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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나의 잠을 깨우는가 봄바람이여~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03.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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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머리결을 휘날리며 목련과 어울리고 있는 여인은 완도군청 기획예산실 홍보팀의  정지혜 주무관이다.
본래는 지난 주 1면에 오를 사진이었다. 조강철 홍보팀장에게 완도의 목련과 어울리는 사진을 요청했더니, 만발한 목련과 함께하고 있는 정 주무관의 사진을 보내왔는데 하필 편집날인 목요일이었다. 


이미 잡혀 있는 사진이었기에 교체가 어려웠는데, 조 팀장의 말은 다음호에 싣게 되면, 의미가 퇴색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언론을 상대하는 책임 팀장으로서 시의성을 안다는 건 뛰어난 감각. 
하지만 글.


해마다 목련이 피어날 때면 떠오르는 노래, "목련 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학창시절, 음악책에 나왔던 박목월 시인의 시(詩)인 '사월의 노래'에서 첫소절에 나오는 베르테르의 편지. 노래 시험이 많았었는데, 연습하면서도 베르테르가 누꼬? 누구길래 그의 편지를 읽어야하는데! 했던 기억이 많을 것이다.  
여기서 베르테르는 세계적인 지성 괴테가 자신의 청년시절 사랑했던 이야기를 옮겨놓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소설속 남주인공이다.


베르테르는 사랑했던 여인, 약혼자가 있었던 샤로테와의 사랑이 이뤄지지 않자 자살을 선택하게 됐는데 책을 읽어보지 않았던 사람들 조차 소설 속 주인공인 베르테르의 자살을 모방해 따라 죽는 젊은이들이 많아 '베르테르 효과'라는 사회현상까지 생겨났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이 소설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그룹 이름을 따왔다는 것도 유명한 이야기.


여기서 한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내 사전엔 불가능이란 없다" 프랑스대혁명 이후, 국민투표로 초대 황제에 오른 나폴레옹, 나폴레옹이 가장 사랑했던 책이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27세의 청년 장교 나폴레옹은 두 딸을 둔 33세의 과부 조세핀과 결혼했다. 파리 사교계의 꽃이었던 조세핀의 후광을 노린 정략결혼이었다는 설도 있지만 결혼 전부터 보낸 수천 통의 연서는 나폴레옹의 열렬한 사랑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죽기 전 마지막 유언으로 “프랑스, 군대, 군대의 수장, 그리고 조세핀”이란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는데, 전시 중에도 “어째서 내 마음은 온통 당신에게 향할까? 어쩌면 나는 죽은 것과 같아. 내 사랑, 당신을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라는 편지를 보내는가하면.
"당신에게 3번의 키스를 보냅니다. 하나는 당신의 마음에, 하나는 당신의 입술에 그리고 남은 하나는 당신의 눈에" 이 편지는 경매장에서 55만 7천달러(약 7억 3천만 원)에 낙찰됐다.


나폴레옹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7번이나 읽었고, 이집트 전투에 나갈때도 책을 끼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괴테 광팬이자 사랑에 관해선 순정파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둘은 생전, 60살(괴테)과 40살(나폴레옹)의 나이로 만났다. 첫 만남에서 나폴레옹은 괴테에게 ”몇살입니까“라고 물었다. 괴테”예순입니다" 그러자 나폴레옹은 ”건강 관리를 잘하셨군요“라고 말하며 대뜸 ”비극 작품 몇 개를 쓰셨지요“


괴테는 요점을 설명했고 누군가 끼어들어 괴테가 프랑스 작품 몇 개를 번역한 사실도 말했다. 끼어든 이가 볼테르의 마호멧을 예로 들자, 나폴레옹은 ”그 작품은 좋지 않아요“라면서 세계의 정복자(마호멧)를 아주 나쁘게 그린 것은 자신에게도 좋지 않다고 상세하게 지적했다.
베르테르에 대해선 자세하게 말했다. 


어느 구체적인 대목을 언급하며 ”왜 그렇게 서술했습니까. 자연스럽지가 않아요.“라고 말했다. 
괴테는 나폴레옹이 이 대목에서 장황하게 말했지만, 아주 정확했다고 술회했다.
괴테는 조용한 표정으로 나폴레옹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누군가 그런 지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완전히 옳다고 생각합니다. 문맥의 사실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인정합니다. 다만 시인은 사실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인위적 허구를 만들어 도피처를 찾기도 합니다.“


둘의 만남 이후, 괴테는 친구 요한 페터 에커만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나폴레옹, 그는 계몽적이었고,. 명쾌하고 결정력이 있었다. 그는 넘치는 에너지를 가지고 필요하고 진취적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실천에 옮겼다. 그는 신과 인간의 양면성을 가진 반신반인이었다.”


괴테가 나폴레옹에 대해 반신반인으로 까지 추앙했던 의미는 둘과의 대화에서 베르테르의 마음, 즉 괴테를 꿰뚫어봤다는 것. 단테가 지옥의 문을 지키는 최상의 존재를 시인으로 뒀던만큼 시인의 심상까지 모조리 꿰뚫어 본다는 건 신(神)밖에 없었기 때문에 반신반인으로 평가했다.  


베르테르는 무도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샤롯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샤롯데는 자신에게 약혼자가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둘의 결혼식을 본 베르테르는 슬픔에 잠기면서 영원히 그녀를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고통은 당신이 놓아줄 때 비로소 당신을 떠날겁니다"


영화 클래식에서도 주옥같은 괴테의 시가 나온다.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 있으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저 멀리 길 위에서 흙먼지가 날릴 때 
깊은 밤 여행자가 작은 다리 위를 지날 때 
나는 너를 본다.
너로 인해 나의 찬란한 날이 놀라웠다. 
너를 볼 수 없어 내 영혼이 울더라도 
너를 떠나지 않기 위해 
여기서, 나의 시간을 멈춘다.
이제 나는 너와 함께 있다.
너는 내 곁에 있다.
곧, 태양이 지고 별이 나를 비추겠지.
아, 네가 곁에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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