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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필요 없는 아름다운 세상의 이야기를 꿈꾸다

고흥군청에서 근무하다 남편의 고향 따라 완도군청으로 온 송은미 사회복지사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09.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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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면에서 근무하다 고금면사무소로 자리를 옮긴 김현미 팀장. 지난 호에 소개된 김동일 님의 취재 차 고금면사무소를 방문했을 때, 뜬금없이 한 사람을 데리고 나타나 다짜고짜 하는 말이 "사회복지직인데요 고흥군청에서 근무했어요" "고금면에서 축양장을 하는 남편을 따라 왔어요! 이쁘지 않으십니까?"


김 팀장의 말에, 묻기를 "타 지자체로 전출하게 되면, 한 직급 내려서 오잖아요"
김 팀장은 "당연히 내려서 왔죠" 그 뒤로 "체전" "자원봉사" 기타 등등 무슨 말을 했던 것 같았는데, (전라도 말로 무엇인가 사끌라는 뉘앙스도 있어서 경계심에) 그렇게 귀담아 두지 않았다. 다만, 고흥이라는 말에 '고흥이면, 몇 년 전 군민의 날 사회자로 나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한 완도의 아나운서 최선아 씨랑 동향인데, 언제 만나면 함 이야기나 해줘야지'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걸 알았는지, 김 팀장은 "빛바랜 억새의 흔들림 위에도 빛나고 있고, 머물기 보다는 떠나기를 선택한 나뭇잎 위에도 빛나는... 아련해진 가을 국화의 꽃잎 위에서도 여전히 남아 빛나고 있는... 아물지 않는 상처 위에도 아껴놓은 이름 위에도 빛나는... 그래서 슬퍼 보이지만 그렇기에 아름답고, 그래서 쓸쓸하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사려 깊은 미소는 서정적이면서도 그 안에 뜨거운 문제 의식이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시(詩)같은 사람.
'우와. 은유까지. 혹, 고수영 면장이 이렇게 하라고 시켰을까?' 여러모로 합리적 추측을 해보았으나, 역시나 사려 깊은 미소가 돋보였다.
그 미소는 그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었고, 하는 일이니까!와 다르게 전해왔다.


모욕이나 상처조차도 건드리지 못한 내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열린 시선, 그 열린 어루만짐으로써 타인의 슬픔을 위로하고 아픔을 감싸주는 마법의 힘. 
시(詩)와 사회복지. 둘이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둘 다 이타성을 가지면 마음을 두드린다는 것.


김 팀장의 칭찬에 고수영 면장 또한 엮을려고(?) 그러는지, 눈빛을 번뜩이며 가세하는 분위기. 고 면장은 "지난 5월 도민체전과 장애인 체전이 열릴 때, 고금면에서도 여러 종목의 경기가 펼쳐졌다"고 했다. 
"당시 학교 운동장을 임시 주차장으로 쓰고 있었는데, 하필 비가 와 걱정스런 마음에 새벽녘에 나왔다"고.


그런데 그곳에서 텐트 정리를 하고 있는 공무원을 보게 됐단다. 그때가 새벽 5시 반. 군 자원봉사 책임팀장으로부터 고금면이 가장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이어지는 고 면장의 말은 고영상 전 주민복지과장 또한 그의 성실한 태도와 도타운 마음을 높이 사 인사위원회에 이러한 재원을 왜, 아직까지 진급시키지 않았느냐면서 강력하게 피력했다고. 


역시나 홍보팀장 출신답게 언론이 좋아할만한 것들만 개운하게 정리해주는 고 면장.
둘의 칭찬이 청량한 계곡물처럼 쏟아져 이 더위를 식혀버리니, 양해없이(양해를 구하면 표정이 굳어져 버리니 선참후계) 재빨리 스마트폰으로 모습을 찍었다.  

 

 

이제 그들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사진을 보면 알터. 사진은 거짓말을 안하니까.
송은미 주무관. 78년생. 고금면 장항리 거주. 현재 고금면사무소 맞춤형복지팀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다. 은미 씨가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게된 건,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설명절이면 떡국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고, 겨울에는 화순 연탄공장까지 직접 화물차를 몰고가 연탄을 실어온 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는 봉사를 봐 왔다고 했다.


또 부모님이 봉사 활동을 할 때면 오빠와 은미 씨를 함께 데리고 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작은 손길을 펼치게 했다고. 
"그게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사회복지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였죠"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 은미 씨는 "사회복지사의 길을 걸어오면서 지적 장애우 가정을 방문하여 생활 실태를 둘러보는데, 집안 가득 쓰레기와 악취로 도저히 생활 할 수 없는 곳에서 음식을 먹고 생활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우리동네복지기동대를 통하여 집안의 청소와 주거 환경을 정비할려고 쓰지 못하는 물건을 버릴려고 할 때, 난폭한 행동을 합니다" 


"그러면 할 수가 없게 되죠. 그런데 관계 형성을 위해 몇 달 동안 집을 찾아갑니다. 갈 때마다 청소와 환경 정리를 해주지 못하고 올 때면 참 어렵고 힘이 들지요"
기뻤던 순간에 대해 은미 씨는 "올해 봄, 고금면에 거주하는 한 민원인이 동생이 타지에서 생활하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다녀왔는데 배에 복수가 차서 더 이상은 어렵겠다며 큰병원으로 가 검진을 받으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이 분이 더 이상의 삶은 의미가 없겠다 싶어 모든 걸 포기하고 고향집으로 내려오셨어요"  


"면사무소에선 어려운 사정을 듣고 그의 집을 방문하여 상담, 긴급지원과 수급자 신청을 하게한 후 치료를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방문과 관리를 통해 환우가 집과 병원 치료를 병행케 했는데,  몇일 전에 그만 하늘나라로 긴 여행을 떠나게 됐습니다"


"정말 경황이 없으셨을텐데, 마을 이장님과 그 분의 형이 전화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시더군요. 그 분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가족과 짧은 생활이지만 함께 지낼 수 있어 행복했고 감사하다고 했을 때, 그 분의 얼굴이 며칠동안 계속해 머릿 속에 남아 있더라구요. 고통 속에서도 행복해하며 가셨다는 말에 참 다행이구나 싶으면서 한편으론 참, 먹먹합니다"


고마웠던 사람에 대해 은미 씨는 "제가 살아가면서 힘들고 지칠 때마다 힘과 용기를 주는 부모님"
"너무 힘들고 지쳐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싶을 때, 인생이라는 공부가 그렇게 어렵다면서 부모님께서도 늘 그 과정이었다면서 토닥토닥, 부모님께선 언제나 제 편이며 제 인생에 있어 진정한 스승님입니다"


은미 씨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홀로 생활하는 이웃에게 밑반찬과 생활용품을 가져다 주는 심부름을 시켰고,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그들을 위하여 한걸음에 달려가셨다고. 부모님이 보여 준 사랑의 실천이 자신에게 있어 긍정의 힘이며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송은미 주무관은 "저는 전남 고흥에서 사회복지사로 공직생활을 하다 지금 살고 있는 완도군으로 2022년 9월 전입 왔습니다"
"타 지역에서 10년 이상 공직생활을 했으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이곳에 왔지만 1년이 되는 시점에 생각해보면 괜한 걱정과 두려움이었습니다"


"이곳의 선후배 공직자들과 청해복지사 회원들, 그리고 주민들께서 얼마나 따뜻하게 대해주시는지, 또 모르는 사업이나 모르는 업무에도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고향이며 제가 살고 있는 제2고향 완도에서 공직자로서, 사회복지사로서, 부족한 사람이지만 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주민과 함께 어울리며 완도군민의 자부심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말씨 하나 하나에 사려 깊은 미소가 담긴 듯. 
그건, 기교나 연습으로 탄생되거나 완성될 수 없다.
그 보단 훨씬 더 깊은 내면의 문제.


부드럽고 매끄러운데 단단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란,그 움직임을 관여하고자 하는 내면 속 낮아지려는 겸손과 관대한 태도가 밖으로 표현됐다는 게 올바르다. 
치장이나 세련미로는 나타낼 수 없다. 


그와는 전혀 상관없고 그를 관여할 수도 없다. 
전적으로 내면 속에서 빛나는 연민과 용기의 문제다. 
그 연민과 용기가 마법이 필요 없는 아름다운 세상의 이야기를 꿈꾸게 한다.


우아함을 정의하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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