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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롭게 어울리지만,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 않는 삶

고금면주민자치위원회 최기배 위원장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03.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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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100명의 시인들에게 한국 현대시 100년 역사 중 최고의 시(詩)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시인들은 김수영 시인의 ‘풀’을 꼽았다.
김 시인의 풀을 보면,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지만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면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무슨 시가 저래, 흔하디 흔한 풀이라서 별감흥이 없어 보이는 것 같지만, 여기서 풀은 민중 또는 국민, 왕조시대로 치면 백성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가장 아픈 곳을 찾아 이들을 지지하는 이들이 지도자와 언론, 그리고 문학과 예술이라 한다면, 김수영은 문학의 정수를 통해 정확히 그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의식 높은  시인들이 '풀'을 꼽은 이유다.


풀은 흔하지만, 눈비를 맞으면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며 한계절 무성했다가 한계절엔 병든 사람처럼 야위어 말라 비틀어지지만, 어떠한 비명이 없이 외부에서 오는 것들을 긍정하며 다시 일어난다는 것. 


어떤 환란이 와서 무너지더라도 다시 제 몸을 일으켜 세운다는 것. 민중을 대변하는 시(詩)이기에 최고의 평가를 받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의 모든 지향점은 단순히 제도나 정책을 바꾸는 게 아니라 주민을 주체로서 부각하고 이들을 성장케해 그들과 동일한 계급을 갖는 과정, 이를 풀뿌리민주주의라 칭한다. 


현재 각 읍면마다 구성돼 있는 주민자치위원회의 핵심적 기능이 이것.

 

 

고금면 세동서길  최기배(71세) 고금면주민자치위원장. 전 고금면장이었던 우홍래 과장은 "한 사람을 재는 궁극적인 척도는 그가 얼마나 안락한 시간을 보내는가가 아니라 그가 어디에 있든 도전과 모순의 시간을 보내면서 어떻게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지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최 위원장을 적극 추천했다.  


이하 취재는 고금면 출신의 김동일 님이 맡아줬다.
위원장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최기배 위원장은 "그동안 지역 사회단체장 등을 역임해 오면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지역의 현안 문제의 대안을 제시하고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등 봉사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그래서 더욱 더 행복해지는 고금주민자치위원회를 조성하기 위해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민자치위원회를 운영하며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 최 위원장은 "유휴 농경지 텃밭이 오랫동안 비경작으로 인해 노면 수평과 배수시설이 없어 장마로 2~3일 동안 물이 잠겼기에 농작물의 병충해와 고구마 순이 고사 되어 재 파종하는 등 회원들의 고충은 형언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고구마 파종 시기에 가뭄이 극심해 농작물이 강한 태양 빛에 타들어 가는 등 50% 면적이 고사돼 해남 등 고구마 순을 어렵게 다시 구입해 10여 일 동안 물줄기 작업을 했지만 고사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농어촌은 젊은이들이 감소하는 등 회원 확보와 참여의식 결여로 유휴농지 텃밭 가꾸기 등 특성화 프로그램에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했다. 
기뻤던 순간에 대해선 2회에 걸쳐 전라남도 특성화 프로그램에 응모해 4천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타 읍면과 차별화로 포상금을 수상하는 등 회원들의 사기 진작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또 이번 사업비는 유휴농지 텃밭 가꾸기, 토방 낮추기, 길거리 벽화 퍼포먼스, 경로당 전등 교체, 밑반찬 나눔 등 어렵고 힘든 취약 계층들에게 나눔과 배려 그리고 연대 정신을 함양해 정주권 향상 등 주민자치회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무척 기뻤단다.
아울러 잡초로 무성한 버려진 농경지에 토지 소유자(농상리 조장원)를 직접 찾아가 자세한 설명한 후 지금까지 5년 동안 무상으로 임대받아 주민자치회 재원의 손실 없이 추진하게 되었다고.


또한 정지 작업을 위해 농작용 트랙터 보다는 옛날 전통 방식으로 황소를 이용해 밭이랑 작업과 고구마 순 걷어 내기와 수확하는데 황소가 몹시도 힘들어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고.

 

 

혜윰과 엄마쌤들의 학부모 공동체와 연계해 학교 앞이 칙칙하고 으슥한 담벽에 지역 특산품을 소재로 한 길거리 퍼포먼스로 지역 이미지 향상이 이바지에 기여하고 있다고. 또, 고금중앙어린이집 원생 90여명이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직접 고구마 캐기 체험을 통해 흙의 소중함을 어릴 때부터 느끼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고마웠던 사람에 대해선 최기배 위원장은 "주민자치 위원회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전직 두 분 면장은 원거리에서 황토를 구입해 복토해 줌은 물론 배수로를 개설해 농작물 생육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그때 고금농민상담소장은 신품종 종자 알선과 수시로 텃밭을 찾아 병충해 예찰은 물론 비배관리 지도에 열정을 보여주었다고. 완도농협에서는 고구마와 감자 수확 시기에 맞춰 4년 동안 박스를 무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단다.


한편, 고수영 고금면장은 올해 초 부임하면서 완도군 공모사업 선정에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해 줌은 물론 주민자치위원회 구성과 발전을 도모하는데 크게 앞장 서 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최기배 위원장은 "현재 완도군의 경우 12개 읍면 주민자치위원회 구성을 완료했으나 앞으로 완도군 총회장을 선출해 정보 공유는 물론 회원 간의 상호 친목 도모로 모두가 잘사는 희망찬 완도 건설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며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지역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결해 갈 수 있도록 주민자치 예산 편성을 예년에 비해 과감히 증액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국의 우수 자치위원회의 모범 사례를 벤치 마킹해 배우고 익혀 완도만의 차별화된 진정한 민의 시대에 걸맞는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주민자치 분과, 주민복지과, 평생교육과 등 5개 소분과를 운영해 조별 분임 토의로 봉사와 책임감 부여로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다.


고금면사무소 고수영 면장은 "최기배 주민자치 위원장은 평소 근면·성실하고 주어진 임무에 봉사와 책임을 다하신 분으로 매사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투철하다" "완도 자연 그대로 농법을 실천해 비파(150주)와 유자(100주), 그리고 친환경 농업(26,440㎡)을 경영해 작지만 강한 강소 농업인으로 부농의 꿈을 안고 있다"
"청정해역 개펄에서 자란 웰빙 식품 감태를 부부가 직접 채취해 지인과 대도시 부녀회에 완도특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판촉하는 등 일조해 오고 있다"


 "전라남도 농촌지도자 연합회 부회장 직을 역임하면서 투철한 봉사 정신과 소임을 다해 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다"고.


그러며 말하길, 최 위원장은 타인에 대해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사는 사람이면서 당신 자신에 대한 책임감을 결코 잊지는 않고  있는 사람이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종종 미워한다. 서로를 두려워하기에.
사람들은 서로 두려워한다. 서로를 잘 모르기에.
사람들은 서로 잘 모른다. 서로 소통하지 않기에.
사람들은 소통을 모른다. 서로 나뉘어져 있기에.
그렇기에 조화롭게 어울리지만,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존중, 곧 주민자치의 바탕. 바탕을 일궈가는 고금면주민자치위원회 최기배 위원장이었다.


취재 김동일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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