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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깎아 배를 지어 바다에 띄웠다는 ‘황제섬’

  • 정지승 기자 p6140311@hanmail.net
  • 입력 2023.12.28 15:34
  • 수정 2024.01.0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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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일행이 머물렀던 황제도는 완도 금일읍에 속한 섬이다. 

혹자는 진나라 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해 오라며 보낸 서불 일행이 다녀갔기에 황제도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진시황의 명을 받은 서불이 다녀간 것인지는, 바위에 새겨진 흔적 같은 뚜렷한 증거가 남아있지 않다. 

그 대신, 섬의 서남쪽에 있었던 가마솥 터에는 황제 일행이 쉬면서 밥을 해 먹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보통 때는 물 속 깊이 잠겨있어 볼 수 없고, 음력 2월 15일부터 3월 15일 사이 최저 수위가 됐을 때인 영등살에만 볼 수 있다며 ‘완도의 외딴 섬’이라는 책자에 소개했다.

가마솥 터의 넓은 바위에는 누군가 새겨 놓은 글씨들이 음각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풍파에 씻겨 그 흔적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퇴화했다고. 

아뿔싸, 그 글씨의 주인공이 정말로 시황제의 명을 받고 온 서불 일행이었을까? 잠시 솔깃해진다. 

역사서에는 서복을 ‘서불’이라고 기록했다. 황제의 불로초를 구하려고 그는 동남동녀 3천명과 대선단을 이끌고 산동에서 출발하여 제주도와 우리나라 남해안을 거쳐 일본까지 갔다. 일행이 다녀간 곳마다 '서불과차'라는 글자를 새겨 놓았다. 이것은 서불 일행이 다녀갔다는 표식이다.

대표적으로 제주도 서귀포는 '서불 일행이 돌아간 곳'이라며 그를 기념한 지명이다. 정방폭포 입구에는 그 글귀가 뚜렷이 새겨졌고, 서복(서불)을 기념하는 전시관도 있다. 해금강이 내려다보이는 거제도 우제봉에도 글귀가 있었는데, 사라호 태풍 때 바위가 떨어져 나가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았다. 남해 금산의 거북바위에도 '서불과차'를 새겼다고 한다.

완도읍의 남동쪽 33km 정도에 있는 황제도는 옛날에 황제가 쉬어 갔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 맞다. 이곳에는 ‘석선(石船)터’라는 곳이 있었는데, 여기에 얽힌 전설 또한 흥미롭다. 

신라시대 당나라 사람들이 근해를 항해하던 중 풍랑을 만나 이곳까지 밀려왔다. 겨우 생명을 유지해 섬에 오르고 보니, 재질 좋은 돌들이 주변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은 돌을 깎아서 배를 만들었고, 예상 밖으로 배가 물에 뜨자 그것을 타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형태를 그대로 지닌 바위를 ‘석선터’로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돌을 깎아 배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돌을 깎아 배를 만드는 일은 황제의 명령으로만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황제도에 전해오는 ‘석선터’에 얽힌 전설은 이 섬의 유래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돌로 만든 배 중에 대표적인 것이 이화원에 있다. 청나라 때 만든 36m 정도 크기로 프랑스 선박을 본떠 제작했다. 서태후는 매일 같이 그곳에서 달맞이 하며 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그래서 석방(石舫)을 두고 '연회를 베푼 곳'이라는 뜻의 청연방(淸宴舫)이라고도 부르는데, 이것은 이화원에서 가장 독특한 수상 건축물이다. 대리석을 깎아 만든 돌배는 이제 중국의 여행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계림의 용호공원에는 석주(石舟)가 있다.

중국인들은 왜, 돌을 깎아 배를 만들었을까? 그것은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순자의 영향이 크다. 호수에 주로 돌배를 만든 이유는 ‘군자주야, 서인자수야(君者舟也, 庶人者水也)’라는 순자의 가르침에서 시작한다. ‘군주는 곧 배요, 백성은 그 배를 받드는 물이다’라는 뜻이다. 

백성이 편안하도록 군주가 잘 다스릴 때는 배를 받들겠지만, 백성을 화나게 하면 배를 엎어버릴 수 있다는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亦能覆舟)’의 역설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이화원이 반석 위에 세워지기를 기원하며 청의 황실에서는 돌을 깎아 배를 만들었다. 영원히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청나라도 백성들에 의해 결국 무너지고 말았으니 권력이란 것은 영원하지 않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는 대부분 그렇게 흘러왔고, 변함없이 또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그것은 대국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이러하니, 백성을 잘 돌보며 일선에서 정치를 잘하라는 하늘의 뜻일 거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언제든 그렇지 않은 적이 없다. 정치에 나서는 어느 누구라도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성인의 가르침을 덕목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완도 금일읍 황제섬의 이야기가 가슴 속 깊이 되뇌여 지는 세밑이다.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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