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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버스에 어르신들 왕래 늘었다며 '엄지 척 '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4.02.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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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면장으로 부임 후 각마을 경로당과 기관단체를 방문하여 인사 드리고 민생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부임한지 30일이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여러 주민분들의 말씀도 들어봐야 할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던 터에 김용식 금일읍장님께서 <버스에서 만난 사람들> 다음 주자로 저를 지명해 주셔서 오늘은 주민분들의 말씀도 들어보고 또 짐꾼이 되어드리자 마음 먹고 버스에 몸을 실어보기로 합니다.


버스정류장엔 일을보고 들어가시는 분들이 서너분 앉아계셨습니다.  
추운 날씨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분들에게 새로 부임한 면장이라 소개하고 따뜻한 음료 한병씩을 건네드리자 어르신들의 얼굴에 함빡 웃음꽃이 피더니 이런 얘기 저런 얘기가 시작됩니다.


 “면장이 먼일로 버스를 다 탄다요?” 하고 제 어머니 연배와 비슷해 보이시는 어머니 한분이 물어보시길래, “오늘은 어르신들 얘기도 듣고 짐도, 잔 들어드릴라고 타제라.”하고 넉살을 피워봤습니다. 
“오매 면장님이 바쁠건디 뭐하러 아침부터 나와서 고생한다요.” 하시면서 웃음을 터뜨리시는 어머님들입니다. 

 

자녀들에게 명절 선물을 보내러 우체국일을 보러 나오신 어머니, 명절에 필요한 동태를 사러 나오신 어머니, 행정업무를 보러나오신 어머니 등 아침 일찍부터 나오신 어르신들이 벌써 볼일을 마치고 들어가는 길이라 하십니다. 
마침 도착한 버스에 한사코 말리시는 선창리 어머니의 동태를 들고 올라탔습니다.


저는 2006년도에 1년간 보길도에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 때와 달라진 모습들이 많은데, 윤선도 유적지가 복원되어 훌륭한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으며, 당시 망끝전망대로 가는길 일부 구간에 중앙선이 없어 차량통행에 어려움과 사고위험이 있던 도로가 이제는 확포장되어 주민 및 관광객들이 불편함 없이 차량으로 통행할 수 있게 되는 등 한층 살기좋은 보길면이 되어가고 있어 흐뭇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년 9월 1일 전남 최초로 시행된 무료버스는 운행이후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부쩍 늘어났다합니다. 
옆마을에 사는 나이드신 누님을 돌봐드리고 가시는 할아버지 역시 버스가 무료라서 누님을 더욱 자주 찾아 뵐 수 있다 하시고, 방학기간이라 친구를 만나러 가는 학생에게도 버스가 무료이기에 부담없는 이동 수단이 되어줍니다. 


춥게 버스를 기다리다가 탑승하신 분들에게 따뜻한 음료 한병씩을 드리며 짐도 들어드리고 자연스레 주민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그동안 당신들의 살아오신 인생이야기와 생활하면서 느낀 불편사항 등을 들으며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아주 값지고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자식들이 다 출가하여 고금도에 홀로 계셔서 이렇게 생활하고 계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어르신들이 면사무소에 오시면 따뜻한 차한잔 더 타드리고 말씀에도 더 귀기울여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어르신들이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정겨운 버스를 이용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다음 버스탑승자는 최근 고향에 면장으로 부임하신 군외면 허동조면장님을 추천합니다.

 

이양일 보길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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