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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버스 타보니 너무 많은 걸 깨닫습니다

버스에서 만난 사람들
최정욱 의원

마을학교 연합회 김윤정 회장님!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9.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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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제 미래를 펼치기에는 섬이라는 공간은 좁았습니다. 
그때 버스는 나의 미래를 이어주는 통로의 연결끈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의 완도대교 이전에 철제 교량으로 제작된 완도교가 1969년 1월에 준공되어 완도에서 광주까지 버스가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배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비포장길을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버스 안으로 먼지가 들어와도 시원한 바람에 털어버리며 그만이었습니다. 그때 버스를 타고 도착한 도시의 풍경을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버스를 보면 왠지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어떤 분이 버스를 ‘이웃과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하더군요.
버스는 매일 수많은 정류장을 스쳐 지나갑니다. 많은 사람이 타고 내리는 특징 때문에 관계를 맺고, 교감을 나누기에는 어수선한 공간일 수 있지요. 그러나 이동수단으로서 버스가 갖는 또 다른 속성을 우리는 공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버스는 매일 빠르게 움직이지만, 늘 똑같은 노선을 달립니다. 
그래서 버스를 타면 동네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옆집에 사는 사람일 수도 있고, 같은 마을에서 일하러 나가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작은 공간을 통해 서로 마음이 오가며 정을 나눌 때 진짜 이웃이란 감정을 공감하게 됩니다.
모처럼, 군내버스를 타고 주민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출발한 버스는 한두 마을을 넘는 사이 한 분, 두 분 오릅니다. 타고 오르는 간간이 기사 아저씨는 농사이야기도 끼어들고 동네 행사에도 관여하고 어르신들의 안부도 묻습니다. 버스 타려고 뜀박질하는 아주머니에게는 탈 때까지 기다려주는 서비스는 기본입니다.
버스에 오르는 어르신을 부축하며 의자에 안내했습니다.
“고마워, 근데 뉘시우?”
“처음 보는데, 이 동네 살아요?”하며 어르신이 묻습니다.
열심히 뛰어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드신 어르신에게는 제 얼굴이 낯선가 봅니다.
“아니요, 어르신. 오늘 버스를 타면서 군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탔습니다. 근데 어디 가세요?”, 여쭤보니”병원.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라는 푸념이 돌아옵니다.
그런데 뒤쪽에 앉은 어르신 한 분은 저를 알아보고 ”어이, 최의원. 버스 오를 때 힘드네. 도시는 버스 계단도 낮던데.“라고 하는데, 아마 저상버스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분 말씀처럼 앞으로 버스는 저상버스를 도입하여 버스 승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도 검토해야겠습니다. 
시골 버스는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습니다. 느리지만 여유가 있고 늘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그리운 모습입니다. 투박하지만 정이 넘치고, 무심한 듯 다사로운 분위기의 버스는 바쁠 게 없습니다.  
버스가 달리는 길 위에는 수많은 교통 표지판과 신호들이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 버스는 때로는 빨리, 때로는 천천히 달립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가며 직진하기도 하고, 우회하기도 하고, 멈춰 서서 잠시 숨을 돌리며 다시 출발할 준비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버스처럼 언젠가 목적지에 다다르게 되겠지요. 나이가 들어 보니 인생이란 게 조금은 험난한 여정이 될 수도 있지만 그리 어렵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군민 여러분이 걷는 길을 힘차게 응원하며 저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음 버스 탑승자는 마을학교 연합회장 김윤정 회장님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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