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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을버스는 ‘마음버스’가 되었지요

버스에서 만난 사람들

마더트리 김윤정 대표
스마트치유센터 김남희 대표님!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9.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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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버스』(김유 지은이, 소복이 그림, 천개의 바람)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어느 날, 곰 아저씨가 운전하는 마을버스에서 ‘ㄹ’이 사라집니다. 곰아저씨는 사라진 ‘ㄹ’대신 네모난 나무 창틀을 ‘ㄹ’자리에 붙입니다. 
이제 마을버스는 ‘마음버스’가 되었지요. 분주한 아침,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타 말없이 창밖만 바라봅니다. 곰아저씨는 나무 창틀이 떨어질까 봐 버스를 살살 운전하고, 사람들은 마을버스가 마음버스로 바뀐 사연을 전해 듣습니다. 왜 이렇게 느리냐며 빨리 가 달라 외치던 사람들은 사연을 듣고는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하지. 사람들은 버스 안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마을버스가 마음을 나누는 마음버스가 된 것이죠. 
어린 시절, 시골집에 가는 날이면 비포장 흙길을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를 타고는 했습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쓰러질까 봐 손잡이를 꼭 쥐고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친구들과 깔깔거리던 추억, 자리에 앉았다가도 어른이 타면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던 추억, 계절 따라 변화하는 차창 밖 세상을 바라보며 감탄하던 추억이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운 집으로 저를 데려다주는 덜컹 버스를 참 좋아했지요. 어른이 되어서는 자동차를 운전하며 버스를 탈 일이 많지 않지만, 버스를 떠올릴 때면 어린 시절 추억들이 소환되며 마음이 따뜻해지고는 합니다.
얼마 전 아주 오랜만에 버스를 탔습니다. 대신리에서 완도읍으로 나가는 버스였지요. 버스 안은 어린 시절의 버스 풍경과 비슷했습니다. 버스 안은 할머니들의 주고받는 이야기꽃들로 가득했습니다. 
장날이라 필요한 것을 사러 가신다는 할머니, 농사지은 녹두와 동부콩을 팔러 장에 가시는 할머니, 미용실에 가시는 할머니, 병원에 가시는 할머니 등 저마다 목적지가 다른 분들이 버스라는 공간에 모여 삶을 나누고 계셨습니다. 도심 속 버스에서는 만나기 힘든 광경이지요.

“할머니, 요즘 버스비 안 내고 타시니 어떠세요? 좋으신가요?”
“그라지. 돈 안 받고 그라니까 이라고 나가서 사람 구경해보고 그라제.”
버스를 타기 전에는 요즘 같은 시대에 얼마나 많은 분이 버스를 이용하실까 했는데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처음에는 몇 사람 없던 버스 안이 장날이라 그런지 사람으로 붐비며 서울 지하철을 연상케 했습니다. 버스 기사님께 여쭤보니 버스 이용객이 많이 줄어서 버스 회차를 줄였는데, 무료이용이 되면서 이용객이 많아졌다시며 회차를 늘렸으면 하는 바람을 말씀하셨습니다. 버스 요금 무료정책이 자차가 없거나, 연세가 많아 운전이 힘든 어르신들, 우리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네 아이를 키우는 다둥맘으로 정도리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종종 버스를 이용해서 읍내를 오가고는 합니다. 
아이들은 버스 안에서 차창 밖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버스 안에서 계절의 변화를 만나기도 합니다. 때로 버스 안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대화를 나누며 예절을 배우고, 삶의 지혜를 배우고, 소통하는 법을 배웁니다. 아이들은 버스를 탈 때면 마치 소풍 가는 것처럼 즐겁다고 합니다. 
저희 부부는 버스를 타는 아이들을 보며, 저희 부부가 어린 시절 느꼈던 행복감을 아이들 또한 누리고,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고는 했습니다. 세월의 흐름 따라 많은 것이 변하고 사라지겠지만, ‘세대와 세대를 연결해주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버스’를 탄 시간의 흔적은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음을 나누는 마음버스의 다음 탑승자로 스마트치유센터 김남희 대표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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