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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든 바다든

#나김지현
#완도가생각날때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7.06 15:38
  • 수정 2023.07.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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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 인터넷 곳곳에서 보이는 한강공원에 대한 낭만은 엄청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돗자리를 깔고 강가에 앉아 바라보는 운치 있는 밤의 풍경은 마치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것들이였지요. 막상 살아보니 한강이라는 것이 눈으로만 가늠하니 참 작아 보이더군요. 이 보잘 것 없는 강을 왜 그렇게 갈망하고 그리워하는지. 완도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가 있는데. 하지만 살아보니 알겠더군요. 


한강을 왜 그리도 좋아하는지, 저에게 완도의 바다가 있다면 그들에게는 서울의 한강이 있었던 것입니다.


완도에서 태어나 완도에서 자라난 저는 바다라는 넓고도 가까운 존재가 사라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공원을 걸으면, 모래 위를 걸으면, 등대로 가는 길을 걸으면 자연스럽게 옆에 흘러야만 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랬기에 바다는 또 다른 친구와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연하고 익숙한 것에 무뎌지지요. 아마 바다에게서 무뎌졌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의미를 떠올리지 못했나 봅니다. 


서울에 올라가서 살기 시작할 때 사실은 많이 아팠습니다. 큰 사건 사고가 없는데 마음이 그렇게 아리더군요. 누가 빨갛게 달군 쇳덩이를 가슴에 지긋하게 누르듯이 말입니다. 


그때 비로소 내가 어떤 것을 그리워하는지 구체화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가 뜨면 이 세상 보석 부러울 것 없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달이 뜨면 옛 사람들처럼 달빛에 비춰지는 밤길을 쫓아갈 수 있도록 은은하게 빛내고 있는 바다. 그것은 서울의 한강에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날이 더울 땐 우리가 물에 들어가 마음껏 헤엄치고 어린 아이처럼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날이 추울 땐 시원하게 우리가 헤엄쳐갈 수 없는 먼 곳을 구경 시켜주고, 밤이 왔을 땐 따뜻한 달빛을 전해주어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바다. 마치 잠자는 숲속 공주를 저주에서 지켜내고자 정성스레 돌봐주었던 요정 대모와 같은 존재였나 봅니다. 


이렇게 그리워하던 바다를 완도에 잠시 돌아간 친구가 엿보게 해주곤 했습니다. 직접 바람을 느끼고 물소리가 들리진 않았지만 돌아간 듯 했습니다. 


남의 바다여도 나의 바다와 성분은 같을 것이기에. 함께 커온 바로 그 바다일 것이기에. 


저 넓은 수영장에 물을 받아 물장구를 쳐도 그것은 해소될 수 없습니다. 
시멘트에 고인 물을 그리워했던 것이 아닌 하늘을 담은 거대한 흐름을 그리워했으니까요. 자갈과 파도가 이야기하는 소리, 모래가 발밑에서 말을 거는 소리, 산책하면 둥둥 떠있는 배들과 다툼하는 파도 소리. 그것을 담은 거대한 흐름. 물가사람의 향수병이란 정말 못말리나 봅니다.


서울사람들에게 한강이란 그런 것이겠지요. 빽빽한 인공건물숲에서 그나마 시선을 멀리 두어도 가슴이 탁 트이는 곳. 그런 곳을 마지못해 사랑한 것이겠지요. 그 한강의 물들이 흘러 다시 바다로 가고, 흘러간 물은 내가 언제 소금기 하나 없는 강이었냐는 듯 바다를 유유히 헤엄쳐 완도를 지나치고, 다시 소금기를 내던지고 강을 흐를 것입니다. 결국 물이 흐르는 길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든 없든 우리가 보고 있던 물들은 언젠가 다른 곳에서 인사하였던 물들일 것입니다. 


어디에 살든 사람들이 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나의 후손이 살고 더 이상 내 이름이 불리지 않을 때에도 남아있겠죠. 그 많은 사람들에 끼어 저는 한껏 물을 사랑할 것입니다. 물이 주었던 낭만의, 공포의, 아늑함의 추억 모든 것을 사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물을 품고 있는 완도를 사랑할 것입니다. 


오늘도 시와 함께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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