기에 꽃이 보이지 않는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야 꽃이 보인다. 유독 어머니가 강렬한 빨간 꽃을 좋아했다. 지난 세월 속에서 안으로만 삭였던 어머니는 나이가 들면서 마음의 뜰 속에 빨간 꽃이 자리를 잡는다. 5월의 감잎처럼 가장 연한 잎으로
'운덕'이라는 명나라의 사신. 이렇게 기록했다.
완도의 명물인 생일도 투명산. 투명산은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마치 산 두 개가 겹쳐 투명하게 보이는 착시이다. 이 착시는 경이롭다. 산은 거칠어 절대 투명할 수 없는 줄 알면서도 투명하게 보이기 때문인데,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오성주 교수는 투명산의 착시 현상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몇가지 희귀한 시각적이고물리적인 조건들이 서로 맞아야 한다고 전한다.투명산을 보기 위해서는 완도 당목항에서 배를 타고 금일도로 가야 한다. 투명산을 만들어내는 것은 생일도에 있는 백운산 봉우리들이지만, 정작 이 현상을 볼 수 있는 곳은 5㎞가량 떨어진 금일도
제 몸 감아 선 그 어깨에아내를 매달고아이들을 매달고 힘겹게 버티는등나무, 남편노부모 모시고 시렁 위에서나 몸 한번 뻗을 수 있는 몸피울 꽃은 많은데줄기는 가늘어축축 매달고 힘들어 피워낸 백팔십송이 등꽃슬프게도 자랐지만다섯 식구 매달려도 끄떡 없는등에 나무 짊어진 등나무, 남편 등나무/김정화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났다. 낯빛이 희고 짙은 눈썹에 눈빛이 맑고 카리스마가 있는 의경이었다. 사귀어 보니 기둥처럼 듬직했다. 매사에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어떠한 환경이 닥쳐도 기죽지 않을 사람이었다.여자가 결혼하면
민들레는 우선 그 이름부터 정답고 친근한 민중의 풀이다. 백성의 꽃, 민중의 꽃이라는 뜻이다. 민들레는 풀밭이나 논둑이거나 길옆이거나 마당 귀퉁이거나 가리지 않고 심지어는 콘크리트 바닥 틈새에까지 뿌리를 내린다. 참으로 모질고 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들꽃이다. 도심 가운데서도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며 먼지와 오물을 뒤집어쓰면서도 노란 꽃을 방긋이 피워내는 민들레는 서럽고도 모질게 살아온 우리 민초들의 삶을 그대로 닮았다. 민들레는 겨울에 잎이 말라 죽어도 뿌리는 살아 있는 여러해살이풀로 그 뿌리가 땅속 아주 깊게 내려간다. 줄기는
봄=움=숨=쉼.봄은 그대가 나에게로 오는 소리, 그러면 내 마음이 그대에게 달려가는 것 같아서, 하얀 모래 위에 발을 올려놓으면 봄바람 같은 '도'에 봄빛 같은 ‘레’ 봄나비의 ‘미’가 마치 봄빛 같은 건반 위를 내딛는 그 소리는 한 마리 나비가 내 마음에 꼽발(뒷꿈치를 들고 걷는다는 전라도 방언)을 딛고서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내 마음을 따스한 봄빛으로 가득 차 오르게 해. 그곳은 청산도.지난해까지만 해도 관광과는 코로나로 인해 거의 개점 휴업 상태로 보냈다. 예산까지 제대로 배정받지 못하며 침체일로의 지역경제를 활성화에 나서지
예나 지금이나 바다는 풍요롭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혹독하기만 하다. 척박한 삶, 완성되지 못한 삶, 반쯤만 살아내야 하는 삶, 선천적 불완전성 그런 것들이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어머니의 삶과 그 어머니의 어머니의 생애를 물려받은 사람들. 집에서도 며느리, 집 밖에서도 며느리, 마을에서도 며느리. 며느리라는 말로 생활해 가는 사람들이 동백마을 부녀회원들이다. 새마을 운동 당시 좀돌이 저축으로 고양이 기르기 사업에 앞장서고 해녀 교육 사업으로 1가구 1해녀 육성으로 마을 발전에 한 축을 이루었던 것도 동백마을 부녀회이
고단한 하루 끝에서 마음의 온기가 채워지는 순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오늘도 잘 살아냈다’라고 토닥여주는 듯해 우리는 찰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해가 지는 곳으로 향한다. 해가 뜨는 걸 보려면 평소보다 부지런을 떨어야 하지만 해가 지는 건 요즘 전보다 해 기우는 시간이 늦어져 타이밍만 잘 맞추면 언제든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매번 찬란함을 마주하기 어렵다는 게 관건. 콘크리트 숲 사이보다 바다에 내려앉는 노을 보는 걸 좋아해 2년 전 일부러 찾아간 곳이 있었다. 일몰공원. 수십 번 지나다녔을 길이라 봤을 법도 한데 지나쳤는지
우리가 안다는 것은 기껏 해봐야 내 옆에 동무 몇 사람이다. 늙어가면서 지혜를 얻는다고 해도 길가에 곧 날아 올라갈 민들레 씨앗보다 못하다. 내 몸속에 보랏빛 씨앗 하나를 아직도 이름을 못 짓고 있다. 새로운 세계를 알기 위해 어학을 공부하지만 이 세상은 알 수 없게 변해가고 있다. 깨달음은 저 산 넘어 희미하게 밀려오는 산 능선을 바라보지만 눈을 지그시 감을 수밖에 없다. 길 위에 풀숲 이슬은 반짝이는 날에 거의 오전 한나절이 가버린다. 아침에 쉼 없이 지져대는 새 소리도 세참을 먹고 있는지 조용하다. 한 무더기의 이름은 가졌지만
포기한다는 것은 이젠 더 이상 할 수 없다며 멈추는 것. 반면 내려놓음은 할 수 있지만 비우는 마음으로 하지 않기로 결단하고 멈추는 것.멈춘다는 측면에선 같은 말인 것 같지만, 포기는 본성에 부합하는 반면 비우는 건 본질과 부합해 둘 차이는 하늘과 땅, 천양지차다.포기는 현실적인 아쉬움의 결정인 것이고, 내려놓음은 깊은 성찰끝에 내릴 수 있는 결정으로써, 본성이란 내가 기쁘기 위해 너를 희생시키는 이기성을 바탕으로 하는 반면 본질이란 너를 위해 내가 희생해 너와 나 모두를 기쁘게 하는 환희의 일로써, 옳은 일을 할 때 느끼는 기쁨과
금일읍 동백 마을의 지형을 보면, 목마름의 끝에 이른 푸른 매가 그 마지막힘을 모으고 모아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려 번개처럼 날아가 먹이를 낚아채려는 듯 바다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인데, 주민들은 그래서 매의 형상을 한 이곳 동백리 진산인 큰산에는 꿩이나 참새들이 거의 오지 않는다고 한다. 동그라미 안의 지명이 마을에서 부르는 새머리다. 새머리는 마을(샛터몰)에서 작은재〜작은골〜큰골〜오동골〜목넘에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가면 나온다. 이곳 새머리는 김해김씨 69대손이 개간을 하고 경작을 하다가 폐답이 되어 그의 후손들이 약수터와
지난 15일, 완도군 군의원 다선거구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본사를 방문한 허궁희 의장.허 의장은 "본사 방문과 관련해선 의장 신분으론 한 번도 찾아보지 못했다면서, 언론은 사회의 공기(公器-공중, 여러 사람의 물건)로 사실과 진실을 전달하며 사회 정의와 올바른 여론 조성를 실천하는 기능과 사명을 완수 해야만하며 그것은 당연한 언론의 명분이며 존재 이유다"면서 "최근 언론를 보면 의혹이나 문제 제기에 대한 기사는 있는 반면, 그에 대한 소명이나 해명 기사는 볼 수 없는데 달리 말하면 군민의 알권리 충족이라기 보단 무엇인가 영향력을 줄
이 즈음, 바람이 전하는 말 중, 사람의 마음을 가장 평온하게 하는 것은 조붓한 밭둑길 끝에서 고요히 두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고 있으면 푸른 청보리 사이를 가르며 내달려 온 바람의 말이 가슴에 꼬옥 안길 때.그 순간, 고향의 손결과 숨결, 마음결을 품은 바람의 말은 영혼을 뚫고 들어오는 것만 같다.마치, 엄마를 안았을 때처럼.청보리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 2022 청산도슬로걷기축제.정지효 여행 작가는 "일 년 중에 산과 바다의 색이 가장 예쁠 때가 4월이다. 싱그러운 봄기운에 엉덩이가 들썩이는 이맘 때, 다도해 푸른 섬 청산도가
기획특집 1 완도군 12개읍면 중, 2곳 빼고 모두 소멸 고위험지역 국회 의원연구단체 ‘국회 섬발전연구회(대표의원 서삼석)이 30일 의원회관 제1 간담회실(영상회의실)에서 개최한 ‘코로나19 이후 섬 주민들의 삶의 질 진단 및 제고 방안’ 온라인 토론회에서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섬 주민 삶의 질 만족도가 지난 2019년 4.2에서 지난해 3.8로 떨어졌다”고 밝혔다.박상우 연구위원은 이날 ‘지방소멸시대 삶의 질 제고 방안’이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이같이 밝히며 “같은 시기에 조사한 ‘입지 유형별 지역소멸지수’도 섬 지
고추 모종이 하얗게 덮어질 때 산벚꽃이 핀다. 봄산에 꽃들이 마을로 내려오면 진달래, 개나리, 살구꽃이 빨갛게 핀다. 멀리서 달려오는 오느라고 아직 당도하지 않는 아카시아 꽃도 조금 있으면 볼 수 있겠지. 밭에서 거름냄새가 나면 새들도 소리가 높아진다. 한해 농사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산벚꽃이 필 때가 생명이 진행하는 소리를 들린다. 연록의 잎사귀에 하얀 꽃이 잘 어울리어 또 다른 꽃이 된다. 벚꽃이 한참 피어있는 마을로 들어간다. 한편의 풍경화가 그려질 것 같은데 그 속에 사람들이 없다. 그래도 그리운 사람 하나 풍경 속에 넣고
한 인간을 두고 굳이 인(人)이라 하지 않고, 사이 간(間)를 넣어 인간(人間)이라 한 건, 인간은 곧 사이라는 말이다. 나와 너 사이, 나와 그것과의 사이, 사랑은 나와 너 사이에서 생겨난 이름이고 인간은 그 사랑 안에서 살아가는 이름이다. 보강 취재를 위해 10여일 전, 정상화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여름날 해조류센터 분수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같던 목소리가 기름칠 없이 돌아가는 쇠소리같다.'혹, 코로나!' 생각할 쯤, "맞아요. 코로나에 확진돼 지금 소안면사무소 관사에 격리돼 있어요" "확진됐다는 건, 절대 지면에 알리지
지난해 3월에는 농심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현수막이 완도 거리 곳곳에 걸렸다.당시 완도를 찾은 외지인들은 농심과 완도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길래 이렇게 현수막까지 게첨했냐는 물음이 많았는데, 완도군의회 허궁희 의장은 “국내산 농수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식품산업의 근간을 지켜야 한다는 철학으로 농심 제품에 완도산 다시마를 사용해 완도 어민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셨고, 해조류 소비 시장을 확대시켜온 고인의 뜻을 높이 기리며 완도군민과 함께 애도(哀悼) 한다”고 말했다.“땡큐 짜파구리!”'기생충' 영화로 전 세계적으로
햇살의 손바닥이 살며시 나무의 가슴에 올려 놓는다. 두근두근, 이제 꽃이 나올 것만 같은 예감.햇살은 나무의 혀까지 치고 올라와 이빨 사이로 폭발하려는 환장할 심장 박동을 조절해주고 싶었던 것. 나무의 가슴은 이렇게 두방망이질 친 적이 없었다. 피가 융단 폭격을 하듯 붉은심장으로 몰려 이를 진정시키려고 햇살은 부드러운 손으로 연신 나무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꽃이 나왔다. 그리고 봄. 그 봄을 기억하지 못하면 바로 여름일 것인데, 시인들은 봄을 어떻게 노래했을까?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칠레의 혁명가, 네루다. "나의 말들이 널 애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