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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나무에 새가 둥지 틀면 마을에 좋은 일이 생겨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4.01.2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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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좌마을의 사장굿
장좌마을의 사장굿

 

완도읍의 장좌마을은 1000여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이다.
서기 828년(흥덕왕 3년) 4월 서라벌 왕실에서는 흥덕왕이 집전하는 어전회의(御前會議)가 열렸다. 


″짐은 오늘부로 청해진(淸海鎭) 설치를 허하고 장보고에게 1만의 군사를 주어 서남해안의 방어는 물론 동국해안에 출몰하는 해적을 소탕하게 하노라, 또한 그에게 대사(大使)라는 칭호도 함께 부여하노라.″ 
청해진의 최 핵심 시설인 본영을 품은 마을 장좌리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1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장좌마을은 청해진 설치와 함께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로 탄생되어 851년 청해진 폐쇄 후 공도가 되었으나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장좌마을에 매년 정월 보름날이면 새벽부터 마을을 가로질러 울려퍼지는 풍물패 소리가 있으니 장좌마을 당제(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28호)를 모시는 군중들의 농악소리이다, 장좌리 당제는 마을의 전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정월 초 사흘날부터 준비를 하여 보름날 거행된다. 


현대화가 이루러지기 전까지는 3일간 당제를 모셨으나 오늘날 당제는 당굿과 길굿, 선상굿, 샘굿, 사장굿을 치고 당주(제주)집에서 마당밝기를 끝으로 당제를 끝낸다.
갯제는 당일 날 오후에 전포(장좌마을 앞의 갱번으로 장좌마을은 마을을 중심으로 갯벌을 전포와 후포로 나눈다)에서 모신다.
당제 날 샘굿을 친 후 바로 옆으로 옮겨 마지막으로 굿을 치는 곳이 장좌마을 사장나무이다.


장좌리 사장나무는 세 그루가 모두 한곳에 모여 있다. 두 그루는 팽나무이고 한그루는 느티나무이다, 팽나무는 두 그루 모두 36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고 특히 느티나무는 수령이 600년이 넘었을 것으로 수목전문가들이 추정하고 있다. 두 그루의 팽나무는 수형이 밑둥에서 수직으로 서고 상층부에서 가지가 갈라져 부체 모양을 하고 있어 상당히 여성스러우면서 아름답다. 


수고는 두 그루 다 17m 정도이고 흉고 둘레는 4. 7m로 거의 같은 시기에 심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와 반대로 느티나무는 흉고둘레가 7.2m로 어른 네명이서 안아야 될 정도로 밑에서부터 육중한 몸을 자랑하며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남성다움을 자랑한다.  세 그루 다 지난 1982년 완도군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지만 이 나무들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보호수로 지정되기 전 생채기를 입어 부분적인 외과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보호수 지정 이 후 뿌리 보호를 위해 복토를 하고 주변은 석축을 쌓아 더 이상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조치하여 지금은 잘 관리되고 있다. 


당제를 지내는 중 사장굿은 샘굿을 친 후 곧바로 자리를 옮겨 세 그루 모두에서 차례대로 치는데 이는 마을의 사장나무가 병에 걸리지 않고 일 년 동안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잘 자라도록 기원하는 의미에서 치는 굿이다.


특히 세 그루의 사장나무 중 팽나무의 잎이 고르게 잘 피면 논밭에는 풍년이 들고, 바다에서는 고기가 잘 잡히고, 해조류(김, 감태)가 잘돼 주민들이 편안한 1년을 보냈다고 한다, 또한 여름철에 새들이 나무에 둥지를 틀고 알을 까면 그해에는 반드시 마을에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한다.  


당주가 정해지고 당제 준비가 시작되면 사장나무 주변에도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상왕봉(象王峰) 줄기에서 파온 황토로 신성지역을 상징하는 금표를 한다. 또한 나무에는 금줄을 두르는데 왼쪽으로 새끼를 꼬고 흰색 창호지를 사이사이에 꽂아 신성함을 표시한다. 
이 금줄은 암묵적으로 그 누구도 손댈 수가 없어 특별히 눈비나 바람에 훼손되지 않으면 다음해 당제를 준비할 때까지 남아 있기도 한다.    
사장(射場)나무는 사장나무의 한자어가 표기하듯이 옛날에는 화살을 쏘는 무술연마의 장이어서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이 모여드는 장소였다. 


지금도 일반적인 시골마을의 중심에 있는 큰 나무는 여름철이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마을사람들의 소통의 장소이자 교류의 장소로 주로 남자들이 모여 집집마다 크고 작은 대소사(大小事)가 이야기되는 정보의 장(場)이기도 하다.  


장좌리 마을에서 태어난 황종성(73. 완도읍 장좌리)씨는 장좌리 마을 이장을 맡아 13년 동안 봉사하였다.


그의 말. 
″우리가 애럿을 때는 사장나무가 마을의 놀이터였어, 여름이먼 어른이고 애기고 할 것 없이 전부다 거그로 모테 사장나무 큰 놈(느티나무를 말함)을 얼마나 올라댕겠든가 나무가 반질반질했어”


“나무가 얼마나 크든가 거그 보먼 구멍이 크게 파졌어 그라먼 거그서 놀고 했는디 어른들이 바다에 갔다가 오다가 나무에 올라갔다고 막 뭐라 하거든 그라먼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바다로 도망갔제″ 


″그때는 사장나무 옆이 바로 바다였어, 여름이먼 항상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그랑께 시원하니 존께 전부다 거그로 모텐것이여, 우리는 어른들을 피해서 다마치기(구슬놀이)를 한쪽에서 해 고무신에 반바지를 입고 댕긴디 고무신은 한쪽에 벗어 놓고 놀이를 하거 등, 그란디 그때만 하더라도 맨땅에서 발이 아픈지도 모르고 어떻게 그라고 재미지게 놀았는지 모르것어.″


″사장나무가 놀기가 존 것이 큰샘(장군샘)이 거그 바로 옆에가 있잔애, 그랑께 목이 모르먼 시원한 물을 마시기도 좋코, 놀고 나서 몸을 시치기도 좋아, 여름철이라 그늘이어도 애기들이라 부잡한께 땀을 흘리잔애 그란디 집에 갈때는 샘에서 깨끗이 시치고 들어가제, 그때는 큰샘 하나로 마을사람들이 전부다 먹었거든 엄니들은 거그서 빨래하고, 반찬거리 시치고, 쌀 시치고 집에 갈때는 물을 옴박지로 한나 떠서 머리에 이고 댕겠제.″  


올해에도 팽나무 잎이 훤히 잘 피었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유영인  다도해해양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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