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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웃음이 나올 때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4.2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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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참, 좋지 말입니다."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까지 후다닥 속도 내어 마무리 하고 이쁘게 단장하고 뒷동산에 오른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 닦고 참나무 앞 있는 의자에 앉았다.
어라, 까마귀가 아주 시끄럽게 울어댄다.

 

허락없이 자기의 영역을 침범했다며 내게 텃새를 부리는 것만 같다. 
숲속에서 내가 객이니 참아야겠지. 꾹, 참고 참나무에게 책 스펜서 존슨의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이야기를전해주고 싶다.
행복이 이런 건가요.
가슴에서 나만의 뿌듯함이 올라온다.
세상 부러울 거 하나 없는 평온이다.
에너지의 밀도가 높게 일렁이는 날,


꽃보다 캔디였던 어린날의 추억을 소환해 본다. 3년 전 어릴 적 좋아했던 들장미 소녀 캔디를 찾아 그 시절의 에니메시션을 성실하게 1회부터 115회를 정주행했다.
폭풍 흡입하듯 집중하여 아주 멀미가 났었다.
어렵게 익힌 것은 몸이 기억한다더니.
들장미 소녀 캔디가 더욱 생생하다.


트라우마 때문에 말을 탈 수 없던 캔디를 테리우스가 고통의 기억에서 꺼내는 부분은 명장면이다.
고통스런 기억의 허상을 직면하는 용기만이  트라우마를 떨쳐 버릴 수 있다. 슬픔은 꺼낼수록 작아지는 게 맞다.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삶을 살아낸 고아소녀 캔디는 장미의 계절이 오면 내가슴 속에서도 백장미가 해맑게 피어나게 한다.
올봄에는 들장미 캔디가 성장하여 나를 찾아오는 것만 같다. 


캔디를 더 깊이 알고 싶다. 작가의 말이 궁금했다. 캔디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캔디의 뿌리를 찾아 만나던  중 빨간 머리앤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깜깜한 내삶에 빛의 출몰이라 할까!
빨강 머리앤, 너를 통해 나를 희망하고 싶다. 
캔디가 꿈에 산다면 빨강 머리앤은 현실에 산다고 해야겠다.


"요리 할 때 생각을 집중해야지 중간에 딴 데 정신을 팔면 안 된다" 마닐라 목소리다.
"이 순간만큼은 가장 행복한 아이일 거예요."빨간 머리앤의 목소리다.
소설속 대사가 시적으로 아름답다.
얼어붙은 내 영혼이 봄볕에 따스히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냄비 잘 태우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내게 "요리할 땐 요리만 합니다"
현재에 집중하는 힘이 약으로 작용됐다.


놀라운 치유의 시작은 바로 현재의 집중이었다. 최선을 다 할게요. 전 어떤 일을 하기로 마음 먹으면 끝까지 해내니까요. 같은 실수 반복 하지 않아요.
이 부분은 대사는 한 번 넘어진 돌뿌리에 두번 넘어지는 어리석음을 행하지 말자.
내 삶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소중한 세상아!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꽃같은  세상이예요. 빨간 머리앤이 보고 느끼고 표현한 풍성한 분홍 세상이 나를 향해 물밀듯 오는 것만 같다. 내 마음에 밀착된 빨간 머리 앤셜리e.


어릴 적 부모를 잃고 갖은 고생 끝에 초록지붕에 사는 마닐라를 만나 체계적인 교육과 따뜻한 사랑을 듬뿍 받으며 평정심을 찾아간다.
"넌 내기쁨이자 위안이었단다"
"내 딸 네가 자랑스러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당신이 나를 사랑 한다면"
"죽음만이 우리를 갈라놓을 수 있을 겁니다."


내게 무슨 용기가 뻗친 걸까.
힐링 BOOK낭독 발표회 참여에 빨간 용감무쌍하게 스스로 손을 번쩍 들고 말았다.
나도 모르는 불가사의한 웃음이 났다.
떨림이 결핍에 대한 도전이지 싶다.
하면 된다! 긍정의 옷을 입어본다.
할 수 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열번 수 백번 수 천번 훈련하면 그 까짓 것 안 떨리겠지. 힘을 빼는 것이 압권이다.
또박또박 천천히 물흐르듯 이야기하듯.
자신감 없던 내 목소리가 차츰차츰 차분함을 갖추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들러붙는 기분이다.앤셜리e를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작은 새소리가 맑게도 울려퍼진다.
참나무 맨꼭대기 나무가지에 잎새 만한 진박새가 지금 이곳에 자신이 존재함을 한껏 알린다. 
자연의 소리는 참말로 소란스럽지 않다.
새는 나뭇가지가 부러질까 염려하지 않는다 하지. 
자신만의 날개를 지니고 있어서.

 

이의숙 필수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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