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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내 마음의 움직임이 세상으로 나와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2.2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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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에 보면 눈이 맑아진다. 새싹과 한 몸이 된 마음은 바로 명상에 잠긴다. 하얀 햇살에 올라오는 새싹은 지구 끝까지 온기를 전한다. 새싹은 소리 없는 음악이다. 새싹이 내 마음에 전해 온 것들은 절제된 언어이다. 


이 언어는 내 인생의 얼굴일 것이고 성품이 될 것이다. 몸이 가는 대로 갈급한 것은 내게 필요한 영양분이다. 이것을 의식적으로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따르는 데에는 가장 편한 옷이 되고 만다. 따뜻한 대지가 품어 지상으로 내보내는 새싹들이 내 마음 안에서 움직임이다. 어제 새싹을 보고 느끼는 것들은 오늘 또 다른 새로움을 가져다준다. 


간절히 원했던 것들은 실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잠깐 머물렀다가 홀연히 떠나는 것들이 꿈일지 몰라도 이것 또한 나에게 소중하다. 가끔 마음이 허허로울 때 오히려 충만함이 일렁인다. 비었다가 채우는 일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모자람을 다시 채운다. 


이게 사람 사는 일이 아니겠나 싶다. 봄에 새순은 가장 부드럽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하늘에 대해 기도한다. 나무에 달린 어린 순은 잠깐이다. 이 짧은 순간이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나무는 평생 그 자리에서 누구를 기다리고 살지만 만남의 순간은 잠깐이더구나. 옻나무 순과 비슷한 나무는 참죽나무다. 


남도에선 참죽나무를 가죽나무라고도 부른다. 옻나무와 참죽나무는 둘 다 잎과 나무가 부드럽지만 나무통은 서로 다르다. 가죽나무는 연하고 참죽나무는 강하다. 연한 잎을 나물로 쓰이는 참죽나무는 목재로서 많이 쓰인 데에는 옆 가지를 뻗지 않고 하늘 높이 자라기 때문이다. 참죽나무의 새순에서 진정한 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어느 나물보다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해서 향춘이라고 부른다. 사람들 따라 냄새가 달라질 수 있어 먹는 사람들은 특별한 관계일 것이다. 요즘은 묘목시장에 판다. 어린 싹과 새롭게 만나기 위해서다. 보는 것만으로 오감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나무를 켜 놓으면 바르게 자란 나무답지 않게 무늬의 곡선이 아주 부드럽다. 어린 순이 특유한 향유를 지녔다면 나무는 한 편의 화폭으로 그려놓는다. 
옛사람들은 참죽나무와 죽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곱게 하늘 높이 자란 참죽나무는 나락 한 섬 넘게 팔렸단다. 곱게 하늘만 고집한 나무는 어째서 꽉 찬 세월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려놨을까. 그것은 살아있는 동안 그 비밀을 간직하고 싶어서 그러했는지도 모를 일이지. 


모두가 곱게 살기를 원하지. 실상 그렇게 되지 않는 게 세상이야. 보기에는 곱게 자랐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그렇지 않아. 참죽나무는 특유한 유전인자를 받았지만 스스로 살아갈 운명을 만들어야 해. 나무는 고해성사를 스스로 하면서 안으로 조용히 수렴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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