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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눈물 주머니가 자유의 영역으로 피어나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5.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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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어느 고운 날에 왔다가 기억이 새로울 때 떠난 꽃. 홀연히 꽃씨 하나만 남겨놓고 그 연한 꽃잎 따라가고 없다. 시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너는 여전히 내 앞에서 입 맞춘다. 그 연한 꽃잎이 눈시울 되어 치맛자락에 적히는 순간이 언제나 꽃이 피고 있다. 


아직도 꽃피는 순간만큼은 잊을 수 없어 되뇌어 보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5월의 눈망울은 네가 아직 피어있구나. 어린아이처럼 놀란 가슴에 피어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어구나. 물가에 앉아 있는 새는 물길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노란 붓꽃은 물을 건너다 멈추고 재잘거리면서 이야기를 나눈 소리를 듣는다. 우리의 예감은 낯선 운명이다. 


무얼 하나 완전한 것이 없이 시시때때로 사랑할 것을 찾는다. 가장 순수한 본성을 찾기 위해 해질녘에 길을 떠난다. 노란 금계국도 길 떠난 시간을 찾는다. 지상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길 떠난 사람들은 뜨거운 가슴을 잠재우며 기도의 인사를 나눈다. 
붓꽃은 물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어느 날 불쑥 꽃대를 올리고 꽃망울을 단다. 꽃망울이 붓 모양을 닮아서 붓꽃이라고 부른다. 독일에서 넘어온 아이리스는 물 빠짐이 좋은 언덕을 좋아한다. 


뿌리는 농부의 손등처럼 거칠다. 그러나 꽃은 가장 좋은 시절에 핀 가장 부드러운 꽃잎이다. 
붓끝에서 가장 강인한 말씀이 나온 데에는 가장 부드러운 언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화단에 한두 그루에 핀 아이리스는 운명의 60대 중년의 여인이다. 언 듯 보기에 화려한 꽃이다. 그만큼 꽃피는 시기는 짧다. 시간에 따라 꽃 색이 변해가는 모습이 형언할 수 없는 색이 나온다. 


여인의 눈물주머니가 자유의 영역으로 펼쳐진다. 붓을 잡고 이 꽃을 그리라면 붓 가는 대로 그리면 가장 아름다운 꽃이 된다.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꽃 색은 긴 세월의 눈물이 보인다. 연보랏빛 창가에서 새로운 꿈을 찾은 행복이다. 세월이 가도 연분홍 열정을 품은 아이리스는 불안한 운명 앞에서도 두려움을 잊는다. 


날이 가면 갈수록 맥박을 간신히 찍고 간 시간이여 한순간의 외로움이 운명처럼 살아있구나. 꽃잎이 나는 자리는 그 자리이지만 꽃잎이 펼쳐지는 그대의 숨결은 알 수가 없다. 


지상에서 별들을 보고 꿈을 이루어 봐요. 부드러운 숨결이 방황하는 길을 바로잡는다. 연습도 없이 매일 운명의 길을 떠나야 한다. 
나약한 운명 옆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아이리스. 아직도 인생이 의심스럽고 불안하다. 아직도 석양의 아름다움을 보려면 한나절이 남았는데 말이다. 처음은 항상 그 자리에서 한 몸을 되는 데 꽃피는 곳은 끝이 없어라. 나약한 꽃잎 위에 그렇게 위대함에는 기쁨의 시간을 순간에서 찾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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