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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의 꽃잎은 물방울로 제영혼을 그려낸다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9.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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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영원히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 역사적 사실들이 모르게 지나가는 것들도 많다. 현재의 순간에서 새롭게 알게 되면 과거도 변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야생화도 물가에서 새롭게 역사를 쓰고 있다. 노란 땅귀개와 보라색 이삭귀이개는 습지를 좋아한다. 


이곳에 있어야 하나의 생명으로서 탄생할 수 있다. 귀이개는 아주 작은 수저 모양이다. 우리의 선대들은 생활에서 쓰이는 이름을 본 떠 이름을 지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이 친숙하기도 하고 익살스러운 이름도 있다.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밥풀은 각각의 형상대로 지었기 때문에 기억하기가 쉽다. 전에는 몰랐던 풀들이다.

 
이제 알게 되므로 그 시대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물가에 조용히 앉아있는 풀에 이름을 지어주었으니 자연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바다의 물을 구름에 실어 산으로 떨어지면 각각의 동식물들에게 배분이 된다. 내 곁에 사소한 것들로 그냥 오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다. 


땅귀개와 이삭귀이개는 생명을 달고 물가에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옛사람들이 이름을 지어주는 것부터 시작하여 물웅덩이에서 꽃이 피기까지 그리 쉽지는 않은 얘기다. 


살아남기가 확률적으로 제로에 가깝다. 생명에 대한 귀히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연약한 야생화가 살아오는지도 모른다. 우주가 통째로 움직인다면 우리는 시간의 여행을 하고 있다. 강가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 여행하는 셈이다. 삼라만상의 이름이 있는 곳에 자연이 있다. 자연이 건강해지려면 다양한 종류가 있어야 안다.

 

어떤 곡선의 함수에 있어서 한 지점이 수렴하는 과정은 순간변화율인 미분계수라고 한다. 점들이 이어진 곡선을 삶의 여정이라고 하면 선택의 몫은 인간이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기울기는 순간마다 다르다. 함수의 선택과 점들의 지점은 무한대다. 무한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역설적으로 영으로 수렴하는 과정이다. 미분은 잘게 나누어야 오차의 범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순간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단순화 시키는 것도 인생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리에서 완벽한 것은 없다. 단지 오차를 줄일 뿐이다. 순간순간 치열하게 쌓아 올릴 때 과거는 사실에 가깝게 되지 않을까. 현재 순간이 중요한 데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초인적인 힘이 되지 않을까. 두 야생화는 잎과 꽃이 단순하다. 
그러나 자식을 번창하는 일에는 게으르지 않다. 물가에서 삶의 흔적을 물방울로 나타낸다. 꽃잎은 물방울처럼 작다. 그러나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는 크다. 한 잎 한 잎 모아서 옛사람들을 기억하게 한다. 구월에 피는 이 야생화를 많은 사람이 불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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