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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누군가는 전율하는 천상의 정원을 거닐 게 될 것이다

11월 24일 그랜드오픈 앞둔 해양치유센터의 조경 담당 조슬아작가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11.16 15:14
  • 수정 2023.11.1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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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하고 싶었다. 군수를 만나러 간다길래. 정원페스티벌에서 수상한 대상 작품을 축소시켜 박은재 산림휴양과장과 함께 방문한다고 하길래, 그때 동행 취재를하겠다고 했다. 환담이 끝나면 군수에게 말하길, 성패는 프로그램의 운영뿐만 아니라 공간적 측면에서 하일라이트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다. 완도의 상징성을 담아 누구나 눈길이 꽂히겠끔. 

 

완도의 여러 상징성을 모두 소거시키고 하나만 남기라면, 섬과 바다다. 그 바다의 색은 짙은 청색에서 연한 에메럴드빛 그리고 하얀 색의 그라이데이션으로 변해가는 색깔이다. 


저런 주스컵이나 와인잔에다 아래서부터 그런 색깔의 돌과 모래를 채운 후, 그 위엔 작가가 표현한 완도의 꽃과 나무로 섬을 표현하고 한쪽엔 유리 탁자와 유리 의자를 놓으면 좋겠다. 물론 크기는 사람이 들어가 앉을 수일만큼 커야하며 탁 트인 신지 명사십리 바다가 보이는 곳에 놓아두면 좋겠다.


그럼,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끝내고 저곳에 앉아 기념촬영을 할 것이다. 그 쥬스잔으로 들어가기 전, 젊은 연인이면 유리상자의 "문이 열리네요 사랑해 될까요?" 가 흘러 나오며 문이 열리면 좋겠고, 중년 이상이면 요즘 센터에서 틀어주는 Manic Monday같은 팝송을 들려준다. 당신이 좋아하는 4차혁명 AI기술을 접목해서. 


여기 고순아 작가는 완도에서 거주하고 있고 지역 작가 부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자치역량을 키우는 것이 되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하필 취재가 있어 동행을 못했고 사진만 전해 받아 다른 이야기를 전개해 보도했다.(위 사진)
그렇게 잊고 있다가 며칠 전, 고 작가가 취재를 요청했는데, 마침 신문이 나오던 금요일에 만나게 됐고, 보자마자 사진의 미소보단 조금은 계면쩍게 웃으며 "지난 주 소개된 조슬아 작가를 지면에서 소개해달라"고 제안할려고 했었는데 오늘 신문에서 봤다고 했다.

 

사실 조 작가의 추천이 있었다. 그때 완도에 거주하냐니, 아니란다. 그럼, 굳이 해야하나 싶었는데 또 다른 모인이 조 작가를 칭찬하길래, 그럼 지면과 인연이겠다 싶어 취재를 진행했고 고순아 작가의 요청까지.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게 인연이란 말.

 

만약 고 작가가 이 작업을 했더라면. 조슬아 작가와 완도의 인연은 없었을 것이고, 공간예술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그녀의 조경 작품 또한  탄생하지 않았을 것. 
무엇보다 고 작가의 질투없는 모습이 도탑고 보기 좋았는데, 이렇게 예술이 무엇을 보고 가야하는 지를 아는 사람들이 함께했기에 해양치유센터의 아름다운 조경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슬아 작가에게 신우철 군수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냐는 물음에 없었다고 했다. 
워낙에 까다로운 박은재 과장이 미리 알아서 잘 했을 터. 박 과장의 칼날같은 주문은 일반 작가들이라면 한 두번 수긍해 줄 뿐, 지속되면 작가로서의 자존심과 집중력이 흐트러져 손을 탈탈 털고 가 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매순간 새로운 창조적 영역에 진입하려는 슬아 작가의 열린 자세라면 그 또한 기쁘게 동의했을 터. 


그랬으니, 감동의 작품이 탄생했겠다. 
들리는 말엔 신우철 군수가 그랜드오픈 때 해양수산부장관이 오면 가장 먼저 조 작가가 조성한 크레바스 정원을 안내하겠다는 말이 들리는데, 별무신통했으면그랬을까!(만약, 그날 날이 맑으면 전체적으로 물을 뿌려주는 것이 더 드라마틱해 보일 듯) 
그것 또한 탁월한 선택이다. 

 

조슬아 작가에게 어려웠던 순간을 묻자, 그녀는 일을 하면서는 딱히 어려웠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고.
다만 심적으로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자신의 실력이 의심스럽고 그로 인해 자신을 넘어서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한동안 나 혼자만의 짝사랑인가?싶었죠. 이제 그만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여러번 들었지만, 5년만 더, 아니 10년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학창시절에도 안하던 공부를 몰아쳐 하게 되었다"고.


매 순간 감사하며, 자신만의 속도감으로 때로는 숲속을 산책하듯 때로는 씩씩하게 한 발 한 발 걸어가며 환희에 찬 붉은 노을을 선사 받는 하루!
기뻤던 순간에 대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기쁘다. 한 해 한 해 지나다 보니 찾는 분들이 많아지고 주변에서 인정해 주시면서 드디어 정원에 대한 짝사랑이 끝나게 되고 그 때부터 새 삶을 사는 것 같다고 했다. "모든 예술이 그렇지만, 노가다 중에 상노가다로 온 몸이 아프고 지치지만 행복한 비명 같았습니다"


"잠도 잘 자고 아침이 오는게 행복합니다"
"꼭, 소풍가기 전 날 밤 초등학생처럼요"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디자인으로 완성해 나갈 때 제일 보람차고 행복하다고 했다.


고마웠던 사람은 이번에 완도 해양치유센터를 특화조경을 하면서 고마웠던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는데 "현장에 오실 때마다 조경이 건물을 살린다고 칭찬으로 기운을 북 돋아주신 신우철 군수님, 정원페스티벌 작가정원 참가를 계기로 저라는 사람을 믿고 찾아 준 박은재 과장님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으시는데 페스티벌 당시 출품 작품만을 보고 저라는 사람을 알아봐 준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그 마음에 보답하고 응답하고자 더 열심히 했습니다"


"사실 업력이 더 높은 작가들도 전국에 많이 있고, 또 네이밍이 있는 업체들 또한 많은데 오로지 작품만을 보고 믿어 주신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본질을 봐 주시고, 기회를 주신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덧 붙여 "짧은 시간에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현장에서 모든 돌발사항을 해결해 주신 담당자 분과 처음 일하는 거였지만 오래 전부터 해왔던 것처럼 손발이 척척 잘 맞은 청빈건설 성현식 사장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막힘없이 일이 진행돼 누구보다 감사드립니다"


조슬아 작가는 "저는 대단한 힘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지친 마음에 치유와 위로, 울림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기에 많은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정원을 그리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사막에 숲을 만들 수는 없지만, 마음에는 숲을 만들 수 있다고 믿거든요. 그리고 여기서 일하다 보니 완도군도 제 마음과 같아서 더 신이 났어요. 치유에 진심인 곳이잖아요. 앞으로 해양치유센터를 찾는 분들이 바다에서 또 정원에서 잘 치유 받고 가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시인보다 오래 사는 건, 시인의 이름이고, 그 이름보다 더 오래사는 게 시(詩). 
그래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지 않았던가!


상처 입은 영혼이 치유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정화된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예술은 숨이 넘어가고 있는 누군가의 영혼을 되찾게하고 몸을 일으켜 세운다.


걸어왔던 사랑의 끝까지, 미움의 끝까지, 아픔의 끝까지, 그래서 더는 갈 곳이 없는 갈데까지 가보아도,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는 세상.
작품 이상의 작품, 곧 적선적덕(積善積德). 


선한 일이란 보이지 않지만 새록새록 자라나는 봄동산의 풀과 같고 나쁜 일이란 보이지 않지만 매일매일 닳아지는 칼을 가는 숫돌과 같다.


그 고진의 적선적덕으로 말미암아, 오늘밤 누군가는 그곳에서 수 없이 전율하는 천상의 화원을 걷게 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 오래 전 그날 밤 천상의 감정들로 한없이 붉어졌던 전율의 그리움을 그릴 것이며, 또 누군가는 그 환희의 속삭임 속 사랑의 시작과 끝을 영원토록 안게 될 것이다.                                                


PS. 신우철 군수의 해양치유 특집인터뷰 당시, 조 작가의 이야기가 나와 점심식사가 잡혔는데 못다한 뒷이야기는 뉴스후로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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