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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마음으로 다시 근원을 찾아서 떠날 때

신복남 기자의 ‘어젯밤 어느 별이 내려왔을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11.23 14:57
  • 수정 2023.11.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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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가 없어지면 그 허전함이 또 채워진다. 산과 들에 알곡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다. 쓸쓸함이 비 공간에 채워진 것도 사람만이 느끼는 특권이다. 뜨거웠던 지난날은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아왔는가. 떨림의 눈물이 아름다웠다. 누구든 한번은 그런 적이 있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던 시대를. 시간이 가면 갑자기 이별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을 우리는 모르고 살 뿐이다. 지구 멀리에서 푸른 지구를 보면 가장 큰 언덕에서 살고 있구나. 평화의 땅에서 작은 꽃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발길 아래에서 작은 풀꽃들이 멈추게 한다. 우연한 만남이 오랫동안 머물게 한다. 

문명의 속도에서 그 빠르기의 감각을 잃어버렸다. 멀리 있는 것과 가깝게 있는 위치를 잃어버렸다. 직선의 광선에 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마음을 잃어버리고 산다. 먼 산을 보고 굽이 돌아가는 강줄기를 본다. 

느리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팥 심는 데에 팥이 나고 콩을 심는 데에 콩이 난다. 소중한 만남도 자기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봄에 열심히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수확할 수 없다. 시절을 쫓아 잘 가꿔야 하고 하늘의 도움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자기 노력과 하늘의 도움이 미묘하게 연결돼 있다. 

하나의 곡식도 그러한데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몇 천 분 확률이다. 지구에서 태어나야 하고 지상에서 있는 위치가 그 자리의 확률도 감히 생각할 수 없다. 오늘 산꽃과 들꽃의 만남이 감사의 눈물이 될 수 있다. 바람 한 점에도 감사하며 들길을 걷는다. 세월이 갈수록 몸이 노쇠해진다.

나와 가까운 어르신이 몸이 안 좋아 큰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분이 밭에 팥을 잘 가꾸었다. 그런데 몸이 안 좋아 수확을 할 수 없어 마을 몇몇 분들이 대신 수확했다. 세 말 정도 나왔다. 가을의 열매도 감사한데 동네 분들이 대신 노고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오늘 살아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먼저 물질에서 감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감사한 마음에서 나온다. 

모든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감사한 마음이다. 계절의 허전함도 인간으로서 느끼는 정서이기 때문에 감사하다. 팥을 보고 계절이 지나갔다는 뜻도 있고 지금 이루어졌다는 뜻도 있다. 앞으로 생명이 이어진다는 씨앗의 의미도 있다. 빨간 나무가 더욱 진해지고 있다. 마음의 불씨를 밝힌다. 촛불을 켜고 그대 고운 얼굴을 볼 수 있겠다. 

마음의 온도는 사랑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 온도를 조그만 올려도 세상이 착해진다. 삶의 근원을 찾아서 산길을 떠난다. 굽이 돌아가는 산길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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