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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한강과 낙동강에 배부터 다니게 하라!”

건축학자 김석철의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07.03.25 08:35
  • 수정 2015.11.0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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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은 유치원생 정권”, “오세훈 서울 시장은 탤런트 시장”, “공동체에 상속할 것이 없는 나라는 3류국가”….

지난 3월 8일 인간개발연구원이 주최한 조찬강연 연사로 나선 김석철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학장이 거침없이 쏟아낸 독설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소개한 독설은 어떤 맥락 속에서 나온 것일까. 이와 관련된 강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과거 1천년 동안이나 유지된 수도를 하루아침에 옮기려는 것은 참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노무현 정권은 유치원생이 집권한 정권과 다를 바 없다.”

 

“서울의 얼굴인 ‘4대문 안 서울’에 대한 도시사업을 1993년 서울시장에게 제안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최근 창조시정을 한다면서 그 제안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는데, 전형적인 탤런트 시장의 모습이다.

 

“한국의 재벌들은 자손에게 무언가를 물려주는 상속에는 관심도 많고 노력도 기울이지만 정작 국가의 국민적 상속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들 개개인은 자기 후손에게 상속하려 하지만 그 후손들이 살아가야 될 공동체에 대해서는 상속할 것이 없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3류국가의 모습이다.”

 

경부운하가 어떤 학자의 제안인지 궁금해

 

 김 학장의 독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선후보가 내놓은 가장 대표적인 공약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일갈한 것이다.

 

“행정수도, 경부운하, 열차페리 등은 정치에 욕심이 있는 일부 교수들이 충실한 연구도 없이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만들어놓은 일종의 캐치프레이즈에 불과하다” 

 

김 학장은 건축학자로서 특히 ‘경부운하’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이와 관련된 그의 발언은 이렇게 시작됐다. 

“경부운하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결국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조운(漕運)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강물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강물을 연결해서 배가 다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한강과 낙동강에는 배가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한강에 배가 다니게 하려고 벌써 몇 년째 노력하고 있는데, 그것조차 어려워서 못하고 있다는 것이 김 학장의 설명이다.

 

“5년 전 도자기 엑스포 할 때 일단 한강이라도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시도해 봤지만 그것도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먼저 사방에 댐이 있기 때문에 한강에서 인천까지 연결하는 것조차 어렵다. 물론 기존에 배가 다니던 두 강을 운하를 통해 연결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은 하나의 제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수문학(水文學)에 대한 저서를 다 뒤져보고 관련 분야의 교수들을 만나 봐도 다들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학장은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도대체 어떤 학자들이 (이명박 전 시장에게 경부운하 건설이) 가능하다고 했는지 신기하다. 내가 보기에 경부운하 계획은 경부고속도로 계획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그것은 꿈으로서는 좋지만 언제까지 어떻게 해서 이루겠다는 시간표가 없다. 재원 문제도 상당히 의문스럽다. 오히려 검증하고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 학장은 이른바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대학 교수들, 이른바 ‘폴리페서’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이명박 전 시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교수들을 제발 옆에 가까이 하지 마십시오’라고. 사실 교수들은 현실감각이 없는 사람들이다. 교수들은 매일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똑같은 얘기를 해도 괜찮은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매년 다른 아이들이 입학하기 때문에 똑같은 얘기를 해도 되는 삶을 살아왔다.”

 

그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유학생 엘리트에 대한 생각도 여과 없이 토로했다.

 

“솔직히 외국 유학이란 것이 무엇인가? 거기 가서 열심히 시키는 대로 다 하고 돌아온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생각하는 것이나 알고 있는 것이 정확하게 학생 수준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유학생들이 돌아와 교수가 되고 나서 하는 것이 있다.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서구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경제학자만 해도 그렇다.

 

경제학을 공부하되 한국의 경제를 공부해야 진정한 경제학자가 될 수 있다. 케인즈를 공부한다고 해서 곧바로 경제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은 우리가 외국을 따라가고 흉내를 낼 시점에는 통했다. 선진국 사례를 가져다가 벤치마킹 할 때는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개론일 뿐이다.”

 

교수와 언론의 문제 심각하다

 

이어서 김 학장은 언론에 대해서도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내가 보기에 언론도 문제다. 언론은 대중 영합적인 면이 있다. 이제는 단순히 보도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스스로 나서서 후보들을 검증해야 한다. 사명감을 가지고 공론을 이끌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 대안으로 ‘지식인 역할론’을 내놓았다.

 

“이제는 우리 지식인들이 나서야 할 때가 됐다. 민주정부는 지식인들이 앞장서서 정치인들을 계도하지 않으면 3류정치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왜 그런지 아는가? 표를 얻기 위해서 정치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정권을 잡는 것이, 당선되는 것이 목표의 전부가 되는 한 진실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특히 10년, 20년, 50년을 기획해야 하는 국가 하드웨어가 그때그때 대중들의 욕심에 맞춰져 움직여서는 안된다. 이것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지식인이다. 대부분의 시장론자나 대기업에 속하는 사람들도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사람들의 파이는 자신들만의 파이일 뿐이다. 국가 공공의 파이를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여의도통신=정지환 기자 ssal@ytongs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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