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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생애가 걸어나오는 결정적 순간을 포획하는 사람들

풍경의 영혼을 포획하는 완도의 사진가들! 박양규 김정숙 최현빈 님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09.15 12:17
  • 수정 2023.09.1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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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규 주무관
박양규 주무관

‘내가 좋아하는 사진은 2분 이상 바라볼 수 있는 사진이다. 2분이란 굉장히 긴 시간이다. 그런 사진은 보고 또 보게 되는데 그래도 충분치가 않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말인데, 그러기 위해선 릴케가 말테의 수기에서 시(詩)를 쓰기 위해서는 때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한 평생,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의미와 감미를 모아야 한다. 그러면 그 마지막 순간에 한 줄의 성공한 시행을 쓸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 마지막 한 줄을 다시 말하자면, 삶의 70년~80년 동안의 한 생애가 그 안에 담긴 것이라 할 수 있겠는데, 사진 또한 그 한 순간으로 그의 생애가 담긴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타자인 풍경 속으로 다가갈 때, 예의를 지키는 것.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그들 위에 군림하려 들거나 과격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인간적이어야 한다.
조용한 몸짓으로 곁을 맴돌고 어루만지다 피사체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순간, 스나이퍼가 되어 원샷원킬의 방아쇠를 담긴다. 


내 영혼으로 풍경의 영혼을 포획한 순간, 그 순간이 마법. 그때의 사진은 불멸의 시처럼 찰나의 순간으로 영원을 붙잡게 되고 그때의 풍경은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절정의 순간을 결정해준다.
시와 사진이 다르지 않듯, 또 신문과 사진 또한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 특집호의 의미를 담기 위해 완도에서 사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첫번째 사진은 완도타워. 박양규 주무관의 작품. 박 주무관(수줍은 미소의 사진)은 군정 주요 행사와 완도의 4계 등 다양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특히 신우철 군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잡아내는 매의 눈초리를 가졌다. 


처음 메일에 사진이 도착했을 때, 얼추 본 모습은 흔하디 흔한 완도타워. 특별한 뭔가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괜한 부탁을 했을까. 
그런데 1분도 안돼 터져 나오는 탄성.
사진함을 열어보니, 그동안 찍었던 인물들과 각종 사진을 완도타워 속에 한 장 한 장 담아놨다.  

 

공력이 들어갔다. 창간 33주년 단독 컷으로 쓰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는데, 사진보다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더 출중하다. 그는 어떻게하면 한 장의 사진 안에 완도의 모두를 담을 것인가를 생각한 것. 박 주무관의 내면과 인간성, 철학적 가치가 돋보인다.  박양규 주무관은 "처음엔 업무적으로 시작했던 사진이라는게 나에게는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또 "지난 몇 년간의 사진을 다시 보고 있으면 나만의 일기장처럼 그 날의 분위기, 공간, 감정이 느껴진다.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서 내가 보는 뷰파인더 속 세상은 고요하기도 하고 때론 치열한 현장이다. 완도의 현재 모습을 기록할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그 만큼 책임감으로 무거워진다"고.


박 주무관은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아쉬움과 어려움을 함께 느끼지만 촬영한 사진들이 자료를 넘어서 추억을 회상하며 미소지을 수 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전했다.


그러며 추신으로 덧붙이는 말. "사진은 지금까지(3년 9개월) 촬영했던 행사와 현장별 사진 한 장씩을 골라서 모자이크형식으로 해서 보내드렸는데 신문에는 잘 안나올거 같아 걱정입니다" 훌륭하다. 안나와도 좋다. 그 안에 담긴 도탑고 정겨운 마음이 어디가는 게 아니니까. 지금 이순간을 영원으로 멈춰 세우는 힘이 전해진다.

 

 

 

세로의 긴 사진은 완도군청이 인구의 날 기념으로 진행된 완도군 별별 가족사진 공모전에서 쌍무지개와 삼남매의 주제로 장려상을 받은 보길면 정자리의 김정숙 님의 사진. 

 

그는 서울 매일경제신문사에서 근무하다, 완도로 내려와 워킹맘으로 활동하고 있다고.(사진 정숙님과 가족)
정숙 님은 "처음 시작은 보길도 세연정이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섬에서 삼남매를 키우는 워킹맘이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2005년 10월 2일 세연정에서 신랑을 만나기 전까지는. 신문사 다니는 난, 그저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특별한 삶이 시작된 것이다"


"보길도라는 섬... 알 수 없었던 섬... 처음 알게 된 섬... 그 이후 보길도는 제2의 고향이 되어버렸다"
"사랑하는 삼남매의 고향"
"서울에서 땅끝 처음과 끝자락. 그렇게 섬에서 소소하게 살아가고 있다"

정숙 님은 "매 순간 소소한 행복을 담고 시작한다. 가족들과 소소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는게 제일 행복이 아닐까요? 사랑하는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웃음이 떠나지 않는 집. 우리만의 공간,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는 곳"


"보길도 정자리 바닷가 집에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우리들" 정숙 씨에게 사진이란, "삶의 희노애락이 담겨져 있는 찰나의 순간, 나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나이를 먹고 기억은 흐릿해지지만 사진은 나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나의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래서 매 순간 사진으로 남겨 둘려고 한다"고.


"그래서 생애 마지막날, 내가 어떻게 살아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는 사진. 나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곳. 그래서 나에게 사진은 필수 조건이다"고.

 

 

마지막으로 최현빈 님. 
엄마 이름은 김매숙 님. 매숙 님은 아들 하나 정말 잘 둔 것 같은데, 네이버밴드에서 처음 그의 사진을  봤을 때, 인물의 표현 하나 하나가 너무 섬세하고 드라마틱한 장면이라서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속으로 생각하길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 넘은 피가 다르다. 예술적 피를 가지고 나왔다'


그 예술적 핏줄기엔 소리없는 외침과 화염의 불길이 흘러, 만나는 사물 하나하나를 모조리 관통하며 폭죽으로 터뜨려 밤하늘을 수놓겠다. 
매 순간, 불꽃놀이를 하는 심장. 
그것은 필멸의 이름, 지금 이 순간이다! 


비우라고? 내려 놓으라고? 아니, 되레 물 위를 박차고 오른 새가 멋진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 때가 가장 빛나는 건, 그렇게 빛나는 순간이 가장 나다운 것이며 온전한 내가 되는 순간. 앞으로도 그 길을 갈 듯하다.

 

 

현재 고금면사무소에서 공익 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축산업을 하는 부모의 영향으로 전남대 동물자원학부를 나왔겠지만(졸업식 때 사진), 전공 따라 가는 건 예술가의 본분이 아니라서.


말을 들어보니,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BTS 윙스 투어, 수지 바자 화보 촬영, 2022 싸이 흠뻑쇼 서울, 2022 ITZY THE 1ST WORLD TOUR CHECKMATE 등 커리어가 가볍게 이 정도. 


대단하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이들의 영혼을 포획하는 남자.
그를 포획하기 위해 공간과 시간을 계산하는 것이고, 시공간과 인간을 포함해 지금 이 순간으로 멈춰 세울 수 있을 때, 예술이 지배하는 힘이란 무궁무진해지면서 실존을 탄생시킨다. 


모순과 부조리의 골짜기에서 신음하는 우리에게 손을 잡아주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그렇기에 중요하지 않은 건 중요한 것에 달려 있으며 중요한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 
인물 탄생.


"고수영 면장님, 대단한 친굽니다. 고금면 아니, 완도를 알릴 무한한 자원입니다. 무사히 병영 생활 마치고 매숙 님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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