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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님 3개월째 월급 못받아

버스에서 만난 사람들/박병수 완도군의회 의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5.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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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청 박미정 가족행복과장님,
마을버스의 다음 탑승자로 지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장님 덕분에 오랜만에 버스를 탄 것 같습니다.
모처럼 타는 버스에서 지역 어르신과 동행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버스정류장에는 어르신들이 보따리를 옆에 놓고 시골 버스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이 웃음을 잔뜩 머금었습니다. 
5일장에 팔 물건이 꽤 돼 보입니다. 저도 정겨운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방긋방긋 피어오릅니다. 5일장 열리는 날이면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하나둘 생겨나게 마련이지요. 


군외면 시내버스터미널에서 부지런히 하루를 열어 새벽에 캐온 농수산물을 비롯해, 직접 키워낸 다양한 열매까지. 버스에 가득 채운 상품들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부산하게 합니다.
“어르신 어디가세요?”라고 묻자, 어르신은 짧지만 흥이 돋은 목소리로 “5일장. 물건 팔려고”


어르신 답장에 옆에 계신 분들도 장바구니에 가득찬 물건을 하나둘 구경합니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싱싱한 채소, 오늘 장에 팔려고 며칠 전 캔 바지락과 꼬막 등 쨍쨍한 봄 햇살에 더 단단하고 싱싱하게 보입니다.


시골 버스는 인정도 훈훈합니다. 채소 한 자루의 무게에 힘들어 하시는 할머니를 위해 버스 기사가 번쩍 들어다 주는 고운 마음도 보았습니다. 웃으며 말 한마디, 한 마디 서로 따스하게 건네는 이웃사촌도요. 
그 모습이 정겨워 마음에 담아집니다. 

 

 

버스기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최근 3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버스기사들이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한 노조활동으로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했습니다. 하루빨리 버스기사와 회사 측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집행부와 의회도 관련 사항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원동을 출발한 버스는 다음 정류소인 불목리에 정차합니다. 세 분의 노인이 지팡이를 이용해 힘겹게 버스에 오릅니다. 
“어르신, 조심히 오르세요”라며 손을 내미는 나에게
“고마워”라며 가볍게 반겨주십니다.
“어디 가세요?”


“병원. 약 타려고. 그런데 버스승강장 좀 고쳐줘!”
어르신들이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불편한 게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오래되어 불편한 버스 승강장은 관련 부서와 함께 현장을 방문하여 개선될 수 있도록 다시 와야겠습니다.


의료기술 발달과 복지혜택이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장수하는 어르신이 늘어나면서 우리지역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버스에서 실감합니다. 운전기사와 저만 빼고 대부분의 노인이 65세를 넘어 보입니다.


그동안의 정책이 노인 복지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고령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이제는 지역사회 보건의료 체계도 이에 발맞춰 변화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본인의 건강을 위하여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가고 싶어도 움직이지 못 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분들이 소외 받지 않고 행정의 지원을 받도록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겠습니다.


어느덧 버스 안에는 제법 사람들로 가득 찹니다. 승객들은 서로 아는 사람들인지 이야기가 많습니다. 자루를 통로에 방치해서 출입을 방해해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넘어 다닙니다. 한 노인은 어제 밭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다가 다음날 밭고랑에서 찾았다고 누군가가 말하고, 또 누구는 집에서 안경을 잃어버려서 새로 만들었다가 찾는 바람에 2개나 된다고 말합니다. 버스 안에서 서로의 안부와 모르는 소식을 접하며 버스에 오르내리는 사람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시골의 정겨운 풍경은 외진 마을에만 있는 것은 아닌 가 봅니다.


시골 주민의 발이 되고 있는 버스가 더 편하고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바뀐다는 내용을 얼마 전 집행부의 업무 보고에서 접했습니다. 모든 분이 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버스요금 무료화를 시행하기 위해 용역이 진행 중이며, 관련 용역이 끝나면 의회에서 ‘농어촌버스 무료요금 조례’를 제정하여 모든 분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안 되는 버스요금이지만 노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 버스 안 풍경이 더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이번 마을버스 경험이 저를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적극적인 자세로 우리 지역이 더 다정하고 풍성해질 수 있도록 새로운 다짐을 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이렇게 고마운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추천해주신 완도군청 박미정 과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다음 버스 탑승자로 이병호 청산농협 조합장님을 추천합니다.
항상 지역을 위해 헌신과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아 왔습니다. 다음 버스에서 이병호 청산농협조합장님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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