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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ear, Same me!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4.02.0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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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2024년이 되었습니다. 
음력으로도, 양력으로도 완전한 2024년이 되었네요. 2023년을 적을 때도 어색해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혼자 잘도 흘러갑니다.
여러분들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갔나요? 저는 요즘 졸업반이 되고, 사회에 나가기 직전의 문턱에 서게 되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였습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실 이것은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며 결국 드는 생각은 ‘부모님은 어떻게 이것들을 찾아내고, 이 지루하고 허망할 수 있는 세상을 포기하지 않았을까?입니다.
저는 서울에 상경하여 자취를 하고 스스로를 온전히 돌보며 느낀 것은 나 스스로 하나 돌보는 것조차 버겁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지금 나의 시절에 아이를 낳아 돌보고, 사회에 나가 세 식구를 먹여 살렸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저 머나먼 시절 이야기같습니다.


저는 깊게 고민해 보았습니다. 엄청난 성공을 추구하지도 않고, 충분히 먹고 살기 편안한 경제적 여유면 만족하고, 원대하고 허망한 꿈이 있지도 않은 저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요? 
그리고 무엇을 위해 태어났을까요? 그렇게 수많은 새벽을 보내며 고민해 보았지만 명쾌한 답은 여전히 얻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는 않을 방법을 찾았습니다. 바로 하루에 한 번 내가 좋아하는 것을 꼭 하는 것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비빔면을 좋아하면 비빔면을 저녁으로 먹어도 되고, 고양이를 좋아하면 귀여운 고양이 영상을 찾아보면 되고, 선호하는 귀갓길을 선택해 귀가해도 됩니다. 


이런 작고, 별 것 아닌 것 같은 기쁨들이 모이면 적어도 하루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만은 않더라고요. 어쩌면 삶에서 다시 애정을 찾을지도요. 저는 아마 평생 저 질문들의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 특정 시기마다 저 질문들을 되묻고, 희망을 잃었다가 다시 되찾아오는 것을 반복할 것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작은 것들이 모여 저를 다시 일으켜주니까요. 
반드시 커다란 것만이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쓸모없고 시간 낭비로 보일 수 있는 것들조차 나에겐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여행 다녀오며 기념으로 구매한 냉장고 자석, 라벤더 향의 인센스, 작고 아기자기한 접시들, 귀갓길에 마주친 길고양이, 햇살 가득한 점심시간, 싱싱한 상추가 아삭거리는 샌드위치. 이 모든 것들이 저를 가득 채워 내일도 걸어갈 수 있게 만듭니다.


새해면 늘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new year, same me!” 새해라는 핑계로 스스로를 완전히 바꿔버리겠다는 결심은 독으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나라는 중심은 같은데 결심한대로 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질책할 테니까요. 그 대신 스스로를 칭찬해주세요. 


지난 한 해를 잘 버텨온 스스로를요.
여러분은 올해 목표를 세우셨나요? 저는 매달 이뤄내기 위해 총 12가지의 목표를 준비했습니다. 우리 그 목표들 제일 마지막줄에 이 문장을 하나 적어봅시다.


“내가 좋아하는 일 하루에 한번씩 하기”


이기적이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바보같다고 생각해도 좋아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 언제 의미없는 것이 될지는 알 수 없으니 좋아하는 마음을 품었을 때 즐겼으면 합니다.


저 역시 현재 좋아하는 책의 한 구절을 남기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골짜기에 투구를 묻었네. 
전쟁은 또 없으리
칼은 녹여 쟁기를 만들고 
군마 대신 소를 모네
거두어도 거두어도 거듭 
영그는 곡식을 심고
볼이 둥근 아이에게 
지나간 이야기를 해야겠지
적이 죽고 없는데 
성곽은 이제 무얼 지키나?
꽃나무와 흰 노루, 달빛을 지키지”

정세랑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김지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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