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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산산맥(天山山脈) 트레킹을 다녀와서

완도시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7.06 15:28
  • 수정 2023.07.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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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주는 감동을 제대로 맛볼 줄 아는 사람은 기회가 되면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잠재의식 속에 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젠가부터 나의 관심사이자 취미는 다른 동네나 남의 나라를 찾아가서 낯선 자연과 교감하는 여행과 트레킹이었다. 


국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외국여행을 처음으로 경험한 때는 1997년이었고, 당시에 영국·프랑스·이탈리아·독일·네덜란드 등 유럽의 선진국들을 돌면서 그 나라들의 선진화된 문명과 사회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으며,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때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쌓게 됐다. 이후 200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매년 해외탐방이 이어지게 되는데,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외국의 유명 산을 오르는 산행을 하거나 유명한 트레킹 코스를 걸으면서 자연을 접하면서 교감을 나누는 트레킹이었다. 


20년 넘게 연례행사처럼 계속되고 있는 나의 외국나들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2년 동안 출국여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잠시 중단됐다. 그 기간동안은 가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뒤로 미뤄뒀던 우리나라의 여러 동네를 가볼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앤데믹으로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원상회복되면서 첫 번째로 지난해 연말에 몽골의 겨울을 체험하는 동계 트레킹을 다녀왔고, 두 번째로 이번에 택한 중앙아시아의 천산산맥 트레킹 여행은 미지의 땅에 대한 호기심이 발단이 됐다. 


그동안의 해외 오지트레킹은 중국 동티벳 장족자치구의 당령설산(2011), 공가산의 나마봉(2012), 호도협(2013)을 다녀왔었고, 이후 네팔 히말라야로 나라를 옮겨 랑탕(2016)과 안나푸르나(2018) 등 네팔 3대 트레킹코스 걷기를 이어가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주춤했었다. 계획대로라면 이번 순서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다녀와야 하는데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잠시 접어두고, '하늘의 산'을 뜻하는 중앙아시아의 천산산맥(天山山脈, 텐산산맥)으로 눈을 돌렸다. 


천산산맥은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 걸쳐있는 동서 길이 2,500km가 넘는 장대한 산맥으로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넓은 산정호수인 이식쿨호(신성한 호수, Issyk-Kul Lake 1,608m)를 중심으로 북쪽의 초원길과 남쪽의 타크라마칸 사막으로 나뉘고, 최고봉은 키르기스스탄과 중국의 국경에 있는 포베다봉(7,439m)이다. 특히 이번에 택한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라고 불릴만큼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로, 국토 면적의 90% 이상이 산악지역으로 초원길의 중심에 있고, 겨울에도 얼지않는 이식쿨호와 만년 설산·빙하 등 산악지형이 멋지게 어우러져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트레킹의 출발은 겨울스포츠의 백미인 스키를 즐길 수 있는 휴양도시 카라콜(Karakol)에서였다. 유목민들의 삶의 길을 따라 '황금의 대지(초원지대)'라는 뜻을 지닌 알틴아라샨(Altyn Alashan 2,600m)을 거쳐 아라콜 패스(Alakol Pass 3,900m)에 올라 발 아래 펼쳐져있는 산정호수인 아라콜 호수(Arakol Lake 3,550m)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만년설산과 빙하들의 비경을 만끽하고 되돌아 내려오는 여정이었다. 


트레킹 첫날은 카라콜부터 알틴아라샨까지 15km의 산길을 따라 걷는 코스였는데, 하늘을 향해 높게 치솟아있는 가문비나무숲과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는 계곡을 옆에 끼고 갖가지 들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있는 길을 지루하거나 힘든지 모르고 걸었다. 멀리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병풍을 두른듯 서있는 만년설산과 초원지대에 펼쳐져있는 산장들과 카페트를 깔아놓은 듯한 초록초록한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소·말 등의 가축들이 그려내는 목가적인 풍경은 한  폭의 멋진 풍경화를 그려내어 생활에 찌든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고 안구를 정화시켜 주었다.


둘째날은 이번 천산산맥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알라콜패스 트레킹을 하는 날이었다. 이동거리는 왕복 18km를 걸어야 했고, 하루만에 해발고도를 2,600m에서 3,900m까지 무려 1,300m를 올려야하는 쉽지않은 코스였다. 


갖가지 야생화가 만발한 초원에서 시작되는 출발은 상큼했다. 하지만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발걸음은 느려지고 쉬는 횟수는 늘어난다. 푸른 초원과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있는 고봉들이 눈앞에 어른거리며 유혹하지만 힘든 여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걷다보니 어느덧 목표지점을 눈앞에 두게 된다. 마지막 구간은 아직 녹지않은 눈이 쌓여있어 발을 잘못 디디면 허리춤까지 빠져 허우적거리게 만들었고, 이후 토사가 흘러내리는 급경사 구간에서는 미끄러져 굴러 떨어지지 않으려고 두 손을 발처럼 사용하여 엉금엉금 기어올라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지점을 눈 앞에 둔 3,800m쯤 되는 지점에서 하산시간을 고려한 산악가이드의 제지로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원하던 목표를 눈앞에 두고도 올라서지 못하고 하산해야만 했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아쉬움으로 남아있지만,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자연과 오랜 시간동안 교감할 수 있어 아름답고 소중한 경험으로 남게됐다.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고 했다. 이번 여행에서도 지금까지 보지못했던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눈을 가질 수 있어 마음 속까지 뿌듯함을 맛본다. 

 

 

이승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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