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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 살림살이는 튼튼한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4.02.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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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경제전망도 밝지 않은 실정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고,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3.6%보다 0.9% 하락한 2.7%로 예상했다. 이는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율보다 높아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낮아져서 삶이 더 힘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지난 2월초 기획재정부가 공식발표한 2023년도 연간 국세수입은 344.1조 원으로 전년 실적(395.9조 원) 대비 51.9조 원 감소했고, 예산(400.5조 원) 대비로는 56.4조 원이 감소했다. 국세수입 감소의 주요 원인은 기업실적 악화 및 자산시장 위축에 원인이 있다. 구체적으로 법인세는 ‘22년 4/4분기 이후 본격화된 경기둔화에 따른 ‘22~’23년 상반기 기업의 영업이익 부진으로 전년 대비 23.2조 원 감소했고,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에 따라 전년 대비 14.7조 원 감소했다.

  
정부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하자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는 보통교부세를 당초 예정분보다 9조 원 이상 줄여 배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방교부세법의 규정에 따라 매년 내국세 수입의 19.24%에 해당하는 금액 중 97%를 각 시도 재정 부족분에 비례해 보통교부세로 배분하고 있지만, 올해는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대폭 감소하자 보통교부세를 일방적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보통교부세 의존도가 40~53%를 차지하고 있는 전라남도와 22개 시군은 비상이 걸렸다. 경기침체로 인한 지방세의 감소에 이어 세입 의존도가 높은 지방교부세마저 삭감되면서 인구감소 등으로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의 살림살이는 더욱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전남도의 22개 지방자치단체들은 2024년도 교부세 삭감액 규모가 100억 원에서 최대 7백억 원까지로 평균 4백억 원 안팎에 이르고 있어 지난해에 비해 10~16%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을 편성했다. 


어려운 재정환경 속에 놓여있는 가운데 우리 군의 살림살이 형편은 어떨까? 완도군 누리집에 공개된 예산 규모를 분석해보니 2023년도 당초예산 6천 234억 원 중 보통교부세는 3천 069억 원으로 전체 세입의 49.2%를 차지했었는데, 최종 추경에서는 무려 13.86%나 감액(△462억 원)되어 가뜩이나 열악한 군 재정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여파는 올해 예산에도 영향을 미쳐 매년 증가했던 예산규모가 2023년도에 비해 6.67%인 416억 원이 줄어들어 2024년도 당초예산 규모는 6천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5천 821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중 전체 세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교부세 규모는 우려했던대로 2천 941억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15%(△127억 원)가 줄었다.
국세수입 감소에 따라 불어닥친 심각한 지방재정 위기를 슬기롭게 타개하기 위해서는 고강도 세출예산 구조조정을 통한 긴축재정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우리 군의 올해 살림살이 형편을 살펴보기 위해 완도군청 누리집에 공개된 예산정보를 열람했다. 짧은 시간동안에 방대한 분량의 예산서를 세밀하게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어 행정환경 변화에 따라 성과가 미흡한 사업과 유사 · 중복사업, 예산낭비 · 선심성 사업은 축소 또는 폐지 등 일몰을 검토해야 할 사업들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반영한 예산편성이 되었는지 개괄적으로 들여다봤다. 


지면과 시간적 제약으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분석결과를 일일이 소개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전제로 우선 주목해야할 항목들을 위주로 살펴봤다. 먼저, 일반회계 세출예산 13개 성질별 분류 중 감소규모가 큰 분야는 일반공공행정(△29.97%)이고, 공공질서 및 안전(△51.54%), 교육(△14.32%), 환경(△11.29%) 교통 및 물류(△21.86%), 보건(△3.43%), 농림해양수산(△1.93%), 국토 및 지역개발(△36.08%), 예비비(△65.56%) 등 9개 분야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 


주민 생활에 도움을 주는 분야들의 예산규모가 대부분 감소됨에 따라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의 규모도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됐다. 관심이 가는 항목 중 하나인 동네 상점이나 골목상권에서 사용하여 지역경제의 선순환구조를 통한 활성화를 위한 지역화폐(완도사랑상품권) 사업은 중앙정부의 지원 중단으로 올해 예산은 지난해 43억 4천만 원에 비해  무려 23%나 삭감(△15억 2천 만원)된 28억 2천 만원에 불과했다. 


반면에 신우철 군수 취임 이후 군정의 최우선 역점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양치유사업 관련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26억 7천만 원(15.67%)이나 대폭 늘었다. 세부항목을 들여다보니 해양치유센터 운영 예산이 무려 148.4%(31억 원)나 증액됐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오픈 이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가 연간 운영예산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세입세출 예산을 보니 올 한해 운영으로 벌어들이는 세외수입이 19억 6천만 원에 불과한데 비해 세출은 51억 9천만 원으로, 단순 비교하면 무려 32억 6천만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해양치유센터 운영에 따른 적자를 군 일반회계 예산에서 보전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해양치유공단이 설립되어 전문경영인이 운영 책임을 맡게되어 정상 궤도에 오르면 적자를 벗어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뜩이나 열악한 군의 재정에 많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밖에도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정부에서 지원되는 예산도 지난해 80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전액 삭감되어 사실상 사업이 중지상태에 놓이게 됐다. 군 자체사업으로 추진하는 축제 관련 예산의 경우 총액은 줄었지만 장보고수산물축제는 오히려 증액 편성됐다. 


군의 살림살이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형편임을 감안했다면 마른 행주를 쥐어짜듯 보다 꼼꼼하게 예산을 편성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충 살펴본 소감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강도 긴축예산이 편성됐다기 보다는 절박감이 없이 여느 해와 크게 다름없이 편성된 것으로 보였다. 기왕에 편성된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서는 위기를 슬기롭고 지혜롭게 극복하여 경제위기에 힘들어하는 군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살림살이를 꾸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승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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