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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와 함부르크의 변신

완도시론

이승창
자유기고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9.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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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비스카야주 빌바오(Bilbao)시는 과거에는 영국・프랑스 등을 상대로 무역을 하는 항구도시였고, 산업혁명 이후 철강・제철 및 조선산업의 중심지로 20세기 초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빌바오 시내를 가로지르는 네르비온강 주변은 산업의 중심지로 조선소와 하역장이 즐비했었다. 하지만 철강자원이 고갈되고 조선산업의 중심이 일본・한국 등 동아시아로 옮겨간 후 조선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강가의 12개 조선소는 한 군데를 제외하고 모두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또한 환경파괴 문제가 극심해져서 산업폐기물로 수질과 토양이 오염되어 심각한 환경파괴로 심한 몸살을 앓게됐고, 1983년에는 대홍수로 강물이 범람하면서 도시가 완전히 초토화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도시의 쇠락으로 1980년대 후반에는 시의 실업률은 35%까지 치솟았고 청년 실업률은 무려 50%에 달했다.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빌바오가 되살아난 계기는 1997년 도심을 흐르는 강가에 구겐하임미술관이 개관하면서부터다. 빌바오는 미술관 건립으로 도시재생에 성공하여 전 세계에서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그중 70% 정도는 외국인)이 찾는 관광도시로 탈바꿈했으며, 운송 및 호텔・카페・바와 같은 관광 서비스 분야에서 약 45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기도 했다. 그 결과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빌바오 효과는 '한 도시의 건축물이 그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나 현상'으로, 스페인의 북부 소도시 빌바오에서 비롯됐다. 당시 쇠락하던 도시 빌바오에 구겐하임미술관이 세워지면서 관광업 호황이 이뤄졌고, 이후 도시의 세계적 건축물이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빌바오는 과거 산업중심도시에서 도시재생과정을 거친 후 현재는 사람중심의 관광문화도시로 탈바꿈했다. 차도보다는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인도를 더 넓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차를 타는 것보다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더 편리한 보행자 중심도로로 바뀌었다. 또한, 빌바오는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불리는데, 구도심을 걸어다니면서 보면 옛 것과 지금 것을 조화롭게 잘 섞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신구 조화를 통한 균형있는 발전으로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빌바오는 2014년 유네스코에 의해 디자인 도시(City of Design)로 지정됐다. 
함부르크는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가장 큰 항구도시였지만 세월이 흘러가면서 점차 쇠퇴해가고 있었는데, 1997년 항만재생을 위해 '하펜시티 프로젝트(Hafencity Project)'라는 이름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여 현재 진행 중이고, 이 사업은 2030년까지 계속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 속 도시인 하펜시티는 빠른 성장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한 성장을 택했다.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개발 목적에서 ‘공익의 추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익 추구가 없는 도시의 개발은 일부 계층에게만을 특혜를 주게 될 뿐이며, 결코 함부르크 전체 시민을 위한 좋은 도시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민간의 이익을 배제한다면 도시의 개발 자체가 무산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펜시티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 = Elbe Philharmonic Hall)는 오래된 카카오창고를 개조하여 2017년 개장한 호텔・카페・공연장 등의 다목적 복합공간으로 변신했는데, 이는 수변도시 재개발의 혁신사례로 꼽힌다. 이 건물은 스위스 건축 듀오인 '헤르조그&드 뫼롱'이 1966년 지어진 카카오 창고를 오래된 붉은 벽돌 위에 얼어붙은 파도의 형상으로 리노베이션한 건축물이다. 파격적인 외부 디자인으로 완공 이후 독일을 넘어 유럽에서도 주목받는 랜드마크로 사랑을 받고 있다.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공사비를 들여 기존 창고를 리노베이션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공사기간만 10년이 넘는 등 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사 지연으로 함부르크시와 건축회사 사이에 법적 공방까지 벌어지는 등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파격적인 디자인과 도심 전체를 아우르는 뛰어난 경관 등으로 코로나 이전 기준 연간 360만명이 방문하는 함부르크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서울시에서도 하펜시티 프로젝트를 모델로 하여 여의도에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에서 관계 법령을 정비하고 예산을 확보하여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다.(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
도시재생사업의 목표는 도시 쇠퇴에 대응하여 물리적 환경개선(하드웨어, H/W)과 주민들의 역량강화(소프트웨어, S/W)를 통해 도시를 종합 재생하기 위한 사업 추진으로, 노후 주거지의 환경 개선과 도시경쟁력 회복을 위한 사업을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 군에서는 완도읍 원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국토교통부의 공모사업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 134억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완도읍 중앙마을(중앙·주도·서성·용암리)을 대상으로 중앙시장 중심 상권 활성화, 주민을 위한 주거 및 생활환경 개선, 주민 역량 강화 교육 등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완도군의 도시재생사업의 목표는 주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주민 중심의 사업과 해양치유와 역사・문화 등 지역 특성을 살린 사업과도 연계해 관광이 활기를 띨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앞서 소개한 유럽 두 도시의 성공사례를 벤칭마킹하여 우리 군의 실정에 맞게 접목을 시도하여 내실있는 사업추진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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