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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해변을 뒹구는데 정말, 신세계가 열린 기분이었죠

이숙영 조선대 해양헬스케어유효성실증센터장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4.02.2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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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적인 황홀경에서, 지성적인 창조성에서, 양심의 가책에서, 근심거리부터 위안을 구할 때 혹은 마음의 평안을 구할 때, 앎의 직관은 간접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학문적 성취는 열열한 몰두 속에서, 신비적인 깨달음에서, 나를 잊어 갈수록 그  직관은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형태이고 결합이며 무한함이다.


영원한 삶으로써 이 세상에게 행복을 주는 것. 그 위대하고 변하지 않는 공공의 선을 향해 학문적 신념이라는 손이 뻗어가는 촉이란 가장 바람직한 변혁이다.


신우철 군수와 허궁희 의장이 3월 1일 프랑스 로스코프 발디즈 리조트에서 열리는 협약을 위해 떠났다는 박현정 바이오팀장의 말.
완도군과 발디즈 리조트와의 협약 내용을 보면, 완도군의 해양치유 프로그램 및 기술적 협력 분야의 노하우 전수를 위한 연구 및 파트너쉽을 맺고 발디즈에서 사용 중인 화장품의 국내 판매 등을 상호교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철 군수의 민선 8기 행보가 해양치유에서 해양바이오 부분으로 옮겨가는 모양새인데, 지난 설날특집엔 앞으로의 군정 방향을 듣기 위해 일부러 신지 명사십리 내 조선대학교 해양헬스케어실증센터에서 특별인터뷰를 가졌다. 


그런데 인터뷰에 들어갈려는 찰나, 묘령의 여인이 나타나 인터뷰 시간을 한참이나 빼앗아갈만큼 그 자리가 마치 자기 자리인양 신 군수에게 여러 당부와 요구사항을 전했는데, 기억에 남는 말 중엔 미국과의 해조류 기술 이전에 대해 완도만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이과생다운 특유의 날카로움이 엿보였는데, 나중 사진을 받으며 인터뷰 말미에, 미국 롱아일랜드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대서양 논스톱 단독 비행에 최초로 성공한 미국 비행사 겸 작가인 찰스 린드버그의 아내, 앤 모로 린드버그가 바닷가에서 만난 조개류를 통하여 자신의 삶을 사색하며 썼던 ‘바다의 선물’이란 책을 일독해달라는 말을 전했다. 


빼어난 은유가 돋보이는 책의 핵심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은 모든 미지의 것들이 바로 우리를 가장 성장시키는 것들이라는 것. 외부의 깊은 세계로부터 자극이 현저히 줄어든 요즘, 표준 이하의 삶에 안주하기 보단 삶의 의미에 더 주목해야한다는 것인데.


이곳 해양헬스케어유효성실증센터는 해조류를 기반으로 기능성 소재의 유효성 평가를 통한 표준화 플랫폼 개발부터, 식품, 의약(외)품, 화장품 등 소재 연구·개발과 사업화 지원 등 해양바이오 사업화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게 되는 완도의 미래다. 
아직까진 실효성 높은 히트 상품이 없어 주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지지만, 정부에서는 마지막 산업혁명이 될것이란 검은 반도체 해양바이오의 전략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숙영 조선대 해양헬스케어유효성실증센터장(교수).
고향은 완도와 인근한 강진. 63세. 1992년 조선대학교 식물분자생물학 박사학위 취득에 1995년부터 3년간 동경약과대학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고.
이숙영 센터장의 젊은 연구자 시절, 연구소재는 약용식물이었다고. 


산으로 들로 20여년간 배낭을 메고 다니며 약이 될만한 야생자원들을 찾아 헤매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그 시절에 유자를 찾아 고금 청룡마을 주민들을 만나기도 했고, 동백꽃과 잎을 차로 개발하겠다며 완도수목원을 발이 닳도록 다니기도 했다고. 
그렇게 약초에 빠져있다가 2018년 자진하여 신지 소재 조선대 해양생물연구교육센터 상주 교수로 내려와 먹고 자면서 신지 해변을 뒹군지 벌써 7년차란다. 


“하하! 갑자기 신세계가 열린 기분이었죠” 


신지 모래밭을 거닐면 발바닥은 마치 건반을 누르듯 도레미 소리가 들렸고, 촤르르~ 출렁이는 바닷물결에 해초들이 넘실거리며 발목을 감고, 모래속 고동 무리는 곰실 거리며 신지명사길을 수 놓는 듯 했다고.
신지 해역의 살아 숨쉬는 모든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고, 육상식물 연구에 한계를 느꼈던터라 비상구라도 찾은 양,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 온종일 해변가를 배회하기 시작했단다. 


그러다 마침내 수백종의 표본을 확보했고 저온창고엔 건조 해조류 보따리들이 듬뿍 채워져 있다고. 


“이제 곳간을 채웠으니 연구도 열심히 해야겠다^^” 
해양바이오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국가별로 치열해진 시기인만큼 연구자로서 한층 고민이 깊어졌단다. 해조류 유래 천연물을 활용하여 고보습 화장품, 구강용품, 의료용 차단막, 드레싱, 시즈닝, 분말형 해조라테 등을 개발하고, 특허기술을 관련 중소기업들에 이전하였으며 조기에 산업화로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기도 했는데, 발견한 신세계를 탐색하고, 무지함을 유식으로 채워가기 위해 수년간 신지 해역 주변을 부지런히 떠돌던 중, 초여름부터 시작되는 구멍갈파래의 퇴적현상이 매우 의아스러웠단다. 


미역이나 다시마, 파래처럼 건어물 판매장에 놓여있는게 당연할 듯 싶은데, 그냥 버려져 괭생이모자반과 함께 문제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고.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식감이 안 좋아 안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입에 넣어보니 진짜 종이 씹는 느낌이었죠. 해조류가 탄소저감형 블루카본이라고, 게다가 옥수수를 대체할 바이오에너지 소재라며 유럽에서 미국에서 완도를 찾아오는데 해결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란다.


삶의 가장 경이로웠던 순간에 대해 이숙영 센터장은 “바다생물에 관한한 초짜에 불과했던 나에게 해조류 천지를 보여주겠다던 신지 주민을 따라 월부리 앞 해변가에 도착했을 때 아! 그야말로 수많은 돌들 사이사이에서 넘실대던 각양각색의 해초 무리들을 보며 천혜의 해조류 어항을 발견한 듯 가슴이 뭉클했죠”


“월부리 앞 바다와 무인도 사이의 바다물이 무릎 쯤에서 찰랑거릴 때 그 바다 밑 바닥에서 흔들어대면 돌미역, 모자반, 별불가사리를 헤쳐가며 무인도를 왕복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고마웠던, 감동을 주었던 사람이 누구였냐고 묻자, 이 센터장은 “깊은 바닷물에 들어가지 못하여 쩔쩔매던 초짜 연구자를 위하여 조업하던중 채취한 해초들(참풀가사리, 옥덩굴, 불등풀가사리)을 봉지에 담아 연구실로 가져왔던 분... 이제 절친이 되었다”고.


“신지해변 모래위에서 뒹굴던 형상을 알 수 없던 거대 물캥이(군소)를 연구실까지 들고와 ‘요놈 땜시 다시마 농사 망치겄어라’ 며 삶아서 내 입에 넣어주던 벤처대 교육생, 덕분에 군소가 품어대는 천연잉크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끝으로 이숙영 센터장은 “해변가에 퇴적되어 썩어가는 괭생이 모자반과 구멍갈파래의 산업화를 위한 움직임이 완도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나는 파도의 리듬, 
등과 다리의 맨살에 닿는 햇볕, 
머리칼을 흩날리는 바람과 
물보라의 위로를 받으며 
해변을 따라 한참을 걸어요!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숨겼다 나타나길 
반복하는 도요새처럼요 
그러고는 흠뻑 젖은 채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오지요  
하루를 온전히 홀로 보낸 자의 
벅찬 마음으로 
밤의 어둠이 한 입 베어 물기 전의 
둥근 보름달처럼 흡족한 마음으로
서둘러 입술을 갖다 대야 할 만큼 넘치도록 
가득 찬 잔처럼 충만한 마음으로.  
시편에 나오는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는 
구절처럼 귀한 충만함이다  
그러다 느닷없이 두려워진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내가 넘쳐 쏟아질까 두렵습니다.

달고동 <바다의 선물> 중에서


 
광속으로 전달되는 긴박한 편지를 붉은심장으로 읽어내려가는 느낌, 그리움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꽂힌다. 심장을 펌프질하는 이 뜨거운 손은 무엇인가? 
일독이 어려우면 평생에 걸쳐 꺼내보고 꺼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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