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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휘날리는 날에 구름을 물들이며 드러난 달빛처럼

지역사회 가장 약자의 삶과 함께하는 방문간호조무사 김수정 사무국장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12.07 15:34
  • 수정 2023.12.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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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들이나 현대인들에게 달을 그리라면 필경 달의 둘레를 짙은 색으로 칠한 후, 그 속에다 달의 색을 그려 넣을 것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동양인들은 달을 칠하는 대신 달 뒤에 있는 구름의 색을 명도로 넣어 자연스럽게 달의 존재를 드러내었다.
이를 일러 홍운탁월(烘雲託月).


그냥 달이 아닌 구름을 물들여서 그 물들임으로 달을 드러나게 한 후. 거기에다 배꽃이 휘날리게 그려 넣으면 교교한 달빛 아래에 향기까지 더해져 최고의 달이 탄생하는데, 나로 인하여 누군가가 드러나는 일. 
시와 사랑, 예술이 하는 일이다.

언젠가 네이버밴드에 할머니들에게 네일아트를 선사하면서 할머니들을 수줍은 소녀로 표현하며 맛깔스러운 말씨로 상황을 살렸던 인물이 있었는데, 주인공은 지난달 27일 청소년을 위한 완도군주민자치협의회 행사 때, 박경남 천지가대표가 소개해 줄 사람이라면서 현빈母 매숙 님과 함께 등장했던 고금면의 자랑 김수정 님. 역시나 지면과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 또 요즘 시기가 연말이라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여성단체가 많은데, 그녀가 제격인듯 했다.


수정 님에게 전화를 걸어 엊그제 고수영 고금면장의 청백봉사상 수상식에 함께 갔단 말을 들었다면서 동행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냐고 묻자, 주민자치위원회의 일원으로 응원차 함께했는데, 그녀의 말 “고수영 면장님, 우리 고금의 영광이잖아요”
속으로 생각하길, 그러면 공무원 인기투표 1위에 빛나는 우홍래 전 면장이 서운할 것 같아 말하길, 우홍래 전 면장이 더 잘하더냐? 아님 고수영 면장이 더 잘하느냐?했더니, 적잖이 곤란한 질문임에도 1초의 망설임 없이 “둘 다 잘하는데 스타일이 다르다”고 했다.

 

숨도 안쉬고 나오는 이런 말, 듣는 사람이 저절로 무릎을 치게 하는 이런 말이 시적 감각이다.


어떤 스타일이냐?고 물었더니, 수정 님. 
“우리 우홍래 면장님을 볼 때면 남들은 몽통하다고 하지만, 속이 여려서 그래요. 잘 나서는 것도 부담스러워하고 열음을 많이 타요. 근데 술 한 잔 들어가면 내면의 용기가 폭팔해 청산유수가 따로 없답니다. 그땐 동네 오빠처럼 너무너무 친근해요”


“고수영 면장님은 권위 의식도 없고 정말 친절한데 어려워요. 누가 친하다고 해서 아님 아부를 잘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요. 원칙과 기준이 분명해서 그것을 통해 결정하죠. 그러니 어렵죠”


김수정 님. 고금면에서 태어나 44년째 고금에서 살고 있는 결혼 21년차 주부이면서 두 아들을 둔 엄마이자 방문간호조무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병원 근무만 16년정도 하다가 발전이 없는 자신의 삶과 병원과 집만 왔다갔다했던 게 창살없는 감옥 같았다고. 그래서 무작정. 무대책으로 탈출. 


늘 자신을 지지해 주고 응원해 줬던 언니로부터 방문간호조무사 해보라는 조언을 듣고 그 길로 익산 원광대 평생교육원에 등록해 매 주말마다 나주에서 기차 타고 1년을 다니면서 마침내 방문간호조무사 수료를 하게 됐단다. 어떤 일이냐고 묻자, 수정 님은 "노인장기요양 등급을 받으신 분 중 병원 진료을 원활하게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이나 혈압 당뇨 기타 욕창 소변줄 교체를 받아야 하는 어르신의 집을 방문하여 간호서비스를 펼치는 일인데, 정말 간호서비스가 절실한 분들로 그들을 케어할 때면 제 스스로가 대견합니다"

"4년째 욕창과 소변줄을 착용하고 계시는 신지면의 한 어르신을 간호서비스 해드리면서 욕창이 호전되고 다른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되고 가정에서 편안하게 계시게 되었을 때,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저는 저대로, 어르신은 어르신대로, 각자의 일에 충실했을뿐인데 서비스 대상자분들은 그 작은 일에 큰 덕을 보는 것처럼 말씀을 하고 부담스러울만큼 감사를 표현하면, 아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암튼 지금이 제일 좋아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세상을 바꾸는 마법 같아요"


수정 님은 고금면을 기점 병원으로 병원도 없는 의료 취약지역인 약산면의 어르신분들이 너무 안타깝다고. 어떨 때는 "약산에서 군수님이 나오면 뭐하냐고요. 군수님 탓은 아니지만 병원 하나 없이 아프면 고금으로 택시를 타고 달려야 하고, 달달이 먹는 혈압 당뇨약들도 고금으로 나와야 하는 어르신분들의 불편함을 보면 마음이 너무 짠해요"

그렇게 창살없는 감옥에서 나와 방문간호서비스를 하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2020년 8월 고금적십자 봉사회에 가입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데, 이봉사 활동이 너무 좋다고.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고 나면 그 맛을 알수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힘들지만 매번 하게 된다고.
섬이고 시골이다보니 젊은층보단 고령의 어르신분들이 많고 동네 노인정을 다니다 보면 남성 노인분들보다 여성 노인분들이 훨씬 많은데, 매달 동네를 순회하면서 염색 및 이미용 네일봉사를 하고 있으며 반찬봉사 상하반기 실시한다고. 개인적으론 염색과 이미용 네일봉사가 좋다고 했다. 


또 "노인정을 찾아가면 뭘 해주지 않아도 사람이 찾아오는 게 좋아서인지 다들 자식들처럼 반겨주시고 염색을 해준다하면 미안해 하시고, 얼굴 마사지를 해준다면 나이 먹어 쭈글쭈글한디 해서 뭘해 그러시면서 얼굴을 쓰윽, 빨간색 메니큐어를 발라주면 입가에는 미소를 지으면서 집에 계신 영감님 역정이 걱정된다는 말로 너스레" "90이 넘어 100세가 되도 수줍음을 타시고 아이들처럼 즐거워 하시는 모습이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요" 


"내년에도 올께요 인사하고 나오면 내년에도 살아 있을랑가 몰라~ 97세 정공임 어머님 정말 그런 생각이 드시는걸까? 그러나 지금처럼 곱게 계실거라 믿어요" 
수정님은 "한편으로는 제가 이중적인거 같아요. 그건 정작 내 부모에게는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길을 걷게 해 준 나의 엄마 조영임 여사는 현재 요양원에 계십니다. 제가 딸인지도 모를 때도 있고 알 때도 있는데, 치매가 아주 나쁜건 만은 아닌거 같아요" 
"자식인 제가 엄마를 요양원에 보냈어도 모르시니까요. 그래서 엄마가 마음은 아프지 않을거 같아요"


생각해 보면 사업적으로나 사회 활동하면서 부모님 덕이 컸다고 했다. 배움도 짧고 가정형편도 넉넉하지 않으면서 물려 준 재산도 없지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고인이 된 아버지의 인맥은 너무나도 큰 재산이다고.


 "치매에 걸리신 엄마도 평소 인심 좋기로 유명했었기에 요양원안에서 자기집 냉장고인거 마냥 먹을거를 꺼내 나눠 주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치매를 걸려도 성품은 변하지 않는구나"


"마음이 아프지만 그런 부모님이 계셨기에 지금의 우리 신랑을 만날 수 있었고 성실하게 잘 살아가고 있지 않나 싶다"고. 
"앞으로도 딱 지금처럼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향기롭지 않는가! 꽃잎의 향기를 아는 달빛.

홀로 떠 세상을 껴안는 달빛이란 꽃잎의 향기가 탐난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힘겹게 피어나는 당신의 삶을 경탄하여 몹시도 껴안아 주고 싶었기 때문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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