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왜 우세요?했더니 마치 엄마품에 안긴 것 같아서요

인간이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예술, 해양치유센터의 미소천사 최선미 와츠강사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4.01.19 09:56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라보는 표정 하나하나에선 붉은 꽃잎이 피어나는 듯 하였고, 어루만지는 손길 하나하나에선 새벽하늘의 별이 총총히 빛나는 듯 했다.
얼굴. ‘얼’ 이란 정신이나 사고 마음을 나타내고, ‘굴’은 보여준다는 의미.  다시 말해 얼굴의 표정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인데, 어떠한 상황에서도 분노 없는 얼굴. 완도해양치유에 딱 맞는 한 사람을 꼽으라 한다면 저러한 미소이지 않을까?   


해양치유센터를 방문한 많은 이용객들에게 해양치유하면 떠오르는 것이 뭐가 있느냐?고 물으면, 저 미소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해양치유가 몸을 녹여주는 것이라면, 저 미소는 마음을 녹여준다고.
그래서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예술 또한 시와 그림이 아닌 바로, 저 미소. 

 

 

그 미소는 그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인생까지 빛나게 해준다. 마치 검은 새벽을 뚫고 나와 먼동으로 번져오는 아침 동살처럼.
완도 해양치유센터 1층에서 늘 함박웃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신지면 토박이 최선미(49) 강사.    


현재 아쿠아 파트에서 ‘와츠’라는 전문 수중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저는 완도해양치유센터의 수중재활강사 최선미입니다. 수중재활은 따뜻한 물을 이용하여 심신을 이완시킨 후 신체기능의 회복을 도와주는 테라피의 일종입니다. 수중재활 중에서도 와츠(watsu)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와츠는 체온과 비슷한 37도의 풀에서 고객들의 몸을 안고서 관절을 회전시키거나 스트레치를 하면서 불안과 초조로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직선적인 삶의 매듭으로 경직된 몸을 물의 흐름에 맞춰 풀어주는 곡선의 묘가 와츠의 핵심이죠. 우리의 삶은 적과 동지, 선과 악, 음과 양, 진리와 허위 등을 따지고 싸우는 삶으로 매듭을 가지고 있지만, 와츠는 가장 자연에 가까운 물의 순리를 따르며 그 순리 안에 담긴 자비와 친절, 더불어 자유와 평등, 사랑으로써 맺힌 매듭을 풀어주지요” 


이 일을 하게 된 동기를 묻자, 최 강사는 “이곳 신지가 고향인 저에게 명사십리 모래사장은 어릴 적 소중한 놀이터였습니다. 여름이 되면 항상 명사십리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고 모래성을 쌓으며 놀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저의 몸과 마음의 영원한 고향인 이곳에 해양치유센터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직감적으로 내가 있어야할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 꿈이 마침내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게 강력한 자성의 이끌림으로 완도해양치유센터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고.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 선미 님은 “와츠라는 수중재활프로그램 자체가 고객을 1:1로 안고서 진행하다보니, 몸집이 있는 남자 고객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면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상에서의 마사지는 내가 누군가를 위해 해준다는 일방적인 행위인데 반해, 물속에서 하는 와츠는 누군가와 ‘함께 마사지 한다’는 쌍방적인 행위이다보니, 와츠를 진행하는 강사가 힘들어하면 와츠를 받는 고객들도 힘들고 불편해 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남자였으면 좋았을텐데, 몸집을 좀 더 키워볼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 일을 하며 기뻤던 순간에 대해 선미 님은 “연령대가 5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었는데, 그 분을 안고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그 분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 분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제게 이입이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30여분간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땀범벅이 되었고, 풀의 바닥에 그 분의 양쪽다리를 내려 놓았을 때, 그 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저와 눈맞춤을 하셨죠”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보았습니다” 


“왜, 우세요? 했더니, 마치 엄마품에 안겨 있는 것 같아서요”

“그 말을 듣고 꼭 껴안아줬습니다” 
“이 보다 더한 찬사가 있을까요?”


“사실, 와츠의 모태는 엄마의 양수이거든요. 태아로 돌아가는 시간, 인간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시기는 아마도 엄마의 뱃속에 태아로 있을 때가 아닐까 합니다. 태아였을 때, 엄마의 배안 양수에서 헤엄치던 걸 인간은 본능적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었을 겁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아 이 일을 참 잘했구나 싶다고.
그녀는 와츠에 들어가기 전, 물을 향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되뇌인단다. 말의 힘을 보여 준 물의 결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정체를 나타낸 게 ‘사랑과 감사’인데, 그 중에서도 감사라는 말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리고 시작하는 와츠. 사랑받는 느낌은 그 때문인 것 같다. 최근 와츠 프로그램을 마치고 가면서 “강사님 덕분에 행복했습니다”라며 손에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꼭 쥐어 주고 갔던 고객이 떠오른단다. 


그녀의 사랑과 감사가 되돌아 온 것으로 보이는데, 최 강사는 “팁을 받아서 고마웠던 것이 아니고 이곳의 직원으로 할 일을 한 것 뿐인데 나로 인해 행복하다는 표현을 그렇게 해주다니, 그 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고귀했다”고. “오히려 그 분 때문에 제가 힘든 순간에 힘을 낼 수 있어 참 고마운 고객이십니다” 


최선미 와츠강사는 “힐링이 무엇일까? 나는 언제 힐링이 되었다고 생각을 했지?라고 더듬어보면 멋진 2박3일간의 여행 일정보다도 여행 중에 잠시 차를 마시며 들었던 음악, 붉음으로 지고 있는 석양을 함께 바라봤던 순간과 사람들이 오히려 힐링이었다”고 했다.


“힐링이 되고 나면 마음이 치유 됩니다. 그래서 저는 해질녘이 오면, 1층 딸라소풀의 선베드에서 고객들에게 명사십리 바다 앞, 섬들의 이름을 말해주면서 함께 석양을 바라보곤 합니다” “그 분들도 지금 이 순간, 힐링의 타임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이상 최선미였습니다. 와츠 많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어느 날엔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거리를 지나고 있을 때 남루한 차림의 늙은 걸인이 길을 막으며 자선을 구했다.
톨스토이는 늙은 걸인이 불쌍하게 보여 서둘러 호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돈을 찾기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돈이 한푼도 없었다.


톨스토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한 표정으로 “형제님, 정말 미안합니다, 돈이 있었으면 기꺼이 당신에게 줬을텐데, 안타깝게도 지금 내겐 한 푼의 돈도 없군요”
톨스토이의 말을 들은 늙은 걸인은 허리를 무릎까지 구부리며 말하길 “선생님, 미안해 할 필요 전혀 없습니다” 


“당신이 누구신지 모르나, 당신은 돈보다 더 큰 걸 제게 주셨습니다. 저에게 따스한 마음이 담긴 눈길로 형제라고 불러 준 분은 선생님이 처음입니다”


톨스토이가 말한 형제라는 것. 나와 네가 생면부지라지만 나에게 말을 건 순간, 아니 말을 걸기 이전부터 너와 나는 연결돼 있다는 것.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도 축복이지만, 나를 만남으로 행복하다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더 축복된 인생이고 해양치유가 가고자하는 길이 아닌가, 그 길에 최선미 강사의 미소가 빛나고 있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