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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니 버스비 내가 냈다잉

우홍래 민원봉사과장 "다음,, 지민 의원님 받아주세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2.2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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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 중, 버스를 빼놓을 수 없다. 구불구불한 좁은 시골길로 능숙하게 버스를 몰아가시는 기사님의 유연한 운전 솜씨와버스 안의 농촌 사람들과, 버스의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
시골버스를 타는 것은 아주 소박한 일이지만 승용차와는 달리 큼지막한 액자 같은 버스의 창을 통해 바깥을 보면 나 자신도 풍경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결코 소박하지 않은 특별한 기쁨을 안겨 주는데, 본보에서는 이용객 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는 농어촌 버스를 타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릴레이로 연재한다.

 

 

오늘은 2월 15일, 완도읍 장날이다.
07:50분 버스를 타고 출근하기 위해 고금버스정류장까지 약 7분을 걸어 도착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마스크를 쓴 어떤 어머니가 알은 채를 하며 다가온다.
"어야~ 군청 가는가"
아.... 울 어머니였다.


동네 어머니들과 완도읍에 가신다고 한다. 
8시20분 버스를 타고 가신다 하길래, 50분 버스가 금방 도착한다고 말씀드렸다.
버스를 타고 군청까지는 20여분 걸린다.
오늘은 장날이라 손님이 많아서인지 평소보다 조금 늦어진다.


버스를 타서 맨 뒤쪽으로 가서 앉으니 동네 어머니들도 모두 뒤쪽으로 오셔서 앉으셨다.
지난번 장날에는 손님이 너무 많아서 군청까지 서서 가야했다. 
그날은 완도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도 보충수업을 위해 등교하기 위해 같은 버스를 탔었다.
버스를 타니 어머니가 그날 이야기를 조카가 했었다고 하면서, “차를 안타고, 왜 버스를 타고가냐? 술마셨구나?” 하신다.

 

 

“네, 어제 조금 마셨어요.”라고 대답했다.
장에 뭐 사러 가시냐고 물었더니, “우리가 나중에 아파서 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산소호흡기를 꽂고 누워 있으면 느그들이 힘들껀디, 지금 읍에 가서 무슨 확인서를 작성하면 산소호흡기 안쓰고 편하게 갈 수 있다드라” 하신다.
요즘 어르신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는구나! 


그 말에 할말이 없어지고 침묵이 흐른다.
우리 어머니들은 80이 다되신 지금까지도 자식들 뒷바라지 해오시더니, 가실 때도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실려고 그러시구나! 아름답게 떠나실 생각을 하시고 계시는 어른들...


장에 도착해 먼저 내리시면서 옆집 어머니가 버스비를 내주고 내리신다.
“아들! 버스비 내가 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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