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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섬百길'을 아시나요?

이승창
자유기고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8.24 15:33
  • 수정 2023.08.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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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는다는 것은 과거에는 단순히 이동을 위한 한 수단으로만 평가받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운동의 한 방법일 뿐만아니라 미지의 장소에서 생소한 자연을 접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공유하고 이해하는 다양한 현장체험의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들이 길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늘어나게 된 계기는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이 알려지면서부터가 아닐까 생각된다. 성 야고보를 스페인의 수호 성인으로 모시게 되면서 오늘날의 순례길이 생겼다. 


러시아・핀란드・이탈리아・포르투갈 등 유럽 각지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여러 갈래길 가운데 가장 널리알려져 있는 '프랑스 길'은 프랑스 남부 국경 생장피에드(Saint-Jean-Pied-de-Port)에서 시작해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종착지인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이르는 800km 여정으로, '프랑스에서부터 오는 길'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길은 하루에 20여 km씩 한달을 꼬박 걸어야 하는데, 2010년 27만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 출신의 한 언론인이 산티아고 순레길에서 영감을 받아 제주 올레길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이 길은 현재는 26개 코스 437km로 이루어져 있다. '올레'란 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이란 뜻이며, 통상 큰길에서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을 말하는데, 제주 올레길은 주로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산길・들길・해안길・오름 등을 연결하여 구성되어 있으며, 제주 주변의 작은 섬을 돌아오는 코스도 있다. 


제주 올레길이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후 전국적으로 둘레길 열풍이 불고있다. 국가에서는 산림휴양법에 근거하여 조성된 숲길 중 산림생태적 가치나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아 체계적인 운영・관리가 필요한 숲길을 지정하여 고시한 숲길을 '국가숲길'로 관리하고 있다. 현재 지정된 국가숲길은 지리산둘레길・백두대간트레일・DMZ펀치볼둘레길・대관령숲길・내포문화숲길・울진금강소나무숲길・한라산둘레길・대전둘레산길 등이 있다. 


이밖에도 최근에는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며 함께 걷는 길’을 비전으로 ‘평화・만남・치유・상생’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코리아 둘레길을 만들었는데, 이 길은 동・서・남해안 및 DMZ 접경지역 등 우리나라 외곽을 하나로 연결하는 약 4,500km의 초장거리 걷기여행길이다. 동쪽의 해파랑길・남쪽의 남파랑길・서쪽의 서해랑길・북쪽의 DMZ 평화의 길로 구성되어 있고, 10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78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이어주는 길이다. 지금까지 소개된 길들은 제주 올레길을 제외하면 주로 전국에 흩어져있는 산과 들판의 곳곳을 이어주는 육지의 길들이다. 


제주 올레길 등장 이후 많은 섬들에도 우후죽순처럼 수많은 길들이 만들어졌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는 각기 섬에 걷기 길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섬들에 생긴 많은 길들은 걷기 열풍이 주춤해지면서 대다수 섬길들은 개통 이후에만 잠깐동안 반짝 사람이 몰리다가 이후에는 대부분이 무관심 속에 버려져 길이 풀섶에 가려 지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수많은 섬길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육지 사람들은 어느 섬에 무슨 길이 있는지도 모르고, 고립된 섬마다 분산되어 있어 찾기도 어렵고 접근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섬길 전체를 소개할 수 있는 정보창구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섬에 대해 연구조사횔동을 해오던 섬연구소에서 그동안의 경험과 조사를 바탕으로 1년간 섬길들을 정밀 재조사하고 정확한 섬길 지도를 다시 만들고 섬의 역사문화 생활사는 물론 섬의 풍경 등 다양한 정보까지 확인해서 '백섬백길'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4,000여 개의 섬들 중 가장 소개되어야 할 이쁜 섬길 100곳을 추려내서 만든 길인 '백섬백길'은 한국의 섬들에는 활력을 불어넣고 내륙의 사람들에게는 미지로의 여행을 선물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삶의 터전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완도군에는 265개에 달하는 유・무인도가 푸른 물빛의 다도해에 보석같이 점점이 떠있다. 그중 소안도 대봉산둘레길, 생일도 둘레길・청산도 슬로길・여서도 둘레길・신지도 명사갯길・금당도 팔경길 등 6군데가 백섬백길에 포함되어 있다. 
대봉산둘레길은 소안면 비자리에서 북쪽 해안가 마을인 북암리까지 7.5km의 숲길 구간이다. 길이 완만하고 대부분의 구간이 해안을 따라가는 숲속길로 한 여름에도 시원하게 걸을 수 있다. 


생일도둘레길은 서성항에서 출발하여 굴전리・용출리・금곡해수욕장을 거쳐 금곡마을버스정류장에 도착하는 9.9km의 길로, 코스는 대부분 바다가 보이거나 해안길을 낀 능선길로 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청산도 슬로길은 국제슬로시티연맹 공식인증 세계슬로길 1호길로, 11코스 42.195km로 이뤄져 있다. 길마다 부여된 고유의 테마를 따라 길을 걷다보면 구들장논・돌담・초분 등 이미 사라져버린 섬 고유의 문화 자산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이중에서 청산도항에서 시작해서 돌담의 원형이 가장 잘 보존돼 있는 상서리 돌담마을까지 총 6개 코스 24.2km의 길을 소개하고 있다.


여서도 둘레길은 300년간 원형 그대로 보존된 돌담과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여호산 숲길을 감상하며 걷는 4.5km의 섬길로, 주산인 여호산 산 능선에서는 완도・청산도・보길도・소안도 등의 섬들이 연출하는 다도해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신지도 명사갯길은 신지대교 강독휴게소에서 시작해서 모래해변이 10리 가까이 펼쳐져 있는 명사십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최고의 해변 트레일 11.7km를 걷는 길이다.

 

이 길은 해양수산부에서 지정한 해안누리길로 이미 알려져있는 길이다. 금당도 병풍길은 면소재지 울포항에서 출발하여 세포마을과 세포전망대를 거쳐 봉동마을에 도착하는 10.9km의 섬길로, 금덩이 섬이라고 불리는 금당도의 기암괴석과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같은 길이다. 이밖에도  보길도 윤선도명상길・조약도 동백숲길 등은 이미 소개된 백섬섬길에 포함되어야 할 빼어난 풍광과 역사적인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 길들인데도 빠져있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앞으로 추가로 소개될 기회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승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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