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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텃밭에 앉아 있는 푸른 하늘을 동행하여

신복남 기자의 ‘어젯밤 어느 별이 내려왔을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10.19 15:31
  • 수정 2023.10.2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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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텃밭에는 푸른 하늘이 있다. 배춧잎 보다 더 큰 세상이 앉아 있다. 목성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저곳에 있는 푸른 세상이 경이롭다. 하나의 초록 별은 그 많은 세상을 담고 있다. 내 마음의 경영은 바로 텃밭이다. 배추, 무, 마늘, 파, 시금치를 보면 어느새 눈이 맑아진다. 

해가 짧고 기온이 내려가면 초록 색깔은 점점 진해진다. 우리 마음의 빛깔도 그렇다. 옷깃을 여민 억새는 이 계절 가장 절제된 모습이다. 가을을 노래 하려면 이런 모습으로 들어와야 한다. 가을 텃밭은 지구의 푸른 별, 그 별 하나 머리에 이고 우주 여행을 떠난다. 

배춧잎 속엔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있다. 지구의 무게보다 더 큰 세상이 있다. 그것을 믿게 해주었고, 앞으로 더 좋은 세상이 올거라며 알려준다. 고추 갈아 막 담아 낸 무김치에서 오랜만에 가을 냄새를 맡는다. 가을 텃밭에서는 어머니 자장가 소리가 아직도 들린다. 어머니 텃밭에는 세상이 보인다. 

기쁨과 슬픔을 담아낸 텃밭에서 우리는 영원히 이곳에서 살고 싶어라. 오랜 세월을 지나온 자리에서 무엇인가 새로움을 느낀다. 

늘 살아있는 느낌을 주고 우리 영혼을 깨어 움직이게 한다. 텃밭을 짓는 사람은 인정이 많다. 아마 마음을 경영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 나온 먹거리는 나눠먹는다. 하늘과 때와 그리고 인정이 만들어 낸 텃밭에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 작은 먼지 한 톨도 뿌리가 되나니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어느 것 하나라도 귀히 여길 수밖에 없다.

가장 가깝게 있는 텃밭에서 나의 정신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니 간단하고 간소한 생활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사랑과 지혜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텃밭을 경영하는 습관이 배움과 덕이 있더라. 매일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은 마음의 새싹을 돋게 한다. 지혜를 얻기 위해선 매일 반복된 생활 속에서 진실한 마음이다. 


많은 것을 알지 못하지만 사람이 살아갈 법도를 안다. 흙은 진실한 마음을 알고 빛은 시간을 이해한다. 이 모든 것을 한데 모아있는 곳은 텃밭이다. 가을 햇빛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초록에 앉아 있을 때이다. 상춧잎에 앉아 있는 얼굴들이 생각난다. 
넉넉하고 생기 있는 가을 텃밭에서 푸른 하늘이 앉아있다. 배춧잎 보다 큰 세상이 이해하기 위해선 텃밭으로 가라. 매일 내 마음의 동행자가 된다. 쓸쓸하고 외로운 세상이 텃밭에도 있다. 


더 아름답게 가꾸면 당신의 초록이 되고 청록의 영혼이 된다. 어느 곳에 있든지 텃밭은 내 곁에 있다. 티끌만한 초록이 얼마나 큰 우주를 기억하고 있는지, 나는 지금 텃밭을 여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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