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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식물 난대림의 보고, 섬 하나 하나가 자연정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5.25 15:29
  • 수정 2023.06.2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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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향연이 절정을 이루는 5월. 전원주택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장미 넝쿨이 매혹적이다. 정원을 가꾸며 사는 사람들의 영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5월이면 불현듯 떠오르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있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인기 동화작가이면서 비밀의 화원과 소공녀, 백악관의 크리스마스카드 등의 삽화를 그리며 30만 평 대지를 천상의 화원으로 일구며 살았던 '타샤 튜더(1915~2008)'의 정원이 바로 그것이다. 그의 삶은 자연주의 그 자체였다. 아름다운 정원,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동물들,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노라면 우리의 일상마저 예술이 되는 순간과 마주한다.


몇년전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0년 간 밀착 취재한 타샤의 정원 완결판이 다큐멘터리 영화로 일반에 소개된 적이 있다. 그녀가 직접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를 더해 마츠타니 미츠에 감독이 제작한 영화 <타샤 튜더>는 그녀의 공간과 라이프 스타일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냈다. 1년 내내 꽃이 피는 화원을 가꾼 가드닝의 대가의 정원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원예가들이 부러워하는 정원이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은 정원의 나라답게 주제별 정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는 오랜 정원의 역사가 있다. 특이한 것은, 유독식물로 가득한 독초정원까지 존재한다니 아이러니다. 


그곳에는 법으로 재배가 금지된 100여 종의 유독식물이 있다고 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 촬영지로 알려진 노섬벌랜드 인근의 Poison Garden에는 통증을 유발하는 수액이 나오는 식물부터 살인, 마약에 사용되는 식물, 만지면 바로 화상을 입는 식물 등 희귀하고 다양한 식물을 재배하는데, 생태교육의 목적과 마약과 같은 물질이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한가를 알리기 위해 국가 차원의 관리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현지 시각 지난 22일 개막한 영국의 대표적인 정원·원예 박람회 '첼시 플라워쇼'에서 한국의 황지해 작가가 출품한 정원작품이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196년 전통의 영국 런던의 정원·원예 박람회에서 선보인 한국인이 출품한 한국 정원에 영국 왕실의 찰스 3세가 찬사를 보낸 것이다. ‘첼시 플라워쇼’는 영국 런던에서 1913년 시작됐고, 런던 남서부 첼시 지역에 템스강과 접한 4만 5000㎡ 규모 부지에서 매년 열린다. 


그곳에서 황작가는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A Letter from a Million Years Past)라는 주제의 정원작품을 출품했다.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는 우리나라 지리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인데, 첼시 플라워쇼 주요 경쟁 부문인 쇼 가든 12개 출전 작품 중 유일한 해외작품으로 언론의 주목받았다. 이날 플라워쇼에 참석한 찰스 3세 국왕은 황 작가의 정원에 대해 '정말 맘에 든다(I love it)', '훌륭하다(brilliant)', '경탄할 만하다(marvellous)' 등 찬사를 쏟아냈다고 한다. 찰스 3세는 커밀라 왕비와 따로 쇼를 둘러봤고 쇼 가든 출전 작 중 3개만 방문했다. 그중에서도 황 작가 작품을 가장 먼저 찾았던 것.


작가는 우리나라의 지리산을 모티브로 지리바꽃, 멸종위기종인 나도승마, 산삼, 더덕 등 약 1500여종의 약초 군락지를 연출했다. 특히 200t 무게의 바위들로 가로 10m, 세로 20m 크기 땅에 지리산의 야성적인 모습을 재현했다고. 
황작가는 "태초의 시간을 상징하는 바위의 밑에서 자라는 작은 식물들이 백만년 전에서 날아온 편지처럼 보일 것”이라며, “지리산 약용식물의 가치와 이들을 키워낸 독특한 환경을 보여주면서 자연과 인간의 공생, 다음 세대를 위한 행동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수상 소식은 그녀의 기쁨만이 아니라 우리 것의 소중함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완도군은 해변공원에서 이번 달 정원 페스티벌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전남도에서 받아 이어온 행사인데, 이전에 남악에서 진행했던 것보다 오히려 반응이 좋았다는 평가다. 주말에는 야외무대에서 버스킹 행사를 진행하여 그동안의 해변공원에서 느꼈던 삭막함도 어느 정도 해소되어 가는 분위기다.

 

도시재생 사업과 함께 구도심을 정원 페스티벌 영역으로 끌어가자는 주민들의 의견도 속속 나온다. 날개를 달고 완도의 섬 전체를 정원으로 가꿔보자는 계획도 곧 생길 것 같다.

 

완도에는 대표적인 한국 정원의 원류가 보길도에 있다. 어디 그뿐이랴. 널리 알려진 봄의 전령 청산도가 있고, 조선 8경을 아우를만한 금당도며 선사시대의 비밀을 품은 정원 고금도, 그 옆에는 약초 정원인 약산도가 있다.

 

완도의 모든 섬은 이미 훌륭한 정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제, 그 자원을 발굴하고 가꿔나가야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잠들었던 몸속의 세포가 5월의 푸르름 속에서 하나둘씩 기지개를 켠다.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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