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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깨는 ‘창조적 아이디어’ 필요할 때

  • 김정호 kjh2580@wandonews.com
  • 입력 2007.02.02 02:31
  • 수정 2015.11.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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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정관념에 얽매여서는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다.

 

 

얼마 전 중앙 일간지에 일본의 작은 시립 동물원이 악조건을 딛고 최고의 인기 동물원으로 거듭나는 경영 혁신으로 각종 경제단체가 주는 상을 휩쓸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기사의 일부를 소개하면 화제가 된 동물원은 홋카이도(北海道)의 인구 35만의 중소 도시인 아사히가와(旭川)시가 운영하는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이다.

 

 1967년 시립 동물원으로 개원한 이 동물원은 일본의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어 일년 중 절 반이 넘는  기간동안 눈에 덮여 있어 휴관일수가 많았고, 희귀한  동물도 없었다.          

                                                                

또한,  인근에 대도시도 없어 연간 관람객이 1996년에는 26만 명에 그쳐 급기야 폐장 논의까지 나왔었다. 그러나 직원들의 창조적 아이디어로 완전히 변신하여 지난해 입장객 수는 280만 명(추산)에 달해 4년 연속 여름철 입장객수 일본 1위를 차지하여 최고의 인기 동물원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 동물원의 성공비결에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원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연구와 토론을 거듭한 끝에 동물의 특성과 개성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이른바 ‘행동전시’를 표방하고 이에 맞는 새로운 전시 방법을 도입하여 동물의 특성을 가장 잘 볼 수 있고, 동물과 관람객의 교감이 가능한 공간을 배치한 것이다.

 

 이 동물원에서는 일반적으로 펭귄은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연상하게 되는데, 관람객 머리 위에 수조를 만들어 헤엄치는 펭귄이 마치 휙휙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바다표범은 전시관 한가운데 서 있는 투명 원형기둥 안에서 박차고 오르는 수직 상승 묘기를 보여주도록 만들었다.

 

또한 보통 동물원이라면 북극곰이 우리 안에서 잠을 자거나 어슬렁거리는 모습만 볼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헤엄치는 북극곰의 털 한 올 한 올까지 투명한 유리창으로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헤엄치다 멈춘 북극곰과 유리 너머로 눈인사도 나눌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이밖에도 이 동물원은 99년 맹수관, 2000년 펭귄관에 이어 지난해에는 '침팬지 산(山)'을 만드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시설물을 ‘행동전시관’으로 꾸며왔다.

 

 이런 변화와 혁신에 대해 이 동물원의 고스케 원장은 "사육사들이 오랜 기간동안 애정을 갖고 동물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가 이런 창조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냈다"고 성공비결을 설명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성공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앞서 나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실증적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 끊임없는 변화 시도 ‘창조적 아이디어’ 창조.

 

 디지털시대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거나 무조건적으로 전통을 고집해서는 곤란하다. 참여정부에서는 국정 전반에 걸친 혁신을 통해 법과 제도는 물론 관행과 문화까지 새롭게 개선하여 국가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핵심정책과제 중 하나를 ‘정부혁신’으로 정하고 5대 목표를 적극 실천하여 투명하고 일 잘하는 정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행정부의 혁신을 주도한 이용섭 장관(전 행정자치부장관)은 ‘변화로의 여행’이라는 혁신 에세이집에 기고한 ‘무엇이 혁신인가‘라는 글에서 "혁신은 파괴에서 시작된다."면서 "`고장나지 않으면 고치지 말라'에서 벗어나 `멀쩡해도 고치라'는 것이 혁신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혁신을 위해 파괴가 필요하지만 창조나 가치 창출이 없는 무작위적인 파괴는 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가치창출 없이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것 역시 혁신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혁신은 산업사회의 가치와 관행과 규칙을 파괴하고 지식정보사회에 맞는 새로운 가치와 정신을 창조하는 것, 폐쇄경제하에 통용되던 것들을 파괴하고 개방경제하에서 경쟁력 있는 요소들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결별에서 혁신은 시작되며, 혁신이 시작될 때에는 대개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이 닥쳐온다."고 하면서, "정부의 혁신이란 투명하게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놀랄만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혁신정책 추진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혁신정책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성과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오히려 참여정부의 혁신에 대해서 초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교수는 2005년에 발표한 ‘노무현 행정부의 정부혁신과 외부평가’라는 논문에서 ‘정부의 기본태도는 정부는 부지유지(不知有知)이어야 한다.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 수면 하에서 일을 열심히 해 국민의 동의와 호응을 받아야지 한참 떠들어 대어 지원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앞으로 해야 할 개혁은 지금까지 벌려 놓은 혁신안을 수습하는 것으로 남은 시간을 쓸 생각을 하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개혁은 때로 하지 않는 것도 훌륭한 개혁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의 발전단계를 보면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농업사회와 산업사회를 지나 지식정보화시대로 진입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그의 최근 저서인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에서 “지식정보화사회는 산업사회에서의 생산, 토지, 자본 등 전통적인 요소들을 훨씬 정교한 지식으로 대체해 나가는 시대이다.

 

그러므로 산업사회에서 만드는(making) 것을 기반으로 했다면,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서비스(serving)하는 것, 생각하는(thinking)하는 것, 아는(knowing), 경험하는(experiencing) 것을 기반으로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시대에나 변화에 적응하여 성장과 발전을 통한 도약을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변화와 혁신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앞서의 지적에서 보듯이 혁신이 구호만을 요란하게 외치는 혁신을 위한 혁신이어서는 곤란하다. 진정한 혁신으로 지역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우선 혁신이 바른 궤도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자치단체의 성격과 방향을 올바르게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산업사회의 대량화 단계를 벗어나 지식정보화사회의 탈대량화 시대에 접어들면서는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각계각층 주민의 다양한 욕구를 존중하면서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혁신을 추진하여야 한다. 분출하는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관찰하고 수렴하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한다면 어느 순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창조적 아이디어가 튀어 나올 것이다.

 

■ 진정한 혁신은 참여자들에 대한 동기 부여와 자발적인 노력.

 

 혁신과 관련해서는 이승종 교수의 ‘정부혁신의 지향과 전략’이라는 논문에서의 다음 주장을 한번쯤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의미에서 혁신하지 않는 것이 혁신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과거 정권이 채택한 정책 또는 집권 적대세력에 유리한 정책이라 해도 변화가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변혁을 추진하지 않는 자신 있는 정부가 진정 국민에게 환영받는 혁신정부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도 집행부의 수장인 군수나 부서의 책임자가 바뀌어도 지역의 발전과 군민의 소득증대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함부로 계획을 변경하지 말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만을 수정 ․ 보완해 가면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남에게 드러내 보이기 위해 요란을 떠는 전시행정을 펼치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실속을 챙기는 일에 진력해야 한다. 아울러 남에게 등을 떠밀려서 마지못해 하는 타율에 의한 혁신보다는 참여자 모두에게 동기를 부여하여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혁신으로 인하여 얻는 보람과 즐거움을 직접 맛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