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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이 가을에 만난 가장 오래된 친구

신복남 기자의 ‘어젯밤 어느 별이 내려왔을까?’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11.0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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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찾아오는 손님은 봄이다. 무엇인가 새롭고 설렘이다. 어린 날에 봄 소풍이 잡히는 날을 생각하며 잠을 못 이룬 적이 있었다. 봄은 새롭게 채워지는 기쁨이다. 살아있는 자체가 행복이다. 

그런데 새롭게 생명의 싹을 보니 낳고 자란 기쁨의 미를 모두 감득할 수 있다. 가을은 공간의 미다. 채워지는 것보다 비어있는 공간이 아름답다. 그 공간에 이따금 가을의 열매가 정점을 이룬다. 미적분 함수에서 미분계수를 순간변화율이라 한다. 최대 극한값으로 가는 과정이 최댓값이다. 

그 직선의 기울기는 우리 인생에서 가지는 각각의 개성이다. 이것을 적분으로 환산하면 그 사람의 역사인 셈이다. 

생명은 나면서 기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생명이 계속이 이어지고 그 역사가 쌓이면서 인품이 형성된다. 만인이 부러워할 사람이 몇 명 있겠는가. 그만큼 세상 사람에게 인정받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그럭저럭 남과 더불어 즐겁게 살아왔다. 앞으로 나쁜 일이 생겨날 수 있겠다 싶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현재 겸손하게 사라는 뜻도 담겨져 있다. 가지 끝에서 무겁게 달고 있는 가을의 열매도 그 겸손함을 아는 것 같다. 특히 모과 열매는 가을의 과실 중에 제일 크다. 

또한 과실의 모양도 각각 다르다. 
우리 어머니 손등처럼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다. 겉은 투박하다. 아버지의 이마처럼 세월의 언덕을 느낀다. 그러나 그 향기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모과나무 향기는 5월이다. 그 향기는 멀리 가지 못하지만 가을에 노란 열매는 멀리 간다. 못생긴 모과 열매는 시간이 말한다. 술을 만들고 차를 만들면 그 향기는 그윽하다. 엄마와 자식이 전달하는 유전인자가 꼭 필요하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간에 전체적으로 봐서 인류에게 좋을 것이다. 자기 외모 관리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식에 대한 애틋한 사랑만이 최선의 관리이다. 찬비에도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나뭇잎이 가을의 허무함을 채운다. 노란 모과 열매는 가을의 쓸쓸함을 향기로 말한다. 지나온 과거는 그리 순탄치 않았지만 그윽한 마음에 나오는 향기는 향기롭다. 

나이가 들면 주름이 늘고 몸이 왜소해지지만 진정한 그 속에서 나오는 향기는 감출 수 없다. 심는 대로 거둔다. 팥을 심으면 팝이 나온다. 우리의 심성도 이와 마찬가지다. 

살아있으므로 못생긴 생명은 하나도 없다. 
다 영광스럽고 행복하다. 살아있으므로 번득이는 순간이 필요하다. 넉넉한 가을 공간에서 잠시 눈 기울어 하늘을 본다. 순간에서 공간으로 공간에서 순간으로 우리는 무엇을 얘기 하는 걸까.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깨닫는 현재 진행이다. 겉은 삶의 흔적일 뿐이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 아마 세상은 다 알고 있을 것이므로.
 

신복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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