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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별이 빛나는 밤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4.2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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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정호승 시인은 너의 어깨에 기대고 싶을 때, 너의 어깨에 기대어 마음 놓고 울어보고 싶을 때, 너와 약속한 장소에 내가 먼저 도착해 창가에 앉았을 때, 그 창가에 문득 햇살이 눈부실 때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다고 했다.
또, 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목동과 스테파니 아가씨와의 하룻밤, 알퐁스도데의 별이 떠오른다. 


나는 아가씨를 안심시키고 깨끗한 짚 위에 고운 모피를 깔아주었지만, 아가씨는 잠이 쉽게 오지 않았던지 밖으로 나와 내 옆에 앉았습니다.
바로 그 찰나에, 아름다운 별똥별이 한 줄기 광선처럼 우리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게 뭐야?”
“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이에요.”
아가씨는 염소 모피를 두르고 손으로 턱을 괸 채, 밤하늘을 바라보았어요.
그 모습은 귀여운 천국의 목자였어요.
“어쩜 저토록 아름다울까? 저 별들의 이름을 알고 있어?”
“물론이죠, 아가씨. 자, 보세요!”
내가 별에 대해 한참 얘기하고 있을 때, 나는 무언가 산뜻하고 보드라운 것이 내 어깨 위로 살며시 내려오는 것을 느꼈어요.


아가씨가 졸음에 겨워 머리를 가만히 기대어온 것이었어요.
나는 그 잠든 얼굴을 지켜보며 꼬박 밤을 새웠습니다. 가슴은 설레고 심장은 쿵쿵 뛰었지만 혹시라도 아가씨가 잠에서 깰까 봐 자세를 조금도 흩트릴 수 없었죠!
그리고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쳤습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있노라고!’


아름다운 글이다. 아니, 아름다운 마음이다. 그래서 세상이 사라지기 전까지, 알퐁스도데의 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별하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말하고 소통하는 즐거움, 생명을 주고 새롭게 하고 회복하고 보존하는 것, 선하고 쓸모 있는 것, 무언가에 도움이 되는 것,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물 한잔을 건네주는 것, 모두가 행복이 오는 길들이란 걸,  고흐는 전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전세계인들이 인터넷 검색에서 가장 많이 찾는 그림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라 들었다. 그래서 인류 역사가 사라지기 전엔 사라질 수 없는 그림이다.


세상살이는 고통과 절망 투성이라고, 정상적인 사고력으로 살려면 정신병을 앓아야 한다고 하지만 별이 빛나는 밤이란 조물주의 은총 안에서 이겨내고 회복하고 새롭게 하며 행복을 만드는 거라고. 의존적인 신앙을 벗어내고 조물주가 준 자연의 신비와 양심이 들려주는 음성을 들으며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인간이 되라고.

 

 

그리고 청산도의 별이 빛나는 밤에.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은혜로움과 아름다움의 빛 머무름, 그것은 마음이 청결하고 겸손해야 아름답고 신비한 자연의 예술을 즐길 수 있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능력과 행복을 내 것으로 만들며, 건강하게 된 영혼이 진리를 깨달은 눈으로, 성취와 존재 가치를 높이는 데서 오는 행복을 누릴 수 있음으로 미소짓게 한다.


세속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빛이 조물주가 지으신 아름다운 별이 빛나는 밤을 앗아가는 시대, 온갖 욕심과 이기심과 경쟁으로 순수한 영혼이 즐길 수 있는 자연과 하나 됨을 누리지 못한다고 청산도의 별밤은 우리를 설득하고 있다.
순수하고 낮아진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받은 은혜와, 시시콜콜한 모든 감정을 나누며 사랑을 확인하고, 치료하고, 용기를 주고 꿈까지 품게 하는 별이 빛나는 밤, 하늘로부터 내리는 은총을 누려보라고.


이어령 교수는 "인간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땅의 힘만으로도 안 된다 하늘의 힘만으로도 안 된다" "즉 모든 것, 무엇을 하든 하늘과 땅, 사람이 합쳐졌을 때만 인간이 살아갈 수가 있다"고 했다. 서양엔 없는 천지인(天地人 동양 철학에서 만물을 구성하는 요소) 사상을 통해 우린 부끄러움을 배울 수 있다. 


하늘이 보고 있으니까. 땅이 듣고 있으니까. 그들이 나를 봤을 때의 부끄러움, 땅의 사람(법, 제도 등)이 나를 보았을 때의 부끄러움, 꽃과 같은 자연이 나를 보았을 때의 부끄러움이다. 
윤동주 시인은 이것을 본 것 같다.


도로에 가로등이 없어 멀리 갈 수가 없다.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는 캄캄한 마을, 겁이 나서 멀리는 못 가고 겨우 불빛이 없는 곳을 찾아 고개를 들었을 때 눈 앞에 쏟아지는 별들. 아, 윤동주 시인은 이것을 보았구나!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윤동주 <별 헤는 밤 중에서>

 

 

오현철 관광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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