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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기를 바라는 것

9분의 골든타임 심폐소생술, 완도의 선한 사마리아인 오윤영 정경숙 씨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7.13 15:06
  • 수정 2023.07.1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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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말로가 인간의 조건에서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고뇌는 어리석은 것이다”는 명언을 남겼는데, 우리에게는 그 보다 훨씬 아름다운 말이 전한다.


위선피화(爲善被禍) 오소감심(吾所甘心).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에서 유배 중 죽임을 당했다. 이때 수양대군이 이르기를 “만약 시체에 손을 대는 자가 있다면 삼족을 멸한다”고 엄명을 내렸다. 추상같은 엄명에 그 누구도 감히 단종의 시신을 거두는 이가 없었다. 


이때 영월의 충신 엄흥도가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장사를 지내려 하자, 아들과 가족이 나서 간곡하게 만류하는데, 엄홍도는 “爲善被禍吾所甘心(위선피화오소감심) 좋은 일을 하고도 화를 입는다면 나는 그것을 달게 받는 바이다”


동서고금 이러한 아름다움 때문에 삶이라는 눈부신 기적이 찾아오는데, 이에 못지 않게 충분히 감탄할만한 사연이 지난 6월 완도읍 네이버밴드에 올라왔다. 
완도의 착한 사마리아인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면.
CPR(심폐소생술)이 실시되고 있는 동영상을 보자, 상황은 삶과 죽음이 경계에 서 있는 듯 급박해 보였다.


119 소방대원으로 전해지는 여성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렸다. 남자예요 여자예요? 그 말에 다급한 목소리로 "여자예요"
나이는요? 다급한 목소리로 "60세 정도"
의식은 있어요? 없어요? 다급한 목소리로 "있어요"
그러자 옆에서 단호한 목소리로 “없어요. 아직, 호흡이 없어요” “입술은 시퍼렇고 얼굴이 하해요”

 

 

어떻게 된 상황이었냐는 말에, 다급한 목소리로 대답했던 여성은 다소 울먹이는 목소리로 “택시에서 내리다 뒤로 넘어졌어요”
이어 사연. “따뜻한 감동스토리를 전합니다"
"목격자에 의한 심폐소생술, 4월 29일(토)오전 11시30분경 택시문이 열리자 60대 여성분이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골든타임 안에 심폐소생술을 일반인 2명이 9분 가량 실시하였고 나중에 CCTV 영상을 보니 도움 주신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구급대가 와서 인계했습니다"
이날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이들은 완도읍 LH어린이집의 오윤영 원장과 5명의 자녀를 둔 다둥이맘으로 잘 알려진 정경숙 씨.


글쓴이 경숙 씨는 ”어린이집 원장님이 먼저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하셨습니다“
”저는 아파트 101동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갑자기, 엄마 엄마! 1층에 사람이 쓰러졌어요"
"그래서? 다치셨어? 움직임이 있으셔?하고 아파트 복도 창밖을 내려다 보았는데 아무 것도 안보였습니다"
"그때, 아들이 어떤 아저씨가 119에 전화하고 계신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무작정 뛰쳐 내려 갔습니다”


"엘리베이터 속도가 얼마나 느리던지요!"
현장에 도착한 경숙 씨는 119랑 통화하면서 CPR을 하고 있는 오윤영 원장에게 가슴 압박 위치와 압박 속도를 알려주면서 교대 후, 119구급대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다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는 심장자동충격기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둘이서 여러 번 교대로 5분 이상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9분 가량이었다고 했다. 


사이렌 소리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구급차를 인도 해달라"고 했고, 계속해 의식 유무를 확인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후, 구급대원이 도착하자 그들과 교대했다고. 
그리고선 구급대원 맞은 편으로 가 계속해 팔다리를 주무르고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걸면서 호흡과 맥박 유무를 체크했는데, 끝내 자가호흡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였다고.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잘하셨어요~" "감사하다. 천천히 호흡하시라“라며 진정의 말을 건넸다고.


바닥이 비에 젖어 보온유지를 위해 보온용품을 찾으니 119에서 모포를 가져다줘 체온유지를 실시하였고,  곧이어 119구급차가 도착하자, 인계하고 병원으로 후송된 것을 지켜 본 후에서야 심장이 곤두박질치더라고 전했다. 무서운 마음도 들었는데, '괜찮으실까?' '다시 위험해지진 않을까?' 한동안 이 모든 게 감사하면서도 두렵고 떨렸다고. 위급한 현장에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게 도와준 사람들과도 서로 ”고생했다“ ”감사하다“며 인사를 나눈 후 현장을 떠났다는 글이다.


지난 10일 어린이집을 찾아 말을 들어보니, 모든 상황이 절묘했다.
완도읍 태생의 오윤영 원장은 본래 토요일엔 근무를 안하는데, 곧 다가올 무더위 때문에 아이들을 위해 에어콘을 설치하려고 어린이집에 출근한 상황이었다고.  또 심폐소생술은 해년마다 받고 있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상태였으며, 경숙 씨는 대한적십자사 응급처치법강사와 생활안전보건연합 완도지부장을 맡고 있어 심폐소생술에선 베테랑의 면모다.


처음 장면을 목격한 오 원장은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 몇몇 사람이 있었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기에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였다고 했다.
“첫 실전이라 긴장이 됐지만, 배운대로 하려고 노력했어요. 근데 온힘을 다해 집중해서인지 몇 분 이 안돼 너무 힘들었고요”

 

 

“아무런 생각이 안났어요! 그 짧은 시간이 마치 천년의 세월 같았죠" "또,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경숙 씨가 달려오는데, 천사가 날아오는 것 같았어요"
"몸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보고서야 다소 마음이 놓였죠. 연습할 때와 실전은 너무 차이가 많이 나더군요. 앞으로도 심폐소생술은 허투루 교육하면 안되겠구나! 싶었죠”


또 “사람을 살리는 것이 그냥 살리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들에게 말했냐고 물었더니, 고 3아들이 “우리 엄마 신문에 나왔네. 역시 우리 엄마!”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덜컹거리면서 찡해오더란다.
오윤영 원장에 이어 심폐소생술을 이어받은 이는 경숙 씨로, 이 일 때문에 이틀 동안이나 밤잠을 못잤다고 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는데, 마음 속으로 얼마나 제발 제발했는지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말도 많이 했고요” 
경숙 씨와는 인연이 있었다고 했다.
“비너스 인터넷 맘카페에 어떤 이가 9번이나 부탁을 했는데, 타지에 살고 있던 딸이 돈을 보내줄테니 초복날 부모님에게 삼계탕을 배달해 줄 수 있느냐?”고. 
“그때 삼계탕을 배달해줬을 때, 몸이 불편한 아버지가 너무 환하게 웃으셨고, 엄마는 뜨개질로 뜬 수세미를 선물로 줬는데, 그 엄마였어요”
쾌차 후, 만났는데 그냥 눈물이 나길래 함께 울었다고.


“당시엔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운 나머지 속으로 욕을 했는데, 끝나고 보니 모두 도와주시고 있었다”고.
 “자기 옷을 벗어 머리 베개를 해준 분. 조끼를 벗어 비에 젖은 바닥에 놓아주고, 구급차를 인도하고, 한 분 한 분 모두 제 역할을 해주시고 계셨죠”
논어에 나오는 말이 딱 이짝이다. 


愛之欲其生(애지욕기생)  惡之欲其死(오지욕기사)
사랑은 그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요, 미움은 그를 죽이고자 하는 마음이라.
내게는 당신이 있습니다. 당신은 사랑입니다.
참 아름다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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