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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에 다녀오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4.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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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공포의 구렁텅이로 몰고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하여 모든 분야가 멈춰서있다가 3년이 지난 올해 들어서야 긴 어둠의 터널을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다. 퇴직 후 우리나라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그 지역의 사람을 만나고 음식을 즐기며 명소들을 구경하는 트레킹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틈나는대로 널리 알려진 길들을 걷고 있는데, 2년 전 지리산둘레길과 변산마실길 전 구간을 완보했다. 지난해부터는 제주올레 전 구간(27개 코스, 437km)을 걷고 있는데, 지난 달 추자도에서 이틀을 머무르면서 2개 구간을 걸었고, 5월에는 나머지 6개 구간을 걸어 전  구간을 완보할 예정이다. 


추자도 올레길은 당초 한 구간이었는데 지난해 여름에 한 구간을 늘려 두 구간으로 나눴다. 걸으면서 드는 생각은 두 구간의 거리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다소 억지스럽게 길을 돌려서 늘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행은 하루만에 두 개 구간을 걸을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하룻밤을 묵어야만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길이 늘어난 것은 외지 관광객들의 체류기간을 늘이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외지인들이 추자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음식점과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등 지갑을 열 수 밖에 없어 지역경제에는 보탬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언젠가부터 매년 봄 노란 유채꽃 물결이 넘실대는 청산도를 찾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나의 봄맞이행사 중 하나가 되었다. 지난해 봄에는 사흘 동안 머무르면서 슬로길 11개 구간 42.195km를 빠짐없이 모두 걸었다. 올해는 이미 3월 말에 혼자서 청산도를 찾아 한나절동안 머무르면서 유채꽃밭이 펼쳐진 곳을 위주로 슬로길 일부 구간을 걸으면서 봄맞이 행사의 전초전을 치뤘다. 그때 나에게 청산도 유채꽃 소식을 전해들은 국내외 트레킹을 함께 다니는 산친구들의 요청에 따라 축제가 시작되는 4월 8일부터 이틀동안 청산도를 찾아 출렁거리는 노란 유채꽃발과 바람에 넘실거리는 청보리밭을 걸으면서 봄을 만끽하는 힐링의 시간들을 가졌다. 이번 축제에 함께 참여한 일행들의 소감은 일부 미흡하고 부족한 점들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호응도가 무척 높아 만족감을 느꼈다. 


그래서 올 가을에 다시 찾아와서 하룻밤을 머물면서 울긋불긋 단장한 단풍길을 걷고, 노을길에서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을 감상하며, 밤에는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별쳐지는 별들의 잔치에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청산도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고등어파시(波市)가 열렸든 어업전진기지로 섬주민들이 풍요를 누렸지만 고등어 자원이 점차 줄어들면서 1970년대 초반 13,000명이 넘게 살았던 섬의 인구는 파시의 종말로 어선도 사람도 주막과 종사자들도 섬을 떠났고, 지금은 겨우 2,000여 명 정도로 급속히 줄어 희망이 등불이 사그라드는 한적한 섬마을로 쇠락하고 말았다. 


침체에 늪에 빠져있던 섬마을은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매스컴 등을 통해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면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섬을 찾아와서 활기를 띠는 듯 했다. 하지만 슬로축제를 개최하는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변신을 꾀해 옛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있지만, 아직까지는 옛 영화를 온전히 재현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산도의 매력은 사계절 맑은 바다와 오염되지 않아 깨끗한 공기 등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청정지역이고, 옛 선조들의 생활상이 비교적 온전히 보존되어 있으며, 봄에는 얕으막한 돌담으로 경계를 이룬 계단식 들녁에 노란 유채꽃과 푸른 보리밭이 펼쳐져있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왈츠' 세트장으로 더욱 유명세 등 유명 관광지로서의 생태환경적 기본조건이 갖춰져 있고 자치단체에서 그동안 많은 투자를 하여 관광인프라가 늘어나서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박이 주민들에게는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큰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여러 요인 중 가장 큰 이유는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만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어 혼잡을 일으켜서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기고 있고, 대부분의 단체관광객들은 체류시간이 한나절에 불과할 정도로 짧아 섬에 머무르는동안 지갑을 여는 경우가 한정되어 있어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일행들의 경우 이틀동안 지인이 제공한 숙소에서 머무르면서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받았기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지출항목은 왕복 운임·식사대·카페 이용 등으로 1인당 부담한 비용은 겨우 65,000원 정도에 불과했다. 올해 축제프로그램을 살펴보니 행사의 종류는 많은 것은 같은데 우리 일행의 경우 특별히 관심이 가거나 꼭 참여하고 싶은 행사는 눈에 띠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둘째날에는 축제 프로그램에 없고 일반 관광객들이 거의 찾지않아 한적한 단풍길과 노을길·미로길을 여유있게 걸으면서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이 주는 봄의 싱그러움을 느꼈고, 좁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골목길을 걸으면서 주민들의 삶의 채취를 맛보는 기회를 가졌다. 


청산도는 매력있는 관광지로서의 기본적인 조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어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기는 하지만, 체류하는 시간이 너무 짧고, 방문객들이 지출하는 돈이 적으며, 재방문율이 낮은 문제 등을 극복하고 매력있는 관광지로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먼저, 관광객들이 원하고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고 환경적인 변화가 따르는 관광지개발도 좋지만 지역만이 갖고있는 흥미로운 매력요소를 관광상품으로 기획하여 관광객들에게 팔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관광객들이 평소에 보지 못했던 이색적인 모습과 분위기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다른 관광지와의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끝으로, 다양한 홍보수단을 활용하여 지속적인 홍보를 실시해야 하고, 지역의 관광자원을 단순히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관광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홍보기법을 도입하는 등 홍보방법을 바꿔야 한다. 치열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승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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